밤새 안녕? 눈만 뜨면 들려오는 뉴스가 불안하게 만든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이 그렇다. 작은 일 하나에도 깐깐하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상대의 고충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베풀어 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크고 작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입장에서는 공적인 인간관계를 모두 관대함으로 일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해진 법과 원칙에 따라 상벌을 엄격하게 시행함으로써 공정하고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범을 보이고 교화시킴으로써 법보다 도덕이 앞서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 정치권을 보면 한심스럽다.

현직 대통령 부부와 야당대표 부부, 여당의 전 대표까지 사법 리스크 수렁에 빠져있다. 모두가 법원과 검찰. 경찰에 목숨 줄을 저당 잡힌 꼴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로 새로운 어젠다를 추진하는 것이 어렵고 겨우 일상적인 행정이나 외교 업무를 할 정도에 불과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자칭 범죄자로 불렸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그 당대표가 현재 기소가 된 상태다. 결과에 따라 자칫 의원직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 때 받은 국고지원금 434억 원을 토해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도 현재 경찰에 불려 다니고 있는 극한 상황이다. 이쯤 되니 민생은 뒷전인 채 이 대표 방탄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다.

그런 당이 비열하게도 재임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현직 대통령을 고발하는 무리수를 두고, 심지어는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과 영빈관 신축 해프닝 관여 공세에 열을 올리면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난과 함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 문 정권 충복 검사(?)들이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해 불발된 사건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물고 늘어지는 건, 위기에 처한 민주당이 최후 발악을 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의 ‘내부총질’과 징계를 둘러싸고 난장판이 벌어졌다.

여야 모두가 북한 핵 무력 법제화, 경제안보 위기 대처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전전하며 법원의 눈치만 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모두 법조인 출신이란 것이다. 입만 열면 법과 원칙, 공정을 말하지만, 정작 본인과 배우자 리스크에선 자유롭지 못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 대표가 더욱 심한 것 같다.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하고 남을 탓하는 추태를 보이고 있다. 대장동 사건 등의 처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제 발 저린 야당은 국민의힘에 대해 ‘검찰공화국’ 이라고 하는데, 국회의원을 보자 15%가 넘는 국회원이 법조인, 법률가 출신이다. 그렇다면 국회도 ‘검찰국회’라고 불러야하나? 그래서인지 고소. 고발과 수사와 기소, 법정공방이 난무한다. 법조출신 대통령이나 야당 대표도 원론적인 법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정치를 하려는 정치가가 아니고 법만 따지는 법률가로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정치가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민주당의 지적대로라면 국회의원도 법률가는 출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는 정치의 실종과 법치의 횡행 탓이다. 공자는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 즉 정치란 덕치(德治)라고 정의했다. 나라와 백성은 물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보았다. 반면 법을 통치이념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가 법치(法治)다. 한비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므로 법률과 상벌(賞罰)로 지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춘추전국시대에 정치와 법치는 피 튀기는 사상투쟁을 벌였다. 정치는 신분과 계급 질서를 지키려고 한 반면, 법치는 왕족과 권문세족 등 지배계급의 특권을 폐지하는 정치 개혁의 수단이었다. 이때 법치는 진보, 정치는 보수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켜보면서 춘추전국 시대 강대국 사이에 낀 정(鄭)나라에서 26년 동안 재상을 지내며 안정된 정치를 편 자산(子産)이라는 인물이 생각난다. 그가 재상에 오른 지 1년 만에 소인배들이 경박한 짓을 저지르지 못했고, 반백의 노인들은 무거운 짐을 나르지 않고 어린아이들이 밭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2년이 지나자 시장의 매매가 공평하게 이루어졌으며, 3년째부터 길에 떨어진 물건을 아무도 주워가지 않고 문단속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 법과 그에 따른 상벌을 제정하고 공표해서 그 시행을 엄격하게 관리한 결과였다. ‘자산’이 처음부터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시방종송(始謗終誦)’ 즉 처음에는 비방하더니 결국에는 칭송하더라는 말이 그에게서 유래했다.

초기에 사람들은 “우리의 의관을 가져다 쌓아두고 우리의 전답을 가져다 세금 물리네. 누가 자산을 죽일꼬? 내가 그를 도우리라”고 원망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가 죽음에 이르자, 청장년은 실성하여 통곡하고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며 안타까워했다. “우리의 자제들을 자산이 가르치셨고 우리에게 있는 전답, 자산이 늘려주셨네. 자산이 돌아가시면 누가 그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정치의 기술을 넘어서, 공자는 자산이 옛사람의 유풍을 이어받아서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었다고 논평했다. 너무 가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법과 제도를 엄격하게 적용했지만, 그 가혹함의 목적이 실은 관대한 사랑을 이루고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데에 있었음을 간파한 것이다. 자산은 당대에 가장 박학다식한 인물로 꼽혔을 뿐 아니라, 계획 세우고 성과 점검하기를 농사짓듯이 아침저녁으로 쉬지 않고 지속하는 것이 정치라고 여겼고, 그대로 실천했다는 평을 받는 인물이다.

남 탓을 밥 먹듯 하는 민주당은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순방에도 왜곡된 논리로 탓을 했지만, 모두가 사실이 아니고, 국빈으로 극진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밝혀진바 있다. 지금 우리는 정치 실종과 법치과잉이 뒤엉키면서 협치의 미덕도 온데간데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법치 이전에 정치가 있었고 정치에 대한 반성에서 법치가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본디 정치는 법치와 달리 대화와 타협, 협상과 합의의 산물이다.

우리 국민들이 법치를 뛰어넘는 정치의 묘미를 맛볼 기회는 정녕 없는 것일까. 이번에 유엔 무대에 데뷔 한 윤 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중추국가인 한국이 그 책임과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국의 외교는 북한 문제에만 매달렸다. 한반도 평화. 북핵 등을 핵심 요소로 한 역대 대통령들의 유엔 연설과는 사뭇 다르다. 그런 점에서 윤대통령의 이번 유엔 연설은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윤 대통령이 자산처럼 지금은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결국은 치정(治政)으로 칭송 받는 정치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포청천처럼 엄격한 법의 잣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을 집행, 국민을 보호하면서 법을 위반한 범법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