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는 세 개의 문이 있다고 한다. 음욕과 분노, 그리고 탐욕의 문이다. 힌두교 경전인 ‘바 가 바드 기타’에 나오는 말이다. 지옥은 영혼 파괴를 은유한다. 분노와 절망은 거꾸로 잡은 칼이다. 그것은 나를 상처 낼 뿐이다. 2000년 전 로마 철인 세네카는 ‘화(禍)에 대하여’에서 화의 핵심은 ‘난 잘못한 게 없다’라고 했다. 즉 화의 원인은 네 탓이란 말이다. 분노가 갈등의 순환 고리를 형성하는 이유다. 한국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좌절감이 증폭되면서 분노라는 단어가 파생했다. 사회곳곳에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다. 정치 사회적인 의미를 증폭시키는 분노의 대상은 권위주의, 엘리트주의, 귀족주의, 수퍼 갑(특권의식)이다 여기에 분노가 수렴되고 있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개. 까마귀, 코끼리도 불평등 감각을 지녔다고 한다. 미국 에모리대 영장류 연구팀이 밝힌 바 있다. 불평등 차별 금지법이 발달했다는 선진국에서도 분노는 여전히 활화산처럼 솟구친다. 몸보다는 마음이 아픈 게 더 큰 문제다.

“지난 해 추석 때 가수 나훈아가 뭐라고 했지요?” ‘테스(소크라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쉽게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 19가 끝날 것 같지도 않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땐 뭘 생각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의 우리 정치판을 바라보며 신물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어렵게 여당 대표가 된 사람이 대통령 죽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준석 전 당대표다. 최근 그의 정치 행보를 보면 천운(天運)을 스스로 불운(不運)으로 만든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 명문대를 나온 젊은 인물이 어디 이 대표 하나랴! 박근혜 정권에서 발탁되었다가 소속정당이 지리멸렬하기 직전일 때 시운(時運)을 만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에도 당선돼 본 적이 없으면서 당 대표 자리에 이르렀으면 천운이 아니고 무엇인가? 철학적 깊이를 쌓으며 새 정치를 위해 절치부심 새 ‘아젠다’ 를 개발하고 젊은 또래 정치동지를 규합하면서, 기성정치인들이 맘에 하나도 안 들더라도 반면교사로라도 삼는 마음으로 인내하며 겸손하게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한 번 더 때를 기다리면서 당을 위해 희생도 불사 하는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마음만 가졌더라도 지금의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오만과 교만에 젊은 혈기가 ‘마(魔)’가 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자기로 인해 촉발된 사태 아닌가? 더 한심스러운 것은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과오를 생각하기 전 글래디에이터 검투사를 예로 들면서 황제의 총애를 받던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를 자신으로, 윤 대통령을 황제 코모두스에 빗대어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그런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막시무스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본인이 죽을 수밖에 없으니 너도 같이 죽자 라는 말과 똑같다. 로마가 망하듯 국민의힘도 망하게 하겠다는 심보 아닌가. 대선 때 민주당에서 별 기대 없이 던진 ‘성상납’이란 말에, 대선에 이기고도 자신과 국민의힘당 둘 다 자멸의 길로 몰아가는 것을 보는 민주당은 속으로 박장대소하며 즐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민주당 사람들을 보면 한 결 같이 뻔뻔해도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이다. 압도적 다수석의 제 1야당은 낙선하면 감옥(監獄)에 가게 될 범법자임을 자인했던 자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에 앞서 범법자를 당직에서 배제하는 당 규정마저 개정해 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한 경찰이 기존의 불송치 결정을 번복한 것에 대해 취재진이 묻자 “경찰에 물어보라. 왜 뒤집혔는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의석상에서도 자신을 겨냥한 검경의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좀 더 주력해주길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또 지난 12일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과 관련해 “내가 뭘 잘못한 것이 또 있답니까(있다고 합니까)”고 반문해 주위를 놀라게도 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치는 국민을 향해야 하고, 모든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대리인으로서 국민의 삶을 충직하게 개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검찰 기소가 이뤄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외에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 후원금 등 각종 의혹을 돌파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결백을 강조하며 ‘정치 탄압용 수사’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다만 ‘검찰 기소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변호인 선임은 끝났느냐’ 등과 관련한 물음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으로 상대의 먼지를 털고, 발목잡기로 반사이익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검찰의 억지기소에는 늘 그래왔듯 사필귀정을 믿고,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당인 민주당 또한 윤석열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재임 중인 대통령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 맞불 놓듯 법원을 끌어들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등 특검을 해야 한다는 게 '추석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갖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검을 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속 보이는 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정당하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했다. 여기에 편승해서 동요되는 민심도 문제다. 오직 우리 편과 상대 편 밖에 없다. 편 가르기 속엔 선악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과거 대선 뒤 상대방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예 사라졌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놓고 여야가 서로 겨루며 적절한 타협안을 도출해 내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는 이 나라에서 완전히 실종된 것 같다. 남은 것은 먹을거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법이라는 휘장 뒤에 숨어 서로 물어뜯는 정치꾼들과 그들에게 기생하는 야성적 박수부대들 뿐이다.

애꿎은 서민들은 일에 죽어난다. 과거의 피땀 나는 노력의 결실로 경제적·문화적 결실의 찬란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생각 있는 국민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가 실종되었다. 많은 국민들은 이재명 사건 등에 대한 더딘 수사를 의아해 한다. 거리두기가 적용 안 된 첫 명절인 이번 추석을 관통한 민심은 분명히 “사는 게 힘들다.”였을 것이다. 여야 막론하고 비호 감 일색 정치에 대한 원성 또한 자자했을 게다. 갈등 중재자로서 정치 본연의 색깔을 찾아야 민생을 돌볼 여지가 생긴다. 정치는 법치보다 넓고 깊다. 국민들은 법적 판단, 집행에 기대는 정치를 원치 않는다. 지금 분노하는 국민이 가장 원하는 건 내분으로 분탕질을 하며 국세를 축내는 국회 해산이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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