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행 및 종양 위치·크기 전이 여부 등에 따라 치료법 결정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핵의학과 김용일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왼쪽)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왼쪽)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

신경내분비종양은 소화기계 및 췌장에서 발생률이 높은 희귀질환이지만, 대부분 무증상이어서 건강검진 시 직장 내시경을 통해 발견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암 치료와 달리, 신경내분비종양은 환자의 질병 진행 상태와 종양의 위치·크기·전이 여부 등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는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성과 함께 조기검진을 통한 환자맞춤 치료를 소개했다.

유창훈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생기는 종양으로, 우리 몸의 모든 장기에서 생길 수 있고 종양이냐 임아냐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한다"며 "서양에서는 대장암보다 흔한 병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병률이 높아진 이유 중 하나는 CT나 MRI로 한계가 있었던 질병 진단이 종양내과를 중심으로 핵의학과, 병리학과, 영상의학과 등 관련 과와의 협진체제 아래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이전에는 담도암이나 췌장암인줄 알았다가 나중에 신경내분비종양으로 확진되는 경우도 꽤 있었다"면서 "지금은 의료진의 발전과 환자의 인식개선으로 예전보다 오진되는 경우가 적지만, 몇몇 대형병원에서만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의 유병률, 생존률, 사망률 등에 관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에서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부터 다학제진료팀을 구성해 1년에 25~30명에 달하는 신규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수도권 5~6개 병원과 함께 개별적으로 데이터를 구축 중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카시노이드 증후군'으로 불리는 홍조, 설사, 천식, 피부반점 등 호르몬 분비 관련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부분 초기에는 무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원발 부위 확인후 호르몬에 의한 증상 유무 확인하고, 조직검사와 CT, MRI 등 영상검사를 통해 종양의 위치와 크기 및 전이 여부 확인 후 수술 여부를 판단한다.

유 교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기반 '도타톡'이라는 PET 검사를 통해 전신 전이 여부를 확인하는데, 추후 약물반응을 위해서 시행하기도 한다"며 "발병위치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되기 때문에 발병부위를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상태 따라 치료방법 달라져

신경내분비종양의 치료법으로는 국소치료와 전신치료, 핵의학치료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소치료는 원격전이 없이 국소적으로 국한된 병변에 시행되는데 수술, 방사선 치료, 고주파 열 치료술 등이 있다. 전이 환자는 전신요법을 동반하기도 하며, 전이가 없는 위장관 발생 종양은 내시경이나 근치적 수술로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다.

전이가 있거나 질병 진행이 심하면 전신치료를 한다. 전신치료에는 항호르몬제인 소마토스타틴 저해제와 수텐, 아피니토 등 표적항암제, 핵의학치료가 있다. 종양이 크거나 도타톡 검사 시 호르몬 수용체가 발현이 안될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유창훈 교수는 "똑같은 전이 환자라도 암 특성, 전이 정도, 라이프 스타일 등에 따라 치료방법이 결정된다"며 "생존기간 연장을 우선 목표로 하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가능한 독성이 적은 약제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소마토스타틴 저해제는 종양의 크기 자체를 줄여주는 효과가 조금 떨어지지만, 항호르몬 효과로 증상을 완화하고 장기간 투여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수텐와 아피니토 등 표적치료제는 종양 원발 부위에 따라 치료 약제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핵의학치료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품고 있는 소마토스타틴 호르몬 형태의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루테슘)를 정맥주사하는 것이다. 현재 루테슘의 보험급여 기준은 위장관신경내분비종양 3차 치료, 췌장신경내분비종양 4차 치료에만 적용된다.

김용일 교수는 "호르몬 치료 중 반응률이 가장 높아서 표적치료제나 세포독성항암제보다 기대효과가 높은 편이지만, 모든 환자에 적용하기 어렵고, 경제적 부담도 상당해 적극적인 권유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1회 치료시 2500만원, 총 4번 치료하면 약 1억원 가량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른 약제는 차수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한데, 루테슘은 고가이다보니 기존 허가된 약제를 다 써야 급여가 가능하다"면서 "핵의학치료제는 일찍 쓰면 쓸수록 효과가 좋은데다, 4번 치료로 끝나기 때문에 재정절감 차원에서도 2차 치료 정도로 급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핵의학치료제가 환자 입장에서는 비싼 약제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행위료 등이 수가에 반영이 안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생산된 치료제를 들여오는데 반감기가 72시간이다. 이 시간내에 투여해야 하는데 약물 투여 전 부작용 방지를 위한 약물 처치나 모니터링, 영상촬영, 차폐시설을 이용한 약물 투여 등은 수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핵의학치료를 하면 할수록 손해보는 구조여서 수가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