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8주 만에 하락세를 멈추고 30%대로 재 진입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앞두고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는 모양새다. 지난 주 취임 후 석 달 만에 20%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한 주 만에 30%대로 회복했다. 희망의 빛이 보인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못 되었는데, 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했을까. 이는 어설픈 정책에 많은 국민들이 실망을 하는 등 불안에 떨며 나라 전체가 짙은 어둠으로 깔린 느낌을 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4.19의거 이후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떠올랐다. 무능하고 무력한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좌파 세력에 끌려 다니다 결국 5.16군사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 비전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거나 신뢰를 하지 않는 게 문제다. 뭔가 정책을 제시하는 것 같은데, 국민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 정치 문외한이라 할 윤석열 대통령의 100일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숙한 만큼 전 대통령들과 달리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나름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석 달이 채 되기 전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했다. 여당인 열린당이 함께 하지 않았다. 요즘 윤 대통령도 그런 비슷한 심정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넘쳐나고 있다. 감시의 눈, 미디어 매체는 무수히 많다. 아주 작은 실수도 침소봉대될 수 있고, 반면 잘한 것은 파묻힐 수도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면 벗어난 것이다. 변명이나 이유가 필요 없다. 이런 현실인식부터 윤 대통령은 부족했던 것이다. 윤 대통령의 경험, 경력이라곤 검사와 검찰간부로서 27년 이 전부다. 상명하복체제인 검찰과 복잡다단한 국가와는 천지차이다. 분열에 깊이 빠진 사회와는 엄청 다르다. 검사들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질 않는다. 검찰총장은 법률 전문가로 족하지만, 행정의 종합체인 국가의 ‘수반’은 전혀 다르다. 물론 모든 분야에 능통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비범한 리더십과 국정 철학만 확고하다면, 전문가 조직을 톱니처럼, 잘 운용하면 된다. 당파와 이념, 지역을 불문하고 최고의 인재풀을 만들되 사적 인연과 정치인은 배제해야만 된다. 정책이 잘못되어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대통령 본인에게도 일말의 책임은 있겠으나, 측근들이 잘 보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책임진 최고 통치자가 되려면 냉정하고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런 점에서 실패를 하고 같은 당으로부터 배반을 당하고 탄핵까지 받은 게 아닌가. 자고로 ‘정상’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 언제나 고독하다. 그러나 고독하지만 주변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강인 함이 있어야 한다. 이른바 ‘윤핵관’이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처가도 그렇다. 다행히 정치적 연륜이 전무한 윤 대통령은 부채가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식을 구속시키면서까지 정국을 돌파하며 권력을 지켰다. 공사 구분이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친인척들에게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유능한 지도자는 지지자보다는 야당, 특히 반대파들을 설득하고, 보듬어 줄줄 알아야 한다. 정치를 잘하려면 탕평과 동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검사출신인 윤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이라 직선적이고 융통성이 없다. 그래서 정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순수함과 진정성은 있다. 윤 대통령은 순수함에서 출근길에 기자들과의 약식문답(도어스테핑)에서 솔직하지만 정제된 언어를 쓰지 못하고 또 정책 제시가 분명치 않아 국민들을 실망시키며 지지율을 높이지 못했다. 설상가상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 정부로부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아주 나쁜 성적표를 물려받았다”고 푸념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윤 대통령 역시 인사 비판에 대해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 고 말했지만 ‘휼륭한 장관’의 사퇴로 머쓱해졌다. 남 탓을 해도 기술이 필요한데, 남의 잘못을 지적해도 오히려 덤 떼기를 쓴다. 그 원인은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 탓이 크다 할 수 있다.

이미 퇴임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 취업자 수 중가 폭이 뚝 떨어지자 “오랜 신자유주의 정책이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해 성장 동력을 떨어뜨렸다” 며 구구한 변명을 했다. 보수 정부에 책임을 돌렸지만, 타깃은 정책 방향성에 맞췄다. “낮은 지지율의 원인은 야당의 프레임 싸움 탓”이라는 윤 대통령의 참모의 노골적인 화법보다는 훨씬 고차원적 기술이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책보다 자기 사람들을 많이 만들면서 자신을 시멘트처럼 굳건히 지지하는 지지층을 만들어 놓았다. 정치를 오래하면 할수록 진정성은 결여된다. 휴가를 끝낸 윤 대통령이 서둘러 “초심을 지키겠다” 며 몸을 낮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어색했다.

문제의 장관은 스스로 물러났지만, 문제의 발단이 된 윤 핵관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여당 내홍의 시초는 대통령과 원내대표 간의 ‘내부총질’ 문자였는데, 결과적으로는 이준석 대표만 ‘자연스럽게 내쫓은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런 걸 두고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는 것인가. 닫혀가는 당은 민심과 점점 멀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대통령실의 감수성과 능력부족 사례가 한둘이 아니지만, 이번 물난리 대응에서도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침수 현장을 들여다보는 대통령의 사진은 무척 초라해보였고 바라는 대로 홍보가 되지 않았다. 수해현장에 떼로 몰려간 의원들은 자신의 홍보만을 노렸다. 국민들은 이런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상태다. 윤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이런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은 농부의 아들임을 자처하며 논일을 거들고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의원들이 장화를 신고 뻘 밭에 빠져 봉사하는 진정한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했다.

이제 윤 대통령의 임기 첫 100일이 되었다. 100일이라는 숫자가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대통령 당선 직후에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의회와 협력하여 주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시기다. 첫 100일은 새 대통령이 행정부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국정운영을 하는 스타일이 어떤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공약을 어떻게 이행하는지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시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첫 100일을 무척 힘들게 보냈다. 극심한 진영 대립, 대통령이나 주변 사람들이 실수하기를 바라며 비난하는 야당의 태도, 여소야대의 국회, 여당의 내분으로 정치적으로 힘든 환경이었다. 미숙한 국정 운영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다. 이제 취임 100일이 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국민의 뜻”이라며 “저부터 분골쇄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새 정부의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이다. 국정 과제 110개도 발표했다.

그러나 국정 비전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공약이 어떻게 실행되고 있는지 국민은 잘 모르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새로운 개혁조치는 실행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자유, 공정, 상식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도 피부에 와 닿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5년 후의 경제와 국가의 모습이 그려져야 하는 데 그런 그림을 찾을 수가 없다. 특히 여당 분란에 큰 책임이 있는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2선 퇴진 요구 여론이 많은데도 윤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당 대표와의 마찰에 대해서도 “다른 정치인의 발언을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어물 쩡 넘겼다. 결국 국정 혼선에 대한 반성도, 새 출발을 위한 인사 쇄신도 없이 50여분 동안 그동안의 성과만 나열한 회견이 되었다.

당. 정부. 대통령실을 망라한 과감한 쇄신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 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회견에서 노동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아우른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갈등 대응을 강조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지난 100일간 윤 대통령은 자칫 오만했다가는 민심이 얼마나 빨리 떠나는지를 피부로 느꼈을 것이다. 전임자들의 잘못, 100일의 시행착오에 대한 오답노트를 별도로 만들어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지지율도 높아지고 앞날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바람이 있다면 반면교사로 삼아 국정 기조를 가다듬기 바란다. 처음 100일 보다 앞으로 남은 임기가 더 중요하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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