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수급·현지 생산지연 등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 커
미국·EU·일본 등 주요국들 다양한 정책 추진, 의약품 GVC 선제적 대응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약산업 분야의 GVC(Global Value Chain) 재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EU 등 주요국들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약품 GVC 관련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공개한 '최근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의약품 GVC 재편 및 주요국 대응'에 따르면, 2022년 7월 8일 기준 WTO에 통보된 코로나19 관련한 국가들의 통상 조치는 488건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백신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한 수출제한이나 촉진, 관세 유예, 인허가 및 검역 관련 조치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브라질은 74건, EU 36건, 미국 34건, 필리핀 22건, 대만 21건, 캐나다 18건, 한국 17건 순이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 의료제품 확보 및 인허가 등에 대한 조치를 하고 있으며, 관련해 2022년 7월 14일 현재까지 총 17건의 WTO 통보가 있었다.

여기에는 2020년 10월 13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인간의 건강 보호 및 필수용품 부족에 대비한 한시적 수출금지’, 2021년 7월 13일 ‘해외 의약품 제조소 비대면 실사에 대한 안전성 관리 확보’, 2022년 1월 10일 ‘의약품 국가출하승인 지정, 절차 및 방법 규제 개정’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세계 산업의 GVC 재편이 진행되면서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제약기업에서도 원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거나 운송 문제로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의약품 GVC 변동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현지 생산 지연’ 등이 많으며, ‘국내·외 원료 수급 지연’, ‘항공, 해상 등 물류 지연 또는 중단’ 등의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 같은 의약품 GVC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개발, 생산, 유통 등의 지역적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원료의약품의 경우 2019년 기준 글로벌 원료의약품 생산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5%에 달할 정도로 코로나19 이전 API 생산은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는 비중이 컸다.

원료의약품 생산은 다른 의약품 생산에 비해 큰 기술을 요하지 않는 노동력 중심의 특성을 갖고 제조시 유해물질 발생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이나 인도에 생산을 위탁하는 구조가 많은데 이들 국가에 생산 차질이 생기면 전세계 GVC 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의약품 GVC 대응

국가, 국제기구 또는 기업들은 GVC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리쇼어링(Reshoring), 다변화(Diversification), 지역화(Regionalization) 등의 정책을 추진하며 GVC 재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GVC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resilience) 개념으로 이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GVC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우선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산업별로 중국 등 해외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중심의 GVC 재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미국은 2020년 8월 필수 의약품의 미국 내 생산보장을 위한 행정명령 13944를 발표했으며, 2021년 2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중요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행정명령 14017호에 서명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의약품 수급의 문제를 국가안보와 의료주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급망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EU는 2021년 2월 ‘신통상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요성이 강조된 의약품 및 필수 의료제품에 대해서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비상시 접근성을 높이고자 공급망 다변화 및 역내 생산강화를 통해 회복탄력성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도 2020년 ‘EU 신제약산업 전략’을 수립했는데, 이 전략은 유럽 제약산업 강화, 디지털 전환 지원, 연구개발 투자, 희귀의약품 수요 충족을 위한 적정약가 정책을 통해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향상시키고, 공급망의 회복탄력성, 위기대응 능력을 고조해 제약산업에서 EU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현재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공급망 강화 사업, ‘GVC 구축을 위한 일본 기업의 공급망 대응촉진을 위한 해외인증, 국제체제 구축 사업’, 백신 생산체제 강화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제조거점 정비사업 등을 추진하고,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제품이나 부품소재 생산거점의 일본 내 회귀에 관한 보조금 지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의약품 분야에서 해외 원료의존도가 높거나 GVC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품목을 조기에 파악해서 큰 피해가 없도록 대처하고 국가별 GVC 재구축 현황이나 의약품 관련 정책 및 제도를 파악해 맞춤형 수출 전략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주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해외 수출이 중요하고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원료의 해외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전세계 GVC 변동 등과 같은 국제적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국가들의 통상 조치나 GVC 변동과 관련한 정책적 변화 등도 제약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위기뿐만 아니라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보건 안보의 위협도 GVC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하나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EU 등의 주요국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의약품 GVC 관련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와 자국의 생산역량 강화 등으로, 의약품 분야는 특히 공중보건 위기 대응과 산업 진흥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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