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때 아닌 책 하나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에 추천한 광운대 김희교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이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문 전 대통령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며 “ 언론이 전하는 것이 언제나 진실은 아니다. 세상사를 언론의 눈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눈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고 썼다. 이제 청와대를 떠나 퇴임한 지 세 달 남짓 지난 전 대통령의 추천 글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더구나 주제가 현재 한국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인 중국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친중 논란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문 전 대통령이 추천 글을 쓴 이 중국 관련 책을 바탕으로 지난 문 정부의 외교 방향성과 함의를 가늠하고 해석하는 게 그리 부자연스럽지만은 아닌 것 같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큰 산이고 한국은 작은 산’ 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또 북한에 가서는 나는 ‘남쪽 대통령’이라고 했다. 어찌되었건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언사는 많은 국민들을 의아하게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그의 사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저지른 범죄 행위는 그대로 남아 있다. 그의 죄목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해공무원 자진 월북 조작사건,’을 비롯해 평창 올림픽에서 ‘신영복 존경 발언’ 평양 시민 앞에서 “나는 남쪽 대통령” 발언, ‘제주 4.3폭동 사건 국방부장관 강제 사과’ ‘신영복 글씨체 국정원 원훈석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마침내 국민들은 문 전 대통령의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또 추천 글을 올리면서 그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인은 국민들로부터 잊어지기를 희망했지만 정작 국민들이 관심을 갖도록 하는 모습을 애써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저서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형성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편견, 즉 ‘짱깨주의’ 탓에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 됐다고 주장한다. 미국을 추종하는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상론으로 중국을 폄훼하는 진보의 중국관도 이런 짱깨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매섭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역사의 거대한 방향성은 서구의 패권이 끝나는 탈식민화를 가리키고 있기에, 짱깨주의에 입각하여 중국을 무시하는 일은 어리석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중국과 보조를 맞춰 행동해야 탈 식민적이고 다자적인 평화 체제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의 논리를 폈다.

필자가 이 부분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책 자체가 아니라 “언론이 전하는 것이 진실이 아니고” “다양한 관점을 볼 수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추천 평이다. 이 글은 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 리영희를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지식인이라며 언급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학생 시절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성격을 다룬 리영희의 논문이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주는” 글이었다고 회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월남이 패망하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간첩으로 복역한 신영복을 존경한다고 하고, 독립국을 몰살시킨 김원봉을 국군의 원조라며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국립묘지에 안장 시켰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무언가 많은 것들이 겹쳐져 보이는 것 같다. 한마디로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게 진실이 아니니 ‘자신의 관점’으로 더 큰 맥락을 봐야 하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늘 언론이 전달하는 왜곡되고 피상적인 이야기에만 휩쓸리니 베트남 전사를 빨갱이라 비난하고, 중국을 짱깨라 비난하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되는 것 같아 나름 속상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뭔가 잘못 알고 착각하는 게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언론이 전하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는데, 감히 말하자면 사람들의 감정이 꼭 언론에 휩쓸려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종적 혐오로 이어지는 짱깨주의는 부적절할지 몰라도 중국, 나아가 중국 공산당과 중국 사회에 대한 비판은 언론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과 교류하고 중국을 들여다보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비판 의식 없이 언론을 무조건 받아들여 반중 정서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는 결국 '나'만 언론 너머 진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깨어있고 일반 대중은 그렇지 못한 몽매한 상태라는 오만함을 갖고 있다. 여기서 집고 넘어 가야할 것은 민주주의는 민의를 반영하는 시스템이지 통치자가 몽매한 대중을 계몽하는 시스템은 아닌데도 그런 태도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자가 아닌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비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생각이긴 하지만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과 성취는 서구 근대에 참여하고 미국의 냉전 질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달성된 것이다. 미국 중심의 안보–경제 질서를 통해 일군 발전의 역사자체가 어찌 보면 한국의 브랜드 파워 이자 국가적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학자들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냉전 질서가 만들어낸 억압과 폭력을 고발 할 수도 있고, 얼마든지 서구 식민주의의 유산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대통령은 보다 신중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매우 분열되어 있고, 전. 현직 대통령의 말 하나하나 정치적 싸움의 소재가 되고 있는 한국의 여론 지형 상 이런 부주의한 메시지는 국제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만 양산하기 좋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어이없게도 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논쟁적 책을 추천한 의도에 대해 제대로 된 말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의 특징을 여기서도 드려냈다. 이렇게 논쟁이 되는 책에 대해 추천 글을 올리면서도 책을 추천한 의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말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대신 “책을 추천하는 게 내용에 대한 동의나 지지가 아니다”라고 그의 특이한 언어로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다. 발을 빼는 모양을 갖췄다. 책 추천을 이런 식으로 아주 애매모호하고 불친절하게 했기에 각종 추측과 논쟁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이왕지사 여기까지 왔으니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공개적 토론을 이끌어내는 게 옳은 자세가 아닐까. 눈치를 보면서 저울질하듯 자기 뜻을 제대로 밝히기를 꺼린다면 굳이 이런 논쟁적 책을 추천해서는 안 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밖에도 사실을 확실하게 밝혀야 할 몇 가지 사건이 있다. 우선 첫째로 지난 2020년 9월 22일 북한군이 표류 중이던 해수부 어업지도원에게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운 엽기적인 사건이다. 그럼에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을 했다는 증거와 사건 발생 이후 6시간의 행적, 이와 관련,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 유족 측의 알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며 북한의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갈 것은 월북시도여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게 문제다.

또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이 귀순을 원했지만, 합동 조사 사흘 만인 11월 5일 문 정부는 “북측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지했던 이유? 과거 북은 귀순자(탈북자)를 북송하라는 요구를 자주 했지만, 한국 정부가 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시 국가 안보실은 “북한 주민을 추방한 첫 사례로서, 흉악범 도주라는 새로운 상황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했다”고 자평했다. 어민들은 포승에 묶이고 안대로 눈까지 가린 채 판문점으로 이송됐다. 자식이라도 그랬을까. 문 정권에서 감히 상상도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은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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