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더불어민주당 사람들이 하는 꼴을 보면 참으로 뻔뻔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다. 특히 지난 1일 끝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는 보면 볼수록 절묘하다. 2년 전(2020년 4월)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차지하는 거대여당이 되었지만, 협치 없는 오만과 독선을 앞세워 입법독주를 하다 결국 올해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참패를 당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파죽지세다. 지난 해 4.7 서울. 부산 시장 보궐 선거에 이어 올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승을 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호남과 제주를 뺀 12곳을 싹쓸이 했다. 국민의힘은 불과 4~5년 만에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한꺼번에 되찾은 것이다. 앞서 대선에서 심판을 받았는데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라며 반성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한 번 호된 회초리를 맞았고, 국민의힘은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권력을 쥐며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절묘한 것은 유권자들의 결정이다. 결과를 보면 참으로 무서운 생각이 든다. 한쪽은 혼을 냈지만, 아예 싹을 자른 건 아니었다. 다른 쪽엔 기회를 세게 주면서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표를 주었다. 이 같은 결과를 보면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너무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 사실 민주당도 처음엔 안 그랬다. 2년 전 4.15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거머쥐었을 때 당시 이해찬 대표가 “선거 승리에 취해서는 안 된다. 다수당으로서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며 연일 겸손과 자제를 주문했다. 2004년 17대 국회 때 과반의석을 얻고도 오만으로 자멸했던 열린 우리당의 트라우마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겸손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 뒷받침’ 으로 포장된 오만함은 갈수록 ‘도(度)’ 를 넘어서면서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원내 1당의 힘의 논리를 앞세워 각종 법안과 정책을 밀어붙였다. 18개 상임위원장도 독식했다. 비판 여론은 안중에 없었다.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협치는 실종됐다. 그야말로 민주당의 처참한 위기다. 한 때는 180석 공룡여당으로 호령해왔던 집권당이었다.

오죽하면 “경기도지사마저 내줘 아예 바닥끝으로 갔어야 했다” 는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 공룡여당인 민주당이 왜 이렇게 추락을 하게 된 것인가. 한마디로 너무 변해서였다. 그리고 또 너무 변하지 않아서였다. 간직해야 할 초심(初心)이 있었는데, 그 초심이 촛불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다. 거대 여당의 달콤한 기득권 속에 취해있던 민주당은 30년 전의 초심을 잃어버렸다. “대선 패배의 모든 책임은 오롯이 내게 있다” 던 후보와 당 대표가 84일 만에 셀프 출마를 하면서 모두를 경악케 했다. 기가 막히게도 김포공항을 때려 부순 땅에 민주당이 그토록 ‘소돔과 고모라’로 배척해왔던 ‘강남’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탐욕과 모순의 블랙코미디가 정점이다.

문자 폭탄으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의 과격함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노사모까지는 당 밖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참여가 주류였다. 그러나 정봉주와 미권스, 김어준의 나꼼수, 문파를 거치며 권리당원들로 입성한 광팬들은 스스로 주인이자 스타로 군림했다. ‘불문곡직 완전 승리’의 광풍은 초강경초선 의원들과 권커니, 잣거니 모든 이슈와 선거를 지배했다. 당은 반(反)민주, 반 지성, 반 소통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극성 광팬들의 문자를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당의 어른 노릇을 해야 할 중진들조차 국회의장 경선에서 “민주당 정신”을 외치며 과격에의 굴종을 스스로 자임했다.

충분히 명분이 있었던 게 ‘검찰개혁’이다. 그러나 독재자가 하듯,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여 흑백구도로 단순화한 게 검수완박 입법이다. 내각제에서나 있어야 할 게 ‘당론’ 아닌가. 그렇다면 의원 수가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모든 선량의 영혼을 옥죄는 게 민주화 세력이라는 민주당의 할 일인가 묻고 싶다. 그동안 경멸했던 군사정권과 뭐가 다른가. 결국 변하지 않아서도 추락하는 민주당이다. 특히 이번 선거도 그랬지만, 선거 때마다 유불리만 따지던 게 가장 각성했어야 할 민주당의 현주소다. 편견과 이념의 굴레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게 민주당 정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작 우리 동네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도구의원, 특히 교육감으로 누가 나왔는지 조차 모르고, 후보들이 우리 지역을 위해 내놓은 미래 청사진들이 뭐였는지를 아는 유권자도 별로 없다. 더구나 교육감 같은 경우 학부모 외에는 모르는데, 해당도 되지 않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해서 선출한다. 비례대표는 능력과 관계없이 무조건 1순위가 여성이다 보니 어느 정당도 가릴 것 없이 비례대표는 여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늘 남성은 들러리, 구색 맞추기다. 이런 선거를 왜 막대한 국비를 들여 치러야 하는 지? 또 자신들이 출마를 하는 것인데, 국민의 혈세인, 국고로 선거보존비를 지급하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늦었지만 제도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가 될 것 같다. 지방 선거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국회 제도도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검찰 개혁’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전에 ‘국회 개혁’ 이 먼저다. 입법 처리 과정에서 ‘탈당 꼼수’ 에 안건 조정위원 바꿔치기, 의사일정 뒤바꾸기 논란에 선진화법도 반드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위성정당, 방지법이나 의원 면책, 불 체포 특권 폐지 등 여야가 풀어야 할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사실 이번 대선은 정말이지 희한한 선거였다. 여당과 제 1 야당의 대선의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 역대 가장 높은 선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누군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선거구도. 그런 상황에서 많은 국민들은 문 정부의 실책에 대해 환멸을 느끼며, 정권교체를 희망했다. 간만의 표차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밥은커녕 전기코드도 켜지 않은 생쌀 넣은 전기 밥솥에 이 사람, 저 사람 꽂은 숟가락이 빽빽하게 꽂혀있다는 어설픈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권력을 입도선매하는 일은 참으로 위험하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대통령 부인의 지엽적인 문제까지 거론하며 입방아 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국민의 여망은 오직 하나. 일단 정권을 되찾아만 오라는 것이다. 그 후에 문제는 다시 그때 가서보자는 절박하면서도 착잡한 마음이 정권 교체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의 솔직한 심정이리라 생각된다.

이번 6.1 선거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국민께서 여당에 몰아준 강한 지지는 너무나도 감사하고 두려운 성적”이라며 “겸손한 자세로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했다. 바로 2년 전 180석 슈퍼여당이 됐을 때 민주당이 한 말이다. 앞서 20대 총선 직전인 2015년 말,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180석 이상 확보’를 호언장담했다가 이듬해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민주당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줬다. 이후 박대통령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 총선까지 내리 작살났다. 모두 집권당의 오만함이 빚은 결과였다.

군사령관 전원교체, 북한에 대한 강경자세, 한동훈 검사 법무부장관 임명. “정권 바뀌니 세상이 바뀌는 것 같다” 는 말이 나돈다. 무릇 자만은 자멸을 부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건망증이 심한 곳이 정치권이라지만, 오만과 독선을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인들을 보면 ‘바닷게’ 가 생각난다. 자신은 옆으로 기어가면서 다른 ‘게’ 들에게는 똑바로 기어가라고 충고하고, 또 통속에서는 서로 물고 뜯고 해서 통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근성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민주당의 적(敵)은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장관, 검찰, 일본, 미국,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오만한 자신들이다. 민주화 정당으로서의 순수했던 초심을 되찾고, 이 시대와 함께 변화하지 않고는 자멸뿐이다. 이해찬 대표시절 180석을 거머쥔 21대 총선 직후 당선인 전원에게 ‘과반의석’의석(열린 우리당 시절)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는 자기 반성문의 편지를 보냈다. 남의 당 이야기가 아니다. 딱 지금 정권교체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에 게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말이다. 심판의 날 총선은 1년 10개월 남짓 남았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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