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경기 승패는 9회 말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처럼 선거 역시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승패를 가름할 수 없을 것 같다. 새벽에 잠시 눈을 붙였다 깨어보니 당락이 바뀌는 지역구도 있었다. 마치 ‘게’들처럼 서로가 물고 뜯으면서 난투 전을 벌린 이번 6.1선거결과를 보면서 이런 선거라면 굳이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면서까지 해야 하나라는 회의감마저 든다. 5년 만에 대통령 권력을 바꾼 민심은 이번 4년 만에 치러진 6.1지방선거에서 지방 권략도 바꿔놓는 이변을 낳았다. 불과 두 달 전 대선 땐 0.73%포인트 차였다. 이긴 쪽도, 진 쪽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울 정도의 박빙의 승부였다.

4년 전 17곳 광역단체장 중 불과 2곳(대구. 경북)을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12곳을 이기고, 민주당은 5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호남과 재주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및 광역. 기초회의에서도 대부분 여야 간 권력교체가 이뤄졌다. 성난 민심이 거대 야당의 횡포로 국정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면서 막 출발한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윤석열 정부 집권 초반 국정운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 민심은 갓 출발한 윤석열 정부에 견제보다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이전 논란과 이어진 인사 실패 논란으로 불안정하게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일단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안도의 숨을 쉬며 승리감에 빠져있을 시간은 없다. 국정 성과로 국민에게 행동으로 답을 해야 한다.

지금 문 정권의 실책으로 인해 대한민국호가 경제와 안보 양 갈래로 높은 파고가 밀려오고 있다. 생산. 소비. 투자가 동시에 하락하는 반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그 와중에 북한은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제부터 내후년 4월 총선까지 선거 없는 22개월은 이 같은 당면한 경제. 안보 복합위기를 극복할 골든타임이다. 그런 맥락에서 선거결과를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은 매우 타당하다고 평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의 특징은 지난 대선의 연장전처럼 치러졌다는 것이다. 이재명, 홍준표, 안철수, 김동연 등 대선에 나섰던 여야거물들이 단체장 후보나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나섰다. 개표 9시간 넘게 2등자리를 고수하던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새벽 막판에 역전에 성공하면서 당선이 확정되는 등 대권 후보들이 모두 살아남았다. 승부는 단 0.5%p, 8913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엇갈렸다. 그러나 이런 결과와는 상관없이 민심은 여야의 때 이른 대선 놀음에 냉담했다. 이는 역대선거에 비해 낮은 투표율이 반증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윤석열 신정부를 좋아서 지방 권력을 몰아준 것은 아닌 것 같다. 민주당이 잘못하는 게 너무 많아서다. 오히려 대선패배이후 반성은커녕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태도로 일관해온 민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특히 패배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가 이례적으로 조기 등판하면서 민주당 ’텃밭‘에 출마하는 하는가 하면 ’검수완작‘(검찰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을 강행하면서 민주당이 10여 년 전으로 몰락했다.

민주당은 지난 해 4.7 서울. 부산시장 보선이후 이번 지방 선거까지 내리 3연패했다. 대선에서도 패배하고도 압도적 의석수만 믿고 이른바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위장 탈당(?)등 온갖 꼼수까지 부리다 이번에 현명한 유권자들로부터 재 심판을 받은 것이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민주당의 국정 견제론이 유권자들 귀에는 개(犬)짓는 소리로 들렸으니 먹혀들 리가 만무했다. 민주당은 대선 직후 이어진 주요 이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이어 가는 등 불협화음을 보였다. 얼마 전 까지 집권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행태를 보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총 17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14곳을 석권해 압승했다. 그러나 지난 3·9 대선 패배 후 3개월 만에 열린 이번 지방선거에서 텃밭인 호남 3곳(광주·전남·전북)과 제주, 경기 등 단 5곳만 얻어 참패했다. 민주당은 참패도 참패지만 호남지역의 저조한 투표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이재명 후보가 국회입성에는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상처뿐인 승리로 남았다.

전국 과반 승리를 다짐하면서 출마를 했지만, 전국 과반은커녕 수도권 광역단체장선거에서 16년 만에 전패 위기에 처하면서 벌써부터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그 이면에는 ‘친문 대 친명’간 내홍의 그림자도 어른댄다. 민주당은 2일 패배의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비대위를 해산시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반성과 성찰은 뒷전이고 2년 뒤 총선공천권이 달린 차기당권을 노린 다툼만 두드려져 보인다.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려는 움직임이 바로 그런 냄새를 풍긴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재명 의원이 신속히 당권에 도전할 기회를 주기위해 지방선거 참패원인과 책임자 규명 절차를 건너뛰고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 민주당에 시급한 것은 전당대회가 아니라 민심을 추스르며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거듭해온 과거를 성찰하고 쇄신하는 것이 우선이다. 거대의석을 앞세워 무엇이든지 밀어붙이면 된다는 독선에서 벗어나는 한편 ‘내 편’만 챙기는 정치 대신 국민 전체를 위한 실사구시의 정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히 “본인의 당선을 위해 당을 죽였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이재명 당선자나 오만과 내로남불에 사로잡혀 입법폭주를 주도해온 강경파 의원들은 참패의 책임을 지고 2선으로 후퇴,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약속대로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 닷새째 멈춰선 21대 하반기 국회원 구성이 조속하게 실현되도록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상반기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던 민주당은 지난 해 7월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넘기겠다고 약속 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패배로 야당으로 전락하면서 합의를 파기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면서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고 무리수를 고집하며 억지를 부리다간 국민의 신뢰를 잃고 2년 후 총선에서 더 곤궁한 처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감히 지적한다.

누가 뭐라 해도 민주당은 여전히 원내 의석 169석의 제 1 야당이다. 민주당이 이번 참패를 교훈 삼아 반성과 쇄신을 통해 대안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을 우매한 국민으로 만들며 우롱하는 정당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이제껏 처럼 무조건 반대만 일삼을 게 아니라 국민을 먼저 생각하며 합리적인 정책경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선거에서 이긴 여도, 참패한 야도 협치를 바라는 민심의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고질병이 되어버린 진영논리와 편 가르기 구태를 버렸으면 한다.

6.1 선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준 선거였다. 무투표로 당선된 의원수가 무려 300여 명에 달하는 기 현상을 보였다. 황당한 기분이 든다. 또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성향의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문제는 정당이 없고 기호도 없지만, 후보자들을 평가할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단일화로 당락이 결정된다. 무조건 찍는다는 것이다. 진보교육감 시대에서 진보 일색의 학교교육 정책이 획일화 되는 등 엉망이 되었어도 학부모가 아닌 경우 전혀 모른다. 그럼에도 국민이 뽑는다. 지방자치권 차원에서 교육감을 국민들이 뽑지만, 전문성을 감안, 교육감은 교육부에서 인사를 하든지 아님 학교교사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실효성과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선거 투표 방법도 바꿔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많게는 7곳에 투표를 해야 한다. 일일이 기억하고 찍는다는 게 힘들다. 더구나 교육자를 자처하는 후보들의 난립과 상대 비방은 추하기만 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선출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야가 투표를 호소하지만, 일할 사람, 일하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고, 모두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향한 선택으로 선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투표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투표 참여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가 된다. 아울러 이번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며칠사이에 바로 치러지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란 본래 의미가 사라지고, ‘대선 연장전’ 이 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현 대통령제가 지속된다면 10년마다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선거가 늘 이런 식으로 치러질 가능성 높다. 공약은 알 수 없을뿐더러 오직 단일화만 부각되는 ‘비교육적인’ 교육감 선거의 문제 또한 여전하다. 이들 제도에 대한 해법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이런 추세로 투표가 이뤄진다면 10%의 투표참여율로 선출되면서 90%의 무관심이 무시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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