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선에서 박빙의 표차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사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 39%가 ‘정권교체’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참 아니러니 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적폐청산의 칼’로 쓰였던 윤 후보가 문 정권을 갈아엎는 도구로 점지되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 못잖게 문 대통령 입장에서도 씁쓸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문 정부는 자화자찬 일색이었지만, 국민들로부터 초라한 집권 5년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조차 선거 내내 ‘정치교체’를 거론하며 문 정부와 거리를 두고 차별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현명한 유권자들은 그 말에 현혹되지 않았다.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권력층 스스로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속성에 대해 “서글픈 현실이지만,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점점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했다.

이런 논리로 보면 대장동 사건이니 법인카드로 초밥을 샀느니 하는 여당 후보의 흠결도 문제가 되겠지만 정권이 교체된 것은 여권 전체의 자책골로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 참석, 각종 개혁 성공과 이를 통한 정권재창출을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못다 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일까 여권 내에서는 ‘20년, 심지어 50년 장기 집권 론’(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왔다.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를 보면 그야말로 떡 줄 국민은 꿈도 꾸지 않는데 김 치국부터 마시며 자아 도취된 것 같다. 오만함이 극치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알게 된 것은 1987년 직선제 개헌이후 이어져온 보수. 진보 정당의 ‘10주기 집권 론’이 깨졌다는 사실이다. ‘노태우 - 김영삼.’ ‘김대중 - 노무현’ ‘이명박 – 박근혜대통령’으로 이어지며 적어도 한번은 여당에서 바통을 주고받던 관례가 무너진 것이다. 실책이 너무 많은 정부임에도 불구, 많은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원하는데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 까지 40%가량의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핵심비결은 ‘편 가르기 정치’ 라 말할 수 있다. ‘내로남불’에 대한 절대지지자들의 무한 관용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다시 말해 이는 40%대의 절대적인 지지자만을 의식했던 문 대통령의 정치적 폐쇄성 때문이라고 감히 지적하고자 한다. 그 결과 이번에 60%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것이다. 결국 여권 스스로 국정 실패의 싹을 틔운 꼴이다.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독식인사. 특히 당. 정. 청 요직에 포진한 ‘86운동권 세대’를 통한 국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종횡무진으로 칼자루를 마구 휘두르며 피를 뿌린 결과다. 한국 정치에 새로운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중대선거(critcal election)’로 꼽혔던 이번 20대 대선에 대해 필자는 ‘5년만의 정권교체’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정권을 잡는 쪽은 선거에 절대유리하기 마련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10년 정권’이 반복됐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정권 연장을 못하고 교체를 당했다는 사실은 엄밀히 말해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정권’이라는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 왜 연장에 실패했을까? 선거 초부터 중반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쪽이 우세했던 판세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실제 투표에서는 박빙으로 마무리 됐다. 이런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이 전략을 잘못 짰거나, 막판 방심했다는 등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 표를 모으는 ‘영끌’에 나셨기 때문에 그 힘이 민주당을 간만의 차로 이겼다고 본다. 민주당의 덕을 보았다는 게 타당할지도 모른다. 또한 판세를 뒤집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이들의 ‘최후의 보루’였던 도덕성과 신뢰성의 상실이라고 감히 말한다.

국민이 지난 5년간 민주당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그 사례는 차고 넘칠 정도다. 누구말대로 문 대통령의 업적을 들자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유일하게 그 공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하나만 놓고도 이들이 벌인 ‘작업’은 어느 정치인 표현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대포로 달려든 것과 다름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행정부에서 선거 주무를 맡은 행정안전부와 법무부의 장관 자리에 입법부 여당 인사를 앉혀 놓고 선거를 치렀고, 선거관리위원회는 1명을 빼고 위원 전체가 친여 성향인데도 확실하게 못 박으려다가 선관위 공무원들의 집단 항명을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보인 문 정부다. 선거 막판에 친 정권 미디어와 조직들을 앞세워 가짜 프로파간다를 마구 퍼트리는 일을 이번에도 서슴지 않고 자행했다. 그 선봉에 ‘문재인. 청와대’가 있다는 것쯤은 알만한 국민은 다 안다. 그걸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도덕성 상실의 끝은 포퓰리즘이었다. 어느 나라에든 포퓰리즘은 정권 획득에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야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보자고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에서 무리하게 벌이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특이하게도 집권 여당이 권력을 끝까지 놓지 못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포퓰리즘에 앞장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못했으면 그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주는 게 마땅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그 같은 상식의 공감대는 찾아볼 수 가 없다.

문 정부는 선거기간 중 자신들을 비판적인 자영업자의 입을 막기 위해 선거 직전 300만원씩 뿌리고, 코로나 확진 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데도, 통제강화는커녕 방역 완화를 했다. 여당 후보는 얼마가 소요되는지 집계조차 불가능한 ‘세금 퍼주기’ 공약을 마구 남발하며 국고를 탕진했다. 그러다보니 야당 역시 표를 의식 그보다 더 뜨는 포퓰리즘으로 맞서는 형국이 되어버렸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이 경쟁의 종착점은 모두의 자멸이다. 도덕성 문제는 국민의힘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파 세력이 좌파 세력의 타락에 돌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우파가 깨끗해서가 아니라 권력의 철저한 편 가르기로 인해 시험대에 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파의 최대 걸림돌은 부패와 부정이었고, 알 박기 인사 다. 정권을 되찾기 이전의 절실했던 초심을 지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그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반성은커녕 170여석의 의석수를 말하며 당선자를 향해 식물대통령을 만들겠다고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의 일원이 아닌 국민의 의원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아직도 정신 차리지 못한 이런 정치인들은 6월 선거에서 퇴출 시켜야 한다.

그나마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 며 작심 비판했다. 이어 “‘나 잘 했어요.’ 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것” 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채 위원은 광주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선 "탄핵과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초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인사 실패 내로남불, 불공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잃은 것을 반성하고 사과드린다." 고 했다. 그러면서 “ 가장 큰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생각한다.” 며 “지금이라도 나는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채 위원은 지난 16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청와대의 반성은 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 등에서 민심을 되찾는 데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통령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를 기관장과 임원으로 대거 앉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초기였던 2017년 7월여야 대표들과 오찬 자리에서 “낙하산·보은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 는 요구에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 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5년 임기 중 공공기관장 자리를 관피아(관료+마피아 합성어)출신들을 임용하면서 자기편으로 싹쓸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단행될 공공기관은 한국가스공사 등 4곳에 불과하다. 이미 문 정부가 기관장과 상임 감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면서 기관장 대다수가 2023년 또는 2024년까지 임기를 보장 받게 되었다. 윤 당선인 측은 최근 청와대 인사와 접촉 문 정부 임기 말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말고 자신들과 협의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 여권인사들의 무리한 공공기관 보임이 문 대통령 임기 막판까지 기승을 부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 인사권은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며 날선 반응을 보이며 인사권을 행사하려고 한다. 과거에도 전문성이 결여된 대선 캠프 출신 등을 집권 기간 내 공공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주요 요직에 임명해 경영부실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등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적폐청산’을 내걸고 사회 각 분야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문 정부에서 예전 정권의 전철을 밟는 ‘신 적폐’가 정권 말까지 일어나고 있어 국민들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분노했고, 정권 교체를 열망한 것이다. 공공기관은 전문성이 필요한 곳인 만큼 논공행상과 인사 나눠먹기 대상이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속에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

문 정부는 오불관언 귀를 막지 말고 차기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 몰상식한 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서 차기 정권에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두 달 후면 차기 정권이 들어선다. 4년의 임기로 임용되는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임용은 아무리 현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상식선에서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지만 기후재앙과, 코로나 사태, 부동산 혼란, 출산율 저조, 울진 산불의 재앙을 넘어 최근 대통령 선거를 통한 갈등의 불씨까지 당장 우리가 넘어야 할 높은 산들이 눈앞에 산재해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극단적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당선 된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국민통합’의 희망은 가능할지? 막바지에서의 문 정권이 보이는 작태가 아무래도 불안하다. 마치 두려움에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대선공약을 깨고 임기 말 인사권을 고집한다면 과연 통합과 협력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까? 국민은 이래저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히 정권이 바뀌게 되면서 국민들은 실 날 같은 희망이라도 갖게 되었다. 윤 당선인의 신정부도 국민통합을 소홀히 한 대가를 치룬 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초박빙의 득표율 차로 드러난 민의는 그래서 절묘했다. 현 정권의 오만과 무능과 불신을 심판하면서 6월 선거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승자의 자만도 경계해야 한다. “다음 정부는 어땠으면 좋겠다.” “새 정부에 바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무조건 문재인과 반대로 하면 성공한 대통령 소리 듣습니다.” 어느 유권자의 분노에 찬 목소리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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