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말리며 희비가 엇갈리는, 대선 승부가 끝났다. 예측한대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20대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 하늘은 이 나라를 버리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후보자는 물론이겠지만 유권자들도 그동안의 피로감과 공허감이 역습해온다. 허탈하기까지 하다. 이제 선거가 끝났으니 뭘 하지?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코로나19로 긴장을 풀 수 없을뿐더러 심심할 틈이 없다. 그동안 잊었던 코로나와의 전쟁 게임이 다시 전개되기 때문이다. 1987년 가칭 민주화 이래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 여덟 번째의 대통령 선거 중에서도 이번 대선은 참으로 유난한 것 같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역대 급 비 호감 선거의 양태는 건전한 경쟁을 뛰어넘어 적대와 증오의 수위를 넘나드는 진영대결의 불행한 귀결일 것이다. 선관위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되는 어이없는 사전투표 소동에, 확진 자 투표장에서 1번을 찍은 투표용지가 세 장이나 빈 봉투에서 나오는 등 문 대통령이 줄기차게 말했듯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거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선관위에게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는 지 논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미 마음속에 누구를 뽑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처럼 비춰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관위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지 않았는데, 비상근 직이라 출근 하지 않았다고 변명을 했다. 항의하는 유권자를 난동을 부린다고까지 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선관위나 경찰은 관심이 없다. 선거와 관련, 익숙한 비유 중 하나를 들자면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나라의 미래의 운명을 짊어질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나라를 잃을 것이라고 말하는 선거 구호가 그렇다. 후보들은 캠프라는 참호를 파놓고 그 안에서 호위무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지정된 시간에 폭로를 퍼뜨리며, 나누어진 ‘진영’의 근위병(?)들은 쉴 새 없이 뭔가를 만들어 댓글을 달며 퍼트린다. 실로 내전 같은 살벌한 선거 전을 벌린다. 그런 후 선거일이 되면 수많은 유권자는 폐허가 된 전쟁 피해자의 심정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은 채 기표소로 홀린 듯 줄지어 들어간다. 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선택지에서 사람 ‘인 여덟팔자(人)’모양의 흔적을 남기려고 굳이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쓰지 않아도 이미 엄중하고 고독할 그 억겁의 단 몇 초를 사방이 꽉 막힌 기표소에서 견디어야만 했다. 그리고 더 무거운 마음으로 새로운 대통령의 당선 확정을 기다리며, 저녁 채널에 시선을 멈추고, 밤을 새운다. 그렇게 해서 20대 대통령은 탄생되었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에 내려진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고, 말로가 불행한 대통령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은 대통령이 없다는 것도 국민들에게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그런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국민의 소박한 바람이 이 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어질까. 여야를 떠나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는 무엇일까. 훌륭한 지도자는 위기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지도자가 위기를 깨닫고 자신이 정의한 위기를 국민에게 설득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국민은 단합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다.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대외환경은 주변이 다 강대국이라는 점이다. 강대국 사이에 세력균형이 깨지는 전환기 때마다 희생을 당하는 건 우리였다.

1945년 일본이 무너지고 미국과 소련이 이 지역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할 때, 우리는 분단되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대륙을 통일했을 때 소련의 견제가 작용해 최악의 아픔인 전쟁을 겪었다. 지금 냉전이 끝나고 잠시 휴전상태로 평온하지만 지금 다시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조금도 긴장을 누출 수 없다. 미. 중 전략 경쟁에다 러시아가 전쟁까지 일으키고 있지 않은가. 차기 대통령은 이 점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려되는 점은 차기 대통령이 중앙정치, 의회정치의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더욱 제도나 체계에 의한 통치가 이뤄져야 한다. 킹메이커 소리를 듣는 대통령 개인을 중심으로 한 사조직 중심으로 가게 되면 문 정부와 같이 매우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다. 캠프의 누군가는 집권이후 제도적 형태의 통치방식에 대해, 대통령이 가진 자원들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한다. 특히 야당을 품고 가지 않으면, 식물 대통령으로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5년 후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한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집권 첫날부터 정책을 편다는 것은 오만하고 매우 위험한 태도다. 차기 대통령의 가장 중요 과제는 첫째도 통합, 둘째도 통합, 셋째도 통합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나라를 거의 분단 상태로 몰아갔다. 공유할 수 있는 상식이 실종되고, 서로 편을 갈라 싸우기만 했다.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넘어 묘서동처(猫鼠同處)란 말까지 무성하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더 나쁜 사람들이란 뜻이 아닌가. 민주화 이래 사회갈등이 이렇게 격화하고 역기능으로만 작용한 경우는 없었다. 이제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협치를 해야 한다. 성공한 대통령은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신기루다. 고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功)이 있다.”고 재평가되기도 한다. 이마저도 불허되는 대통령도 있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한 결 같이 모두 ‘통합정부’를 약속했다. 나라가 완전 두 쪽이 나있기 때문이다. 합당은 연합이 아닌 승자독식의 길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부는 대 연정을 반드시 하기를 권고한다. 국민이 지지한 만큼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승자독식으로 증오와 적대로 상대후보와 지지자들을 대할 때 누구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다. 더구나 차기 대통령은 한 번도 나라 전체문제를 다루어본 적이 없지 않는가. 통합정부라는 공통 약속에서 출발하자. 링컨을 필두로 루즈벨트, 처칠, 이승만, 브란트, 만델라, 김대중을 비롯해 위기 시의 대정치인들은 모두 정당의 경계를 넘어 통합정부를 구린 사람들이었다. 통합인수위를 꾸려 함께 나라의 ‘근본과제’와 ‘공통목표’를 찾아내고 ‘공통공약’을 추출하며, 경향의 ‘공통인재’를 널리 찾아야 한다. 그리고 국정을 잘할 수 있는 ‘분야별로’ 나눠 맡기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국민절반의 의견과 정책도 함께 수렴해야 한다.

촛불 이후 광장의 촛불을 공공성과 통합의 촛불이 아닌 진보 절반의 촛불로 왜곡한 결과 나라는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을 통해 검찰주의와 진영대결의 절정으로 치달았고, 검찰총장은 국정과 실현의 최고 역할자인 동시에 최대 피해자가 되었고, 그 사법주의 정치의 긍정과 부정의 최대 역설의 절정으로서 급기야는 수혜와 피해의 대표가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어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유세 동안 후보들이 독하게 내뿜는 연설과 지지자들의 뿌리 깊은 증오의 마음에서 우리는 이미 상호 간에 승리의 목표가 패자 처벌과 감옥행을 희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법자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징벌을 해야 한다. 이는 정치보복이 아니다. 처벌을 면제받을 수는 없다. 승리가 합법이고 패배가 불법인 법치는 법치가 아니다. 큰 정치는 갈등을 수용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고, 작은 정치는 자기 집단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다. 특별히 차기 대통령에게 권면을 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수렵을 통해 관직을 사냥한다는 뜻을 갖고 있는 엽관제를 철폐해야 한다.

이제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열렬한 지지자들이 자리를 요구한다. 그러면 자신의 선거를 도와준 측근들을 대거 관직에 임명했다. 그러나 그런 관직을 주면서 많은 폐해를 불러일으켰다. 문 정부가 그랬다. 낙하산 인사 근절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지난 4년 동안 금융공공기관의 감사나 비 상임이사 약 42%가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를 비롯 국정원까지 장악을 했다. 선거 때 도움을 받았다 해도 인사에는 엄격해야 한다. 외면할 수 없어 임명하면 결국 독배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 나라를 퇴보시키는 엽관제의 유혹을 과감하고 뿌리쳐야 한다. 공공기관에 발전은 보은 인사가 아니라 전문가를 발탁하는 것이다. 특히 국회위원 등 선출직 공무원의 공천도 충성도나 인기도가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평가된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 공천을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북한에 당당히 할 말을 해야 한다. 그래야 동맹을 유지하고,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킬수 있다. 진정한 대화와 협력도 가능해진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성공한 대통령상을 만들 수 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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