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몇 분의 지인들과 오찬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인원이 제한되어 4명이 만난자리였다. 식사 후 차(茶)한 잔을 나누며 한 지인이 필자에게 물었다. 요지는 두 달 후 대통령 선거의 선택기준을 차선(次善)으로 보는지, 아니면 차악(遮惡)으로 보는지를 묻는 거였다. 선택을 하려는데 굉장히 혼란스럽다고도 했다. ‘차선’은 가장 좋은 것 다음으로 좋은 걸 말한다. 반면에 ‘차악’은 가장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그다음으로 안 좋은 걸 일컫는 것이다. 보는 주체가 눈높이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좋음’을 기준으로 삼았다면 2순위 선택지가 차선이 되고, ‘나쁨’ 에 방점을 찍으면 차악이 된다. 굳이 순서를 매긴다면 최선 – 차선- 차악- 최악으로 할 수 있다.

이번 대선국면의 특징은 어느 선거 때보다 ‘비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1. 2당 후보 하나같이 본인에 대한 메가톤급 의혹 제기는 물론 가족 리스크까지 얽히고, 설키면서 혼란스러운 유권자인 국민들이 덜 나쁜 후보를 가려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여야가 국정운영의 안정적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주기보다는 서로 상대방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는 네거티브 전쟁이 정치 혐오와 불신을 키운 탓이 크다 할 수 있다. 대선이 두 달 남짓 다가오면서 후보마다 표심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유독 귀에 솔깃한 말이 들린다. 얼마 전 여당 대표가 자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어도 ‘정권교체’라는 말을 한 것이다. 한두 차례가 아니다. 최근에는 아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 받던 사람이다. 기소돼 죽을 뻔했지 않나, 장관을 했나, 뭘 했나, 이 후보도 새 정권”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당 내부에서 조차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작심을 한 듯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 후보 역시 의식적으로 현 정부와의 거리를 두고 있다. 정책도 그렇고, 발언도 그렇다. 현 정부 정책은 물론 조국 사건에 대해서도 지적과 함께 사과까지도 수차례 했다. 심지어는 현 정부에서 적폐 취급하던 인물까지 언급했다. 지난 4년 여간 잘못했다는 발언은 없었는데, 대선을 코앞에 두고 현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레임덕을 걱정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심사가 편치 않을 듯하다. 송영길 당 대표의 정권교체 발언의 연장선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가정사’는 물론 대장동 문제 등 복잡한 여러 현안에서 문 정부와의 차별화 없이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대 중반에서 허덕이고 있다. 역전을 당하는 설문조사도 다시 나오고 있다.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를 할 경우,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보니 결국 여당 이 후보가 당선되어도 정권교체라는 다소 ‘희괴’한 전략을 내세우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은 아주 소박하다. 좋은 대통령이 뽑혀서 나와 내 가족이 무탈하게 편안히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라가 두 갈래로 찢기고, 이념에 폐화 되고, 아빠(전쟁 경험세대)와 자식(전쟁 경험 없는 세대)간에 다투던 그런 정권을 다시는 더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아주 작은 소망이다.

문제는 여당의 송 대표나 이 후보가 말하는 정권교체론에 전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표만 노리고 국민을 속이는 전략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필자만의 아둔한 생각일까.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의구심이 우선 정부와 이 후보 간의 밀애(?)다. 이심문심(李心文心)이다. 문 대통령은 앵무새처럼 수시로 ‘청와대와 정부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공약을 내세우면 정부가 항상 뒷받침을 하고 있다. 1월 추경도 그 일례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추경에 반대하던 정부가 슬그머니 넘어갔다. 이뿐만 아니다,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을 현 정부가 입법화 하려고 한다. 정권교체라면 정부가 반기를 들어야하는 게 상식인데, 그렇지 않다. 정권 교체를 내세운 여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제껏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속고 살아왔다. 촛불집회의 문재인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거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했다. 지혜롭고 유능한 지도자였다면, 지금처럼 피폐화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21세기의 큰 축복을 누리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해놓은 경제부국임에도 이 나라는 비상하지 못하고 말았다. 설움을 많이 받은 탓일까. 여전히 진보의 강박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 편이 아니면 옳은 이야기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과거 정권인사는 ‘적폐’ 내몰아 인민재판처럼 처단하고, 통합과 협치를 요구하는 민심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통합을 거부한 문 정권이다. 민생경제에는 관심도 없고 오직 북한과의 종전 선언에만 무리하게 올인 하고 있다. 중국에 기울고, 동맹국인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후퇴시킨 통일, 외교 안보 정책도 매우 실망스럽다. 특히 임기 말 알 박기 보은 인사까지 했다. 더구나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 때부터 논란을 빚은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오는 24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비상임원으로 전환해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유지하게 되었다. 오는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 2024년 총선 등 각종 선거 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이 시점에서 꼭 그래야만 했을까? 그러니 다수는 정권교체로 민심이 천심이 되는 시대가 열리기를 열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패색이 짙어진 집권여당 후보가 문재인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단 한 사람의 유권자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포괄정당(catchall party)’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산층과 보수 유권자를 잡기 위해 부동산 세금 유예와 외교안보 우(右)클릭도 약속했다. 표가 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했다. 뒤집기를 반복하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을 바꾸기도 한다. 포퓰리즘 교과서가 따로 없다. 전환기 한국을 살릴 경세가는 보이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제왕적 대통령을 모셔야 한다. 참으로 불쌍한 국민이 아닐 수 없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은 더 분열되고 자칫 좌경화 국가로 추락하는 비극의 국가로 될 수도 있다. 새해는 밝아왔지만 국민을 능멸한 3류 정치의 종착역이 어두운 달빛 속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 이상 속을 수는 없다. 지금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머지않아 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을 맞이하게 된다. 거대 양당 후보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경쟁을 하고 있지만 두 후보 모두 불행하게도 가족 리스크를 갖고 있다. 한 쪽은 아들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의혹, 다른 한 쪽은 배우자의 이력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다. 최근에는 윤 후보의 배우자 7시간의 통화 내용이 특정 방송사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한 술 더 떠 “대선후보 부인인 김건희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며 충동질을 하고,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 씨가 이명수 씨와 초면에 누운 상태로 세 시간 동안 있었다고 하더라”고 말해 형사고발을 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MBC의 윤석열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 녹음 파일 보도는 요란한 사전 예고에 비해선 딱히 놀랄만한 내용이 없다. 다만 분명히 짚도 넘어갈 것은 이런 저급한 유튜브 채널 사적 대화들이 어떻게 ‘공익적’ 목적의 보도로 둔갑, 공영방송의 전파를 타게 되었는지 기자 출신인 필자도 의구심이 든다.

상대방을 몰래 녹음하면서 함정 취재한 몰상식적인 기자. 자질이 의심스럽다. 방송 후 많은 지인들로부터 “상식에도 벗어난 저런 기자도 있느냐? 저렇게 취재하는 건 위법 아닌가요”란 소리를 들었다. 네거티브 대선 정국이 단순 공방을 넘어 관음증 대결로 추락하면서 국민들은 짜증을 내고 있다. 한마디로 뚜껑을 열어보니 속빈 강정이었다. ‘소문난 잔치 집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물론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더라도 대통령의 가족이기 때문에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고, 지켜야 할 규범이 있건만, 안타깝게도 이를 어기는 사례는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가족검증은 68%가 당연하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후보자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철학보다 가족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과거의 잘못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거를 하는 이유는 국가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임을 감안한다면 후보자의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그만큼 후보의 검증이 엄격해야 한다. 특히 말을 자주 바꾸거나, 국민을 현혹시키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후보는 단호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이 대선을 49일 남짓 남겨두고 다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의혹으로 기소된 ‘대장동 키맨들’을 대상으로 한 법원 공판에서 그들의 입이 열릴 때마다 이 후보와 대장동 사건이 부각되면서다. 공판이 주로 월요일마다 열릴 것으로 예정되면서 당내에서는 이른바 ‘월요일 리스크’가 시작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소동이 월요일마다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주요 사건의 공판이 일주일 단위로 같은 요일에 열린다는 점을 미뤄보면 월요일마다 법원에서 대장동 5인방의 말이 속보 형태 보도로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대응도 더 기민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이 후보와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 후보가 연루된 것은 없으며, 피의자들과도 무관한 관계”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법원에서 매주 나올 말들 때문에 ‘대장동 사건 = 이재명 비리’라는 야당 공세가 커지는 것을 총력 방어해야 하는 처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더불어민주당 당원 4000여명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당원 자격을 정지하고 후보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 후보는 헌법에 명시되고 민주당 강령에 제시된 대한민국의 통일 지향을 부정하고, 5ㆍ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부정했다” 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과 윤리규범 및 강령, 당헌, 당규를 위반하는 해당 행위자로서 대통령 후보 자격은 물론 당원 자격이 취소돼야 한다.” 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더 이상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지도부를 신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능력조차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부당하게 임명된 이 후보의 직무집행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대선이 불과 49일 남은 시점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윤 후보는 20대에서 지지율이 급등했다. 반면 이 후보는 30%대 박스 권에 머물렀다. 尹 36.1%‧ 李 34.9%‧ 安 13.5%. 尹은 6.9% 오르고 李는 2.7% 떨어졌다. 선거는 과거보다 한 나라의 미래와 비전이 선택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도 유권자들이 차선이 없으면,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투표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내는 보험료와 같다.

[호 심송,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평교원 주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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