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구천(九泉)에서 떠돌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한 달, 그리고 나흘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장지가 파주시 통일동산 내 동화경모공원으로 결정됐다. 안장일은 최대한 준비가 되는 대로 곧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보통사람’을 표방하던 고인이 이제는, 실향민들과 함께 분단된 남북이 하나 되고 화합하는 날을 기원하며 편안하게 영면하리라 믿는다.

지난 달 26일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영결식을 마친 후 파주 오두 산 검단 사에 임시로 안치돼있었다. 반면에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거 닷새째인 27일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결식이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장지를 정하지 못해 연희동 자택에 안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서거 조문에 대응하는 산자들의 졸렬한 작태에 대하여 울분이 치솟는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명색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이다. 그런데 추념을 해야 할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조문을 두고 살아있는 자들 간에 왜 이렇게 잡음이 많은가 싶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씁쓸하다.

부정한 일로 수사를 받다 자살한 대통령과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한 국회의원, 심지어 부하 여직원에게 더러운 성추행을 했다가 발각되어 자살한 시장까지 세금으로 국가에서 분향소를 만들고, 국가에서 주관하여 장례를 치렀다. 그런데 유독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말이 않은가? 이미 가족들이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했고, 소박하게 북한이 보이는 전방고지에 백골로 남겠다고 유해를 전방에 뿌려 달라고 유언까지 남긴 군인다운 말을 했는데도 말이다.

또 주거 지역이 아닌 전라도 광주에서 수모를 당하며 재판을 받을 때 일이다. 재판 당시 판사가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을 때 얼마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그러면 지금 지갑에 얼마나 갖고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고 한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의 한 달 용돈이 30만원이었는데, 1만원 쓰고 남은 게 29만원이라 29만원이 있다고 했는데, 마치 전 재산을 29만원이라고 한 것처럼 둔갑이 되면서 모든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만들었다는 말도 흘러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좌파는 물론 우파까지도 이를 기정사실로 알고 전 전 대통령을 질타했다.

언론매체는 조문객도 없이 빈소가 쓸쓸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군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원들과 많은 예비역 군인들이 조문을 했고, 조문객이 줄을 서있었다. 다만 여야 정당,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은 5.18 광주사태만 아니면 치적을 쌓은 분으로 칭송을 받을 분인데, 안타깝게도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 곤혹을 치르다 명예를 회복하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인간의 삶에는 누구든지 공과가 있다. 종족 수백만을 죽인 모택동에 대해서 권력자 등소평은 “어느 지도자든지 ‘공과’가 있는 법이라며 모택동의 과실을 덮는 배려의 마음을 가졌다. 중국 속담에 “원수는 3대를 두고 복수 하지만, 부모상에 조문을 하면 그 복수는 없어진다”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역사가 권력을 쥔 자의 것이라 해도 죽음에 대해서까지 권력을 휘둘러 대는 짓은 참으로 속이 좁고, 분별력도, 철없는 자들의 짓거리 같아 서글프기에 앞서 울화통이 터진다. 현실적으로 이랬던 저랬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도자의 죽음을 두고 산자들이 시혜를 베푸는 듯한 짓거릴 하는 것을 보면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데, 필자만의 생각일까.

살아생전 부러울 것 없이 부귀영화를 누렸던 한명회. 자신이 죽어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리라고 감히 생각이나 했겠는가? 누구보다도 권력자들이 다시 한 번 상기했으면 한다.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운 적장의 죽음에도 애도를 표하는 게 인간의 심성이고 도리이거늘, 우리 내부의 종북 좌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던 같다. 삼국지를 보면 오(吳)나라의 주유와 촉(蜀)나라의 제갈공명은 불공대천원수지간이었지만, 제갈공명은 주유가 죽자 주유의 영전에 무릎을 끓고 조사(弔辭)를 낭독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설령, 죽을죄를 지었다고 치자. 그러나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300만에 달하는 자기 주민을 굶겨죽이고, 엽색행각에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세습독재, 인권말살 전체주의 정권의 수괴(首魁)를 찬양·미화·옹호·지지·지원해온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 당의 대선후보, 그리고 그 ‘주구’나 다름없는 5천여 종북 좌파단체와 친문어용 방송과 신문들, 김일성엔 주석, 김정일엔 국방위원장, 김정은엔 국무위원장이라며 깍듯이 직함을 붙이면서도 고인이 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겐 ‘전두환 씨,’ ‘전두환’이가 웬 말인가. 이게 제대로 된 정부, 정당이며, 언론매체인가? 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철천지원수 김일성 일가 보다 더 못하고, 나쁜 사람이란 말인가? 종북 좌파의 원로격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도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 앞에선 말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당시 한국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1년 전에 일어났던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도발을 들어 조문 불가 방침을 내놓았지만,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전신),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당과 문재인, 박지원, 정동영, 박원순, 한명숙, 노회찬, 이정희, 심상정 등, 정치권인사, 참여연대, 노무현재단, 범민련남측본부,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시민 단체 및 노조와 그 구성원, 종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정일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가하면 정부에 공식조문단 파견을 요청하고 주문까지도 했다.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조의문을 발표함으로써 사실상 조문을 했다. 인터넷에는 김정일 사망기사 아래에 애도 표시 및 조문주장 댓글이 실렸고, 서울대에 학생들에 의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분향소’가 설치됐는가하면 포털에는 김정일 추모카페 2곳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김정일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졌는가? 김정일은 외국(버마 아웅산)을 순방중인 우리 부총리와 외무장관을 비롯한 대한민국 외교사절단 17명을 폭탄을 터뜨려 살해하고, 우리 민간 항공기를 공중 폭파시켜, 탑승객 115명 전원을 숨지게 하는가 하면, 어뢰 기습공격으로 천안함 46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수장시킨 천인공노할 테러집단의 수괴가 아니었던가. 어디 그뿐이겠는가, 민간인 거주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퍼부어 무고한 우리 주민들과 군인들을 살상하고 서울과 청와대 불바다 운운 한 뒤 ‘남조선 괴뢰 역적패당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남쪽에 돌린 ‘후안무치’한 잔학 집단의 수괴다. 1976년 8월 18일의 야만적인 판문점 도끼만행사건도 김일성의 후계자로 갓 낙점 받은 김정일이 업적을 쌓기 위해 저지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김일성 사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은 재임기간 중 두 차례의 핵실험과 세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통해 남한을 잿더미로 만들겠다고 협박한 사람이다. 숱한 우리영해(서해 NLL) 침범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2008.11.17.), 제1차 연평해전(1999. 6. 15), 제2차 연평해전(2002. 6. 29), 대청해전(2009. 11. 10)도 그의 도발 작품이다. 어떻게 전 전 대통령에게는 그리도 모질게 대하면서도 우리의 적, 괴수에 대해서는 그리도 자애로운 가 말이다. 마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나라에서 사는 느낌이 든다.

논어 '자한(子罕)'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공자가 자신의 장례를 두고 한 이야기다. "내가 ‘가신’의 손에서 죽기보다는 차라리 자네들 손에서 죽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또 내가 큰 장례는 치르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가 설마 길거리에서 죽겠느냐(予與其死於臣之手也, 無寧死於二三子之手乎. 且予縱不得大葬, 予死於道路乎.)” 국가장이니 국장이니, '가신(家臣)'이라 호칭되는 그들 권력자에게 맡기느니, 편한 마음으로 나라 사랑하고, 고향 사랑한 평범한, 우리 민초들, 갑남을녀가 중심이 되어 고향으로 모시면 어떨까? 이렇게 천대를 받을 바에는 차라리 고향에 모시자. 전 전 대통령의 고향 합천에는 일해를 맞이할 넉넉한 품이 있다. 90년의 영욕을 다한 그를 안식케 할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낙동 장강대하의 원류요, 모천인 황강(黃江)이 있고, 인걸을 낳은 지령의 산 가야(伽倻)가 있다.

우리도 소박하게 조성해서 우리 국민들이 겸손함을 체험케 하고, 우리 참배자의 마음속에 일해를 영원히 임재(臨在)케 하면 어떨까? 문득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예수님은 “'인자(仁子)'가 머리 둘 곳이 없다” 고 했다. 여우도 굴이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는데, 그러나 이 어진 영가(靈駕)는 머리 하나 누 일 곳이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명당이 따로 없다. 의인이 묻히고, 인자가 묻히면 그곳이 바로 <명당>이 아니겠는가.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 길 뿐이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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