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두환(향년 90세)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거했다. 90년 영욕의 삶을 마지막엔 쓸쓸하게 퇴장을 하면서 한 시대가 마감됐다. 육사동기이기도 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 많은 세상을 등진지 28일 만에 같은 길을 떠난 전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6주기 바로 다음 날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33년 전 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의 논란들에 대해 사죄하고 부인 이순자 여사와 강원도 인제 백담사로 자의 반 타의 반의 유배를 떠나던 날이기도 하다. 최근까지 망자인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지만 항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졸수 혹은 동리로도 불리는 구순까지 산 前 전 대통령의 삶은 그야말로 영욕의 날들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렇게 떠난 전 전 대통령을 조용히 떠나보내지 않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지나 칠 만큼 부정 일색이다. 그래서일까. 범여권 중심으로 망자인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보다 비난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 역시 광주의 눈치를 보며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전 전 대통령 빈소조문은 가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는 "끝내 역사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이어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같은 해 12‧12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전 전 대통령은 5.17 김대중. 김영삼 등 야권 인사를 연행한데 이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신설해 국정을 장악했다. 양 김의 연행을 계기로 일어난 광주 5.18 사태에서 공수단의 유혈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광주 시민 단체 등은 전 전 대통령이 끝내 5.18 사태 때 유혈 진압에 대한 사죄도, 용서도 빌지 않고 마지막까지 반성을 안 하고 떠났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분위기가 고조 되자 각 당 대선주자들 조차 전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당은 고인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고 비난하는 반면 야당은 “고인의 책임은 막중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언에 통일을 맞이하고 싶다며 전방에 한 줌 흙으로 묻히고 싶다 했는데, 전 전 대통령도 2014년 발간 한 회고록에 “북녘 땅이 바라다 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있으면서 기어이 통일의 그날을 맞고 싶다”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마지막 통과하는 관문이 죽음이고, 이에 따르는 의례가 상례이다.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죽음을 단순히 인간의 생물학적인 활동의 정지가 아니라, 인간의 영혼이 현세에서 타계(他界)로 옮겨간다고 믿으며,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일반적으로 살아온 망자(亡者)에 대한 삶에 대해 덕담과 함께 명복을 빌어주는 게 그동안 우리사회가 지향한 유교적 관례이다.

고인이 죽음과 관련, 여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고인을 전두환 씨로 호칭하면서 "전두환 씨는 명백하게 확인된 것처럼 내란, 학살 사건의 주범"이라며 "최하 수백 명의 사람을 살상했던, 자신의 사적 욕망을 위해 국가권력을 찬탈했던 이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에 대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국민에게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자이기에 조문을 갈 생각이 없다” 고 말했다. 지난 달 27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면서 5.18 묘역 입구의 ‘전두환 대통령’의 비석을 발로 밟으며 희죽이던 이 후보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며 조문을 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전 전 대통령의 경우 국가장이나 국립묘지 안장이란 건 일고의 가치도 없다” 고 밝힌 바 있다.

광주사태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되는 사람들은 ‘전두환’ ‘전두환 씨’ 라고 불러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공직이 있거나 정치인들은 그렇게 부르면 안 된다. 특히 언론. 방송매체 기자나 아나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아무리 눈치를 본다 해도 직함을 빼고 이름만 부른다는 것은 공인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들은 전 전 대통령 사망을 두고 각기 다른 역사관을 보이고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한 그를 향해 여전히 '전 대통령'이라고 호칭하는 매체들이 대다수인 반면, 몇몇 보수 매체들은 '별세'라는 단어도 사용했다. 이와 달리 진보 성향 매체는 강도 높은 단어를 사용하며 고인을 비판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망을 축하하면서도 제대로 단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여론도 있다.

주요 종합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인을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호칭했다. 한겨레는 “참혹했던 1980년대, 군부독재와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전두환이 23일 사망했다” 며 “수십 년간 치유 받지 못한 역사의 상처 앞에서도 마지막까지 사죄와 참회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학살자'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송된 속보 제목은 '[속보] 전두환 연희동 자택서 사망'이었다. 경향신문은 오전 9시50분 '[속보] 전두환 씨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속보를 냈다. 경향신문은 속보를 전하며 “전 씨는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사태의 장본인”이라고 꼬집었다. 굳이 돌아가신 날 이렇게 망자의 "영욕(榮辱)의 삶" 을 말하겠다면서 어찌 榮의 부분은 한마디도 없고 辱의 부분만 찔러 방송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거한 가운데 그의 흔적도 상당 부분 사라지거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졌다. 대부분 시민단체 등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를 탄압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흔적을 보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따른 것이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은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 서있다. 충북도가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5년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등 역대 대통령 9명과 명의 동상을 세웠다. 그런데 5·18단체가 “예우를 박탈당한 전직 대통령의 동상은 없애야 한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결국 충북도는 지난해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청남대 관리사무소 뒤편으로 옮겼다.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에는 안내판도 세웠다. 안내판에는 “1980년 5월 17일 ‘서울의 봄’을 짓밟고 비상계엄 전국 확대”,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을 동원하여 5·18민주화운동 무력 탄압”이란 문구를 담았다.

인제 백담사는 30년가량 보존해온 전 전 대통령 흔적을 2019년에 모두 없앴다. 그가 머물던 백담사 화엄 실을 철거하면서 보존해 온 의류·목욕용품·거울·이불·화장대·촛대·세숫대야 등도 모두 치웠다. 철거 전 백담사는 사용한 물품 등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입니다’라는 팻말과 함께 전시해왔다. 백담사는 전 전 대통령이 퇴임 9개월 만인 1988년 11월 23일부터 1990년 12월 말까지 13개월간 지낸 곳이다. 백담사 관계자는 “스님들이 조용히 지내기를 원했고 속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망월동 구묘 역) 입구 바닥에는 '전두환 민박 기념비'가 땅속에 묻힌 상태로 남아있다. 기념비는 전 전 대통령이 부인과 함께 1982년 3월 전남 담양군 고서면 성산마을을 찾아 민박한 것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광주·전남민주동지회는 1989년 1월13일 기념비를 부숴 망월묘역에 가져와 바닥에 묻었다.

역사가 매도당하는 기분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잘못된 과거’라도 기록으로 남겨 후세들에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현판을 교체하더라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것은 어딘가 보관해 전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까지도 보존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역사를 알고 비교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조 신부처럼 고인 된 전 전 대통령에게도 명예가 있는 법인데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닌가. 또한 고인의 비석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밟게 하면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 증오심만 심어 줄 뿐이다. 또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으니 조문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성추행을 자행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살했을 당시 피해자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정치인들이 조문을 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유족은 가족장으로 하고 유해는 화장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지는 전방고지인데 유족이 결정할 입장이 못 된다며 일단 유해는 임시로 안치 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사태의 관련자들 말대로 아직도 여전히 미완 상태인 광주 5·18 사태의 진상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도 많은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바라기는 전 전 대통령께서 세속의 모든 영욕을 잊어버리시고 하늘나라에서 평안하게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명복을 비는 국민도 많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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