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넉 달여 남은 시점에서 열성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늦가을 날씨만큼이나 음산하기만 하다. 장기적인 코로나 영향도 있겠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별 관심이 없고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나쁜 놈, 추한 놈, 비열한 놈’ 얼핏 영화제목을 연상시키는 말이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후보들이 ‘놈놈놈’들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찍을만한 ‘놈’이 없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은 ‘나쁜 놈, 추한 놈, 비열한 놈’ 이 아니라 ‘가장 센 놈’ ‘강한 남자’를 자처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착각은 자유라 하지만, 아수라, 감옥, 조폭, 정신머리, 왕, 도둑, 충견, 사이다, 홍카 콜라.... 이 같은 표현들이 대선 판을 헤집으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사생결단식으로 살벌하고 피 튀기는 대선 풍토를 보면서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하게 된다. ‘죽여라’ ‘죽여라’ 엄지를 아래로 꺾고 외치는 로마 시민들, 그 안에서 뒹구는 근육질 투사들의 모습, 그 모습이 대선주자들의 모습은 아닌지, 후보들이 투사처럼 점점 더 상처투성이가 돼가고 있어 딱히 마음을 내주고 싶은 후보를 찾기가 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최선이 아닌 차악의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대장동’ 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성남시장 재직 시 벌어졌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스스로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늘 강조했지만, 이젠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장동 아귀다툼은 이 나라 윤리와 사법 시스템의 오작동을 실증하고 있다. 힘없는 원주민이 피 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 고위 법조인과 정치인, 언론인이 토건업자들과 한 통속이 되어 질펀한 탐욕의 잔치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 철저 수사,” 지시에도 검찰 수사는 속 빈 강정이다. 최고지도자의 영(令)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계좌추적도 없이 업자들의 녹취록에만 의존 화천대유 김만배 대주주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검찰이 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공개지시한지 3시간 만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대통령의 지시 중 ‘철저’는 빼고 ‘신속’만 따르다 사고가 난 꼴이다. 수사 착수 보름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장실과 부속실은 제외했다.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피해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김만배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하자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에서 ”정치인 ‘그분’을 얘기 하는 건 아니다.” 라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지사 봐주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웠다. 7시간 이후 재차 단언하느냐는 질문에 “수사결과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단언 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고도 대장동 개발의 최종 결정권을 쥔 성남시장 이었던 이 지사의 연루 여부를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을까? 그런 그에게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검찰 내에서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가득이나 전담수사팀이 친정부 성향 검찰로 구성돼 이 지사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김 총장의 고문 변호사 이력까지 드러남에 따라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 김 총장 스스로가 수사 지휘를 하지 않는 게 도리다. 안 할 경우 박 범계 법무부장관이 김 총장을 대장동 사건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단의 초치를 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누가 뭐라 해도 대장동 게이트는 기적적으로 성취한 경제 민주화 역사를 모욕했고, 나라의 근본 가치를 전복시키고 있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는 이재명 지사가 서 있다. 그는 “단 1원이라도 받았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신뢰하기 힘든 경검 수사보다는 중립적인 특검을 자청해 지체 없이 결백을 입증했어야 했다. 하나의 팩트를 놓고 말장난하는 것은 국민을 고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친 착각에서일까. 경기도 국감에 참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은 “완승”을 자신하며 잔뜩 고무되어 있는 분위기다. 대장동 때문에 코너로 몰리면서도 “돈을 받은 자 = 범인, 장물 나누는 자 = 도둑”이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은 어찌 보면 강력한 승부사, 투사 면모 그대로다. “아수라의 가면을 찢어버리겠다” 고 벼르는 야당의 엄포도 강한 남자 이재명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큰 소리를 내고 흔들리는데도 뛰어나온 것은 고작 쥐 한 마리뿐), 이제 쥐를 잡을 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9일 자신의 페이스 북에 남긴 말이다. 과연 그 쥐가 누가 될까 궁금하다.

그러나 이 후보와 민주당은 마냥 낙관할 수 없다. 일단 지지율이 하향추세다. 18일 T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가상 양자대결’ 조사(15~16일)에서 이 후보는 국민의힘 유력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모두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의 지지율 부진은 19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 업체 ‘폴리컴’과 ‘공정’ 조사에서도 비슷했다. 민주당 지지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초대형 사건 수사와 수사팀의 핵심 검사가 다른 업무를 부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이 아쉬운 마당에 사건의 흐름을 상세히 꿰면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던 검사들을 내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 검찰 수뇌부는 정권의 심복이라는 의심을 받던 인물들이고, 수사는 ‘고의적 지지부진’의 의혹을 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업무 재조정의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젊은 검사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내부 전언도 들려온다. 허지만 검찰 수뇌부는 아무 의도가 없는 정상적인 조치일 뿐이라고 해명하기에 바쁘다.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을 보면 우왕좌왕 정권에 눈치를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춰진다. 9년 전 민간인 불법 사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 사찰 증거 인멸 의혹 수사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되어진다. 그 당시도 불법 사찰 증거인멸 지휘자로 의심 받던 이가 법무부장관으로 내리 꽂혀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에도 수뇌부의 장관 봐주기에 ‘사표 배수진’을 치고 저항한 검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장관도 수사를 해야 한다’ 며 결기를 보였지만 공고한 정치 검사들의 벽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현 상황이 그 때와는 본질적으로 동일한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권력은 물론이고, 미래 권력에까지 자발적으로 몸을 굽히는 정치 검사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수시로 재연 반복 되는 게 사실로 인정 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피곤 할 수밖에 없으니 짜증이 치민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부터 “26년 검사 생활에 이런 수사 방식은 처음 본다.” 는 조롱까지 당했다.

그간의 검찰수사 행태를 보면 여권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 지사 봐주기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수사 실력도, 의지도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니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야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게 아니겠는 가. 문제는 야당 후보들의 태도다. 야당후보들의 경선 토론을 보면 실망스럽기만 하다. 이재명 후보가 내세우는 기본소득 공약 등에 대응 할 정책과 비전은 온데간데없고 막말잔치만 무성하다. 같은 당의 후보들을 경선 상대로 대하는 게 아니라 ‘악의 축’으로 몰아가는 꼴이 가관이다. 벌써부터 본 경선 전후 내분 위기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런 기본도 안 된 사람들이 대통령하겠다고 나섰다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 아닌가 싶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윤석열 후보는 주술 논란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분’과 ‘왕’이 21세기 한국을 뒤흔들고 있다. 국민 수준은 민주공화국인데, 두 후보들은 아직도 근대 이전의 왕궁에 빠져 혼곤하게 잠에 취해있으니 걱정이 앞선다. 진정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당장 의 위기만 벗어나면 된다는 위선, 나라가 어떻게 쪼개지던 권력만 잡으면 그만이란 출세만능의 기회주의적 근성, 함량미달의 후보가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대선 판. 붙고나 보자는 대선 판은 국가의 비극이다. 내년 3월까지 참 긴 시간인 것 같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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