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 경찰조사에 출두한 화천대유 최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좋아하는 형님들을 법률단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또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화천대유 김씨가 윤석열과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했다. 윤 전 검찰총장 부친 소유 주택을 김씨 누나가 샀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였다. 문뜩 오래 전 종로의 김두한, 동대문의 이정재, 그리고 박치기와 발길질 등 주 특기로 전설의 주먹으로 불렸던 시라소니가 떠오른다. 그런 주먹 형님들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 이후 1980년대 신문지면에 주먹 ‘형님’이란 단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님인 전기환씨가 경찰 인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양녕대군’으로 불렸지만, 1988년 5공 비리 수사 때 구속됐다. 형님 풍파는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부 때도 이어져 왔다. 노 전 대통령의 형님인 노건평씨는 인사 청탁 구설에 오르며, 정치권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노씨도 이권개입혐의로 2008년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역시 뇌물 등의 혐의로 2012년 구속 됐다. 이 전 대통령 큰 형인 이상은씨는 자동차부품 회사인 ‘다스’ 차명 소유 논란이 일었다. 급기야는 이일로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뇌물 혐의로 2018년 구속돼 현재까지 구금 상태다.

한동안 잠잠하던 ‘형님 폭풍’이 다시 몰아치고 있다. 이번엔 혈연지간이 아닌 ‘아는 형님’ 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말로(末路)가 하나 같이 다 안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 악순환이 거듭되는 현실 정치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이른바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연일 눈덩어리처럼 불어나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시작된 논란의 불씨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까지 옮겨 붙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론 양당 대선예비주자들의 셈법이 날로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여야가 ‘대장동 의혹’을 두고 서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한 이번 논란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몰아세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와 윤 전 총장의 관계를 집중 추궁하며 역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치권에 따르면 주요 여론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위와 2위를 번갈아 차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8.0%로 1위를 차지했고,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도지사가 27.6%로 기록 2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수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홍준표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후끈 달아오른 대선 판을 보면 민망하기 그지없다. 대통령이 되었을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정책 제시 보다 상대방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무조건 안으로만 굽고, 우리 편으로만 향한다. ‘나를 욕하는 사람은 원래 나를 안 찍을 사람이니 신경 쓸 필요도 없고, 기분 나쁠 필요도 없다’ 고 한다. 그러니 어떤 엽기적인 사건이 터져도 시비가 없다. 죄다 상대방, 전 정권 탓으로 돌린다. 단지 진영의 유불리만으로 치고받는다.

온 나라를 뒤덮은 ‘화천대유’와 ‘고발사주’가 그렇다. 여야의 유력주자이기도 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그 한가운데에 있다. 모든 국민들을 어지럽게 만들고 분통터지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과의 전쟁, 윤 전 총장은 검찰 독립을 내건 정권과의 싸움이 정치적 밑천이다. 그렇다면 중립적 특검에 모두를 맡겨 모든 의혹을 백일하에 밝히는 게 순리가 아니겠는가. 특히 문 정권의 검찰은 미덥지 않다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데다 다투는 대상이 정치검찰이어서 믿고 맡길 수도 없는 처지다. 의혹 당사자들이 떳떳하다면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냥 ‘적반하장’이라고만 우긴다. 특권과 반칙을 몰아내고, 흑백을 가리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법이 있다면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게 맞다.

특히 나라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분들이라면, 엄중한 의혹을 받는다면, 자신들의 통제 범위밖에 있는 특검 수사를 앞장서 요구해야 한다. 수사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특검은 반대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나도, 너도 모두 특검받자’는 말을 왜 못하고 있는 걸까? 선거는 지지층만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반대여론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고 싫어하는 사람과도 소통해야 한다.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물러나라고 손가락질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역대 최악이란 비호감 선거를 호감 선거로 돌려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싫은 사람 말을 듣지 않듯이 유권자는 싫은 후보의 말을 듣지도 않을뿐더러 믿지도 않는다. 그러나 공정하게 진위를 가리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나라가 사실 상 분단 상태다. 통합을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를 더 확산 시켰다. ‘우리 이니 마음대로 해’ 란 부류들의 눈치만 살피다, 어벌쩡하게 ‘대깨문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정권의 하산 길, 막았던 둑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부동산, 소득주도성장, 탈 원전, 청년실업, 비정규직, 북핵 문제와 코로나 백신 대응까지 “이 정부가 잘 한 정책이 하나라도 있느냐”는 절규와 “180석이나 몰아줬는데, 도대체 뭘 하는 것인지?” 하는 아우성이 뒤범벅됐다. 위기를 느낀 정권은 불행하게도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성찰과 자기반성, 사죄 대신 열렬지지층의 분노에 기대 ‘드레퓌스’를 만들어 냈다. ‘기레기’라는 멸시를 받는 언론에 ‘가짜뉴스’에 신물 난 대중의 분노를 투사시키는 비열한 수법을 쓴 것이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그랬듯이 ‘가짜뉴스 피해보호’라는 그들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측은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 등을 고소.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과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번 논란에 여야 대선 유력주자들이 연계되면서 ‘이재명 게이트’냐, ‘국민의힘 게이트’냐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 논란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와 유 전 총장이 1, 2위를 다투고 있는 만큼 양당의 대처방식과 수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타를 입는 등 희비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요구에 따라 특검이 도입 될 경우 내년 대선이 있는 3월 직전쯤 수사의 윤각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더욱 안개 속으로 가려진 상황이다.

NBS 조사에 따르면 9월 3주차 대비 이 지사는 1%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전 총장은 3%포인트 하락했으나 큰 흔들림은 없다는 평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장동 논란이 연말 연초 까지 이어지면서 대선 향배를 가름 할 대형 이슈가 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는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앞으로 여론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한 쪽은 치명상을, 또 한 쪽은 기사회생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 대선 경선이 중반을 지나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분위기지만 야당 대선 경선은 이제부터 시작인 단계”라며 “대선주자들의 설화가 지지율에 일부 영향을 미치겠지만, 진짜 변수는 의혹이 전개되는 방향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 보다 뭐가 터지느냐가 변수”라고 지적했다.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오히려 각 진영별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 절반이 대선 후보에게 비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 절반이 싫어한다는 것은 국정을 끌어가는데 굉장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의도와는 달리, 편을 갈라 상대편을 적처럼 공격하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렇다. 문제는 유권자가 선택을 하는데 있어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직 자기편만 보고 달린다. 지지층만을 결집시킬 확실한 재료만 퍼붓는다. 상대편 실수를 기다렸다 호재라 생각하고 물어뜯는다. 어차피 ‘누구를 더 용납할 수 없느냐’ 가 관건이다. 선거에서 통합 정치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분열과 리더십의 위기에 갇힌 대한민국 용광로는 지금 깨진 틈으로 끊임없이 쇳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불안하다. 이젠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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