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에게 망 말을 밥 먹듯 하는 젊디젊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최근에 어리석다는 뜻인 ‘우몽하다’는 말로 문재인 대통령을 우롱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늘 그래왔듯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를 두고 국민들조차 이번엔 김여정에게 우몽(愚蒙)하다는 소리 들을 정도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실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대통령의 실언이 사실이라면 소위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추석 연휴 중 TV화면에 비친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장은 썰렁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진 핑 중국 국가주석 등 다수 정상들은 화상으로 연설했다. 참석하지 않아도 좋다고 했지만, 문대통령은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 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남한과 북한, 미국, 중국 등 한국전쟁 당사자국들이 모여 한반도 '종전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 이라며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예외로 차가웠다. 문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도 만나보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반면 국제사회와는 달리 북한은 널뛰듯 반색을 했다. 처음엔 ‘종잇장’ ‘허상’(이태성 외무성 부상)이라며 비웃더니 7시간 만에 ‘흥미 있는 제안’이라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태도를 바꾸었다. 김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과 종전선언뿐만 아니라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등의 문제에도 건설적 논의를 할 수 있다" 고 문재인 정부에 거꾸로 미끼를 던지는 수법을 썼다. 다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염불(종전선언)보다 잿밥(유엔대북해제, 주한미군 철수)등이 주관심사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속내를 드러낸 꼴이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새 제안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내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벌써 3번째다. 그러나 역대 미국 정부의 ‘선(先)비핵화. 후(後)종전선언문 원칙이란 벽에 막혔던 사안이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안 보이면 넘기 힘든 허들이었다.

대통령은 순방을 마치고 서울로 귀국하던 공군1호기에서조차 기자단과 기내 간담회를 갖고 "북한과 대화가 어려운 상황" 이라면서도 "그러나 계속해서 이런 시간만 보낼 순 없고 결국 대화 공백이 길어지면 다시 여러 가지 위기상황이 조성되고. 평화나 안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빨리 다시 또 북한하고 대화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 강한 집착을 보였다.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 간에 승자와 패자로 갈라져 전쟁상태가 완전히 종료됐음을 확인하는 공동의 의사 표명이자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행위다. 종전선언은 말 그대로 전쟁을 포기하고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정치적 선언이기도하다. 당연히 상호존중 원칙이 핵심이다. 이 점은 국제정치에서도 공인된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 안보구조에서 한국이 북한과 상호 존중 원칙에 합의를 할 여건이 조성되는 가다. 주지하다시피 남한과 북한은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맺으면서 현재까지 휴전 상태로 있다. 앞서 종전선언 뒤 평화협정을 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어왔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이 “북한이(영변 핵시설 재가동 등)핵개발 계획에 전력 질주 중”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고장 난 유성기판처럼 낡은 레퍼토리를 여전히 틀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얼핏 대선 국면에서, 특별하게 내세울 업적이 없으니 조급한 마음에 핵보유로 체제를 지키려는 북한의 속셈을 알고도 눈감아 주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지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남과 북은 종전을 선언하면서 정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로 하고 합의 단계로 들어갔으나, 돌연 비핵화와 종전선언은 서로 맞바꾸는 흥정물이 아니라고 북이 선을 그으면서 틀어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유사한 착시현상을 드러냈다. “동서독은 선의를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다”고 했다. 그러자 통독 전문가인 손선홍 전 주독대사관 총영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독의 압박과 인권정책이 동독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도 “통독과 관련한 팩트를 아는 전문가조차 없는 청와대 보좌 기능에 문제가 많다” 고 꼬집었다.

1992년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효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남한 내 전술핵을 철수시킨바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개발에 나섰다. ‘한반도 비핵화’ 가 아닌 ‘북한 비핵화’가 유엔의 현안이 된 이유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 비핵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북핵 문제는 남북 간 어젠다이자 국제 현안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건 ‘유엔사 해체’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도 유엔군은 참전하지 말라는 공문을 유엔 참전국 16개국에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이름으로 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외에 안보 쪽 실세란 실세는 죄다 나서서 유엔사 해체를 주창해 왔다. "족보 없는 유엔사가 남북 관계에 간섭하지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 는 당시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발언뿐만이 아니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가 "남북 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사" 라고 했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엔사가)말도 안 되는 월권을 행사한다" 고 비판했다. 그리고 당시 조세영 외교부 차관까지 나서서 "정전 협정의 종식을 통한 유엔사의 역할 변화"를 언급했다.

한 술 더 떠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는 북한이 유엔서 국가로 인정받았으니 ‘국가보안법’을 페기 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휴전 상태로 대치된 남북 간의 극한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을 폐기해야 맞는 가 혼란스럽다. 유엔사 해체는 주한 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함께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단골 메뉴다. 북한은 유엔사를 겨냥해서 유엔 총회에서 '유령 조직'이라고 하고, 한 때는 '괴물 같은 조직'이라 비난하기도 했다.

정세가 이렇다보니 국민들의 안보의식도 흐릿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충북동지회’란 단체가 북한의 지시대로 스텔스기 도입 반대 투쟁을 벌렸다는 데도, 대통령이 징역을 산 간첩들을 존경한다고 해도 별 관심이 없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북한은 남침 할 능력은커녕 체제유지가 더 절박하다”는 글을 올렸다. 아찔했다. 가공할 위협인 북핵을 빼고 북 재래식 무기가 낙후하다며 남침 능력이 없다고 한 건 뭔가 착각을 한 것 같다. 심지어는 신임 국립외교안보 원장까지 “북한은 경제력이 남한의 53분의 1” 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이 불필요하다고 했다 말을 바꿔 응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문 정부가 비현실적 ‘평화 환상’에 젖어 있다는 징후다.

경제력과 문화 수준이 월등했던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가 왜 상무주의로 똘똘 뭉친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을까. 중국 국공 내전에서도 병력과, 화력이 앞섰던 국민당이 낡은 소총을 든 마오쩌둥 공산군에 퇴패를 당했을까. 또 20년 전 패망한 월남도 조직화 된 군대와 최신무기를 갖고 있었음에도 ‘보트 피플’ 이란 이름만을 남긴 채 잊혀 진 나라가 되었을까. 가까이는 정예화된 군대와 최신무기를 보유했던 아프간이 한 순간에 점령을 당할 수 있을까. 월남, 아프간의 공통점은 모두 평화협정을 맺고, 2년 후 미군이 철수하면서 공략을 당했다. 집권층이 자강(自强) 의지를 잃고, 국민이 분열하면 안보는 무너지고 나라는 패망한다는 게 월남과 아프간 사태의 핵심교훈이다.

지금도 북한은 여전히 핵보유국 인정과 유엔사 해체,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임기 말 정부가 종전선언 등 ‘우리끼리 이벤트’에만 정신이 팔리면 진짜 한반도는 요연해질 수밖에 없다.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대통령이 그렇게 목을 매는 종전선언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가 녹녹치 않아 보인다. 내년 대선에서 ‘우물 안 외교’에서 벗어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고 안보정신이 투철한 후보를 골라야 할 유권자의 어깨만 무거워진 것 같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아프간 꼴 난다. 이제는 국민들이 깨어서 일어날 때다. 북한이 지난 25일 담화에서 종전 선언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부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소집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임을 보였지만 ‘도발’이란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언제까지 북한의 비위만 맞출 것인가.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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