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를 계기로 탈레반이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한지 보름이 지났다. 이 무장 단체가 20년 만에 귀환한 수도 카불은 곧바로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아프간인 들에게 생지옥이 되어버렸다. 교리를 위반했다고 여성을 사살을 하는 등 각처에서 정부군 인사들과 선교사들이 참수를 당하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탈출을 시도하던 엄마들이 아기들만이라도 자유를 찾게 하기 위해 카불 공항 철조망 너머로 아기들을 공처럼 던지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자신들은 죽더라도 피붙이는 미군 병사들의 손에 맡기려는 처절한 시도로서 애절함이 묻어난다.
아프간 정부가 허망하게 무너진 배경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탈레반의 카불 진입 직전 해외로 도피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 와중에 헬기에 다 실지 못할 정도의 돈을 챙겨갖고 갔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살기위해 도피 한 것은 어떤 무엇으로라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지도자의 무능과 부패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 탈레반에 호된 인권탄압을 받았던 아프간인들 모두가 국가관이 없을뿐더러, 탈레반은 우리 친구라는 개념에서 전의를 잃고 사분오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지도자와 국가관이 결여됨으로서 국민들은 나라를 잃은 슬픔을 겪게 되었다.
아프간 붕괴의 직접적 도화선은 미군 철수를 들 수가 있다. 철군 발표 4개월 만에 처참하리만치 무너지리라 예측 못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욕을 먹고 있다. 그러나 철군은 이미 오바마 정부 이래 예정되었던 수순이었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한 미국으로선 중동 유전을 지킬 길목인 아프간의 지경학적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레반의 카불 입성은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은 지 1년 반 만이었다. 1975년 미국과 북베트남(월맹)이 파리 평화협정을 체결 한 뒤 2년 만에 남베트남(월남) 수도 사이공이 함락됐다. 두 나라의 공통적 메시지는 자명하다. ‘미군철수’ ‘평화협정’을 외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라를 지킬 의지가 전혀 없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말했듯 자기 나라를 스스로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를 끝까지 보호하고 지켜 줄 동맹국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동맹은 상호간에 이익이 수반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며 손해를 본다고 생각 들면 언제든지 조약이 깨질 수도 있다.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생지옥이 펼쳐지면서 안팎에서 관련 뉴스가 핫뉴스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선 한국을 도왔던 아프간인과 가족들을 구한 영웅담이 넘쳐나고 있다. 난민이 아닌 특별대우를 하면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인권을 중요시 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북한 땅에서 무참하게 화형을 당한 우리 공무원의 참상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또 어선을 타고 탈북 한 청년들을 범법자로 몰아 눈을 가리고 수갑을 채운 채 판문점에서 북한으로 넘긴 행태는 현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들도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 국토 안에 있는 국민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그들 청년들이 사지에 몰릴 것이 분명함에도 강제 북송한 것은 인권 차원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해외에선 북한- 탈레반 관계에 대한 유언비어들이 넘쳐나게 떠돌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미 국방부는 지난 달 25일 “북한은 그동안 탈레반과 소통해 왔으며 특수훈련을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미군이 아프간에 남기고 간 첨단무기들을 사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아프간 사태로 미국이 세계 전략과 대북정책이 영향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선 대북 문제에 시큰둥했던 바이든 정부가 아예 북한을 방치할 공산이 더 켜졌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래 미국의 세계 전략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강대국 간의 전쟁’으로 바뀌고 있다. 어쩜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가 이런 변화를 암시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이라도 해결하고자 대미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 이런 판국에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면 그 결과는 강 건너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난 달 30일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명석한 두뇌를 갖고 있는 북한은 2001년 탈레반, 2003년 이라크 공격 이후에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를 잘 알기에 공포에 움츠러들었다.
도망가던 개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고 했다. 외신 정보통에 따르면 2026년이 되면 북한의 핵무기는 200개 이상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아프간 문제로 주한미군에 부정적 변화가 생길수도 있다. 아프간의 미군 철수는 미국과 탈레반 간 협상에서 이루어졌고 이 협상에서 아프간 정부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를 확대비유하자면 주한 미군 철수 문제를 한국(남한)을 빼고 미. 북한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베트남도 그랬다. 미국이 남베트남(월남)을 제외시키고 북베트남과 미군 철수,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아프간도, 월남도 모두 패망하고 말았다. 미국이 20년간 공들여 2600조원을 쏟아 붓고도 아프간을 ‘손절’ 한다는 것은 결코 남의 일 같지 않다.
물론 ‘인천공항이 카불공항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은 어쩜 기우일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안심 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울러 주한 미군운용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은 어림잡아 총 16만여 명. 이 중 한국에 주둔한 미군은 2만 6000여 명 으로 일본,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러나 2차 대전 패전국인 일본, 독일은 자국 군대가 없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란 군사적 자산을 꼭 한국 보호에만 써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고려해 해외주둔 미군의 재배치 전략을 새로 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주요 20개국(G20)대열의 한국을 세계 최빈국인 아프간과 동렬에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미국은 카불 함락 뒤 “주한 미군 감축 의사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우리 내면을 들어다보면 걱정스러운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에 소극적인 현 정부의 태도가 주한미군의 전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주한미군 내 전투 헬기부대를 일본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의 합동훈련에 저극적인 일본과 달리 어떻게 하든 축소 또는 연기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로 헬기 조종사들이 제대로 된 연습을 해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선 북한이 주적이라는 개념을 아예 삭제한 문재인 정부에서의 부처의 기강이 말이 아니다. 특히 국방, 외교 통일부, 국정원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간첩으로 복역까지 한 신영복, 윤이상, 북괴군 괴수 김원봉을 존경한다고 말해서인지 부처에 대한 개념이 없고, 매사 불확실하다. 육. 해. 공군을 막론하고 성 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 안보의식도 상당히 흐릿하다.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해도, 간첩을 존경하고 북괴수를 국군 창시자로 말을 해도 국민들은 무관심하다.
이번에 모처럼 간첩단 ‘충북동지회’ 란 단체가 북한이 원하는 대로 스텔스기 도입반대투쟁,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평화 협정 등을 주장하고 심지어는 지난 대선 때 문 대통령 후보 팀에 참여하기도 했다는 사실에도 덤덤하기만 한 국민들이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은 남침할 능력은커녕 체제유지가 더 절박하다” 며 남침 설을 적극 부인했다. 이는 “주한 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국도 자칫 아프간처럼 될 수 있다.”라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의 글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가공할 위협인 북핵은 싹 빼고 북 재래식 무기가 낙후하다고 남침 능력이 없다고 속단 한 것은 참으로 위험스러운 발언이다. 심지어 신임 외교안보원장마저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5분의 1” 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한미 합동 훈련을 하듯 북한의 훈련 등에도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했으나 곧바로 말을 바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현상은 문 정부가 비현실적 ‘평화 환상’에 젖어 있다는 징후다. 묻고 싶다.
경제력과 문화 수준이 월등했던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가 왜 상무주의로 똘똘 뭉친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을까. 중국 국공 내전에서도 병력과 화력이 뛰어난 국민당 군이 낡은 소총을 든 마오쩌둥 공산군에 어째서 패퇴했을까. 답은 분명하다. 집권층이 자강 의지능력을 잃고, 국민이 분열하면, 안보가 무너지고 결국 패망한다는 것. 우리는 평화 협정, 미군 철수를 외쳐대다 패망한 월남과 아프간 사태의 핵심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이 어떤 도발로 나올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순간이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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