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로서 고통스럽다” 부산대가 지난 2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이 나온 직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지만, 딸의 학위는 물론 의사 면허까지 무효가 될 판이니 어찌 아비로서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조국의 심경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애처로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분명 조국이 알아야 할 것은 단순하게 자신의 고통에만 갇혀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는 품앗이 하며 자식 스펙을 만드는 부모보다, 공부하는 자식을 묵묵히 응원하는 평범한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 부모가 이 세상엔 더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부모 찬스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낳았을 뿐 해준 게 별로 없었다’는 자괴감이나 무력감 같은, 아비(어미)로서의 고통(필자도 마찬가지)을 느껴오지 않았을까. 조국이 이제야 뼈아프게 느낀다는 고통도 그런 고통이었을까?

열심히 공부만 하면 누구나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지금도 존재한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龍)난다.’는 말은 이제 역사 속 뒤안길의 옛말이 되어버렸다. 부모의 영향에 따라 운명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어긋난 교육열로 자신까지 일생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오래 전 막내딸이 필자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나는 아빠의 삶을 살았어.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는데, 아빠는 아빠의 취향에 맞는 학교, 학과를 선택하게 했잖아” 그랬다. 당시 ‘패션디자인과’가 꽤 인기과로 유명세를 탔다. 경쟁률도 높았다. 필자의 생각엔 졸업 후 취업 등을 고려 딸이 가고자 하는 학교, 학과를 무시했던 거다. 결국 뒤늦게 딸이 하고 싶다는 유아교육학을 배우기 위해 다시 학업을 한 바 있다. 아빠의 욕심에서 강요한 것이 미안스럽기도 하다 그 이후 딸을 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부성애(父性愛)의 확장이다.

조국의 행위를 보면서 딸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부성’이었다면 저런 무모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어야 했다. 부모의 지나친 ‘과욕’으로 결국 딸의 미래를 망친 게 아닌 가. 자신의 딸을 부정으로 입학시키면서 또 다른 학생이 탈락을 하며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엊그제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에 대해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결정을 내렸다. 부산대는 “2015학년도 의전원 신입생 모집요강에 기재사항과 제출 서류가 다르면 불합격처리하게 돼 있는데 조민이 제출한 (의전원 신입생 모집 관련)서류의 기재 사항이 사실과 달랐다” 며 당시 고등교육법과 학칙에 근거 입학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조민이 부산대 입학 당시 제출한 경력증명서와 자기소개서가 허위 서류였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조민의 출신대학인 고려대도 ‘대법원 판결 이후 조치하겠다며 어물쩍하던 당초 입장을 바꿔 입학취소 처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고려대는 이를 위해 입학취소처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문제는 조민이 입학취소가 된다고 해도 이미 취득한 의사면허가 자동으로 상실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면허를 내준 보건복지부에서 면허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부산대로부터 공문을 받으면 조민에게 면허취소 사전 통지를 하고 3주 정도 이내에 본인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쳐 면허 처분을 결정하게 된다. 결정된 날로부터 조민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다만 결정이 나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조민이 부산대나 복지부를 상대로 입학취소 처분이나 면허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할 경우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번 부산대 입학취소 결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반응을 보였다. 또한 “부산대의 결정은 늦은 감은 있으나 국민적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판단이고 공정을 외치는 국민 여망에 대한 마땅한 응답” 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조 전 장관 입시비리를 덮기 위해 궤변만 늘어놓았던 범여권 정치인과 교수들, 그리고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아직도 할 말이 남아 있느냐” 고 언성을 높여 질타하기도 했다. 또 한 시민은 “자녀의 대학, 의전원 입학을 위해 부모가 자신의 권력과 지위를 이용, 가짜 스펙을 만들어주는 행태는 단죄를 받아야 할 일”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럼에도 불구,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 교수들, 문파 열성지지자들은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호도하는 방식으로 지지자들을 규합해 그들의 그릇된 진영 논리를 펼치며, 국민을 또 한 번 분열시키며, 갈등을 조장하고 심지어는 일부 강성지지자들이 청와대에 청원 글을 올리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부모의 그릇된 욕심으로 딸이 불운해진 것은 안타깝지만 단지 ‘조국 수호’ 라는 이름의 두터운 성벽에 갇혀 ‘우리에 대한 비판은 무조건 부당한 공격이며 탄압’ 이라고 주장하는 잘못된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아버지로서 고통스럽다. 최종결정이 내려지기 전 예정된 청문 절차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아직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남아있으니 그때까지는 버티라는 네티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입학과정에서 학칙을 어긴 것은 분명하지 않은가. 이는 조민과 부모가 누구보다 더 확실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정유라와 비교도 된다. 정유라씨는 재판에 관계없이 바로 학교에서 입학취소를 하면서 졸지(?)에 중졸자가 되었다. 또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도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조국을 비롯한 여권 정치인들과 대 깨 문들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에 대해 환영했다. 조민의 입학취소는 당연하고 수사까지도 해야 한다. 특히 정유라는 최소한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조민은 김어준 방송에 출연 ‘인턴 다 제대로 했다’고 말하고, 법정(엄마)에 나와서까지도 진술을 거부했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었다면 속임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았을 것이며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한 사람이 탈락을 했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지금이라도 입학취소 처분을 인정하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늦었지만 늦은 게 아니다. 또 본인도 말한 것처럼 다시 시작하면 된다. 당연한 일을 갖고 시간을 끈다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과 조민이 계속 고집을 한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입학 취소가 될 상항에서 어떻게 진료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탄생을 불러온 촛불시위에 대해 흔히 ‘관행화된 반칙과 특권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정신’이라고들 말한다. 부모 잘못 만나(?) 이화여대 입학하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고교졸업장을 빼앗아 기어이 중졸로 만들었고, ‘비선(秘線)’을 둔 대통령은 요양원에 모셔두었으니 지금 우리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누리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옛 관행도 지금 눈높이에선 죄” 라며 지난 정권 사람들에게 ‘적폐 딱지’를 마구 붙여 범죄자로 내몰던 문 정권 사람들이 자기편의 명백한 반칙과 특권에 대해선 “관행이다. 괜찮다. 전에는 더 심했다” 며 국민 염장을 지르고 있다. 말을 바꾸며 합리화 시키고 있다. 어느 사회도 절대적 공정성은 없다(부모의 빽) 100시간 봉사활동을 하고도 자기소개서 한 줄 분량밖에 못 채우는 학생이 있을 수 있고, 2주 인턴 십만 하고도 논문 제1저자되는 학생도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연줄 맺기를 금지 할 방도는 없다.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식장의 모습이 겹쳐져 씁쓸함을 느꼈다. 코로나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달리 영국에서 귀국 즉시 방호복 같은 보호 장구도 착용하지 않고 상주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문 정부는 “인륜적 문제로 입국 즉시 공항에서 검사를 받았고 곧바로 출국 한다.” 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이후조차 그와 똑같은 인륜적 문제로 다른 사람들에겐 박주신처럼 편의가 제공되지 않았다. 입시비리를 감추려 안간힘을 쓰며 끝까지 가보자는 심보를 보면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총선 압승으로 무서울 게 없으니 이제 대놓고 본심을 까발리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사건으로 정유라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정유라가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모 잘 만나 반칙과 특권을 누리는 박주신. 조민들이 넘쳐나고 있다. 박주신은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 여전히 영국생활을 할 것이고 조민은 여전히 의사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386운동권들을 대대손손 특권층으로 만들어주는 게 촛불정신이었나. 박주신. 조민 같은 아들딸만 잘 사는 대한민국. 이게 제대로 된 공정의 나라인가 묻고 싶다. 조국은 자신의 딸만 생각하지 말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또 하나의 탈락자를 생각했으면 한다. 지금 느끼는 아비의 고통은 자업자득이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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