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정책이 또다시 2주 연장되었다. 처음에는 단기간에 코로나 확산 세를 꺾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켰었다. 그러나 지금은 2주 연장이 과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허탈감에 빠진 국민들의 우울한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한 달간 코로나 확진 자 수는 매일 1000명을 훌쩍 넘기며 문 정부가 바라는 대로 나아질 조짐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마치 양치기소년처럼 연상이 된다. 정부 백신 도입 TF는 지난 4월초 화이 자에 백신을 좀 더 빨리, 더 많이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찬 밥 신세가 되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지난 4월말 화이 자와 ‘하반기 2천만 명분’을 추가 계약했다고 발표한 바 있었다. 그러나 7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는지, 찔끔찔끔 들어오다가 연말께 집중되는지 분명치 않았다. 또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이 모더나 경영자와 통화, ‘5월 2000만 명분’을 들여온다던 백신도 깜깜소식. 후반기에 들어온다고 했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모더나 백신이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려운 건 아니다. 이미 36개국에서 접종중이다. 다만 우리가 미리 못 구하고, 안일하게 대한 결과 일뿐이다.

집단면역은 이제 불가능해진 것 같다. 델타 변이의 높은 전파력과 백신에 대한 저항력 때문에 전 국민이 접종해도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지금 같은 방역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하루 확진 자가 1000명을 넘었다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4단계 거리두기를 계속하면서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지금과 같은 거리두기는 효과에 견줘 피해가 너무 심각하다. 지난 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보다 4배나 많은 사람이 거리두기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례로 돌봄이 중단 된 독거노인과 장애인의 고통, 등교하지 못해 생긴 계층 간 학력 격차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거리두기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는 20조원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정부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매년 보상해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시 되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19 치명 률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에 1.5%를 넘나들던 치명 률은 올해 지난 7월에는 0.2% 이하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 백신접종 개시 이후 지난 상반기에 거의 사라졌던 전국 요양원. 요양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집단감염이 재연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군(軍)’ 장병 접종현황보고 자리에서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고는 ‘군’이 최초의 집단면역 달성 사례”라며 요양병원의 집단면역 달성을 기정사실화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다. 특히 이번에는 2차 접종 14일후 감염을 뜻하는 ‘돌파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부산을 비롯한 대도시 등 모든 지역의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요양원과 실내 체육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다시 확산세로 돌아 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추가 확진자로 판정을 받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돌파감염자로 밝혀졌다. 다만 다행인 것은 집단감염 확산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거리두기를 완화해 확진자가 늘어나도 중환자를 잘 치료하면 사망자는 별로 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감 수준으로 치명률을 유지하면 앞으로 매일 3000명의 확진 자가 발생한다 해도 사망자 수는 지난 해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 해 하루 평균 확진 자가 180명 남짓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백신의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지속가능한 방역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확진 자를 줄이는 방역도 좋지만, 그에 앞서 중환자를 잘 치료해 사망자를 줄이는 방역으로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

문 정부는 양치기 소년 같은 방역을 이제는 그만 끝내야 한다. 목표도 전략도 없이 ‘2주 만 더’를 되풀이하면서 국민을 우롱하는 방역에 국민은 절망하며 짜증을 내고 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가정불화도 일어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한 폭력까지 휘두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굵고 짧은 4단계 거리두기도 벌써 6주째 계속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리두기는 방역의 효과도 떨어뜨리고 있다. 4단계 거리두기가 계속되는데도 확진자가 오히려 2000명대로 다시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너무 묶어두고 있으니 밤늦게 불법 영업을 하게 되는 등 방역위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a(알파)’수준의 고강도 방역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존 방역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보다 강도를 높인 새 방역조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강도를 높인 방역조치보다 앞서 코로나19 방역의 목표와 전략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언제부터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저녁 늦게까지 가족,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함께할 수 있는지 설명을 해줘야 한다. 또한 방역과 일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코로나19의 치명률과 사망자를 어느 수준 이하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인지도 명확하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백신 공급차질 문제로 미국 모더나 본사를 항의 방문했던 한국 정부 대표단이 항의는커녕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백신도입 시기조차 확약 받지 못하고 왔다. 이번 방문에서 얼마의 물량이, 언제 들어올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이는 모더나가 이번 주에나 정부에 통보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표단까지 파견했지만, 여전히 모더나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정부가 모더나와 올해 4000만 회분을 공급 받기로 계약한상태다 그러나 현재 도입량은 6.1%에 불과하다.

훗날 백서를 쓰던, 청문회를 하던 ‘백신 후진국’을 둘러싼 몇 가지 의문점은 반드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문 대통령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은 줄곳 충분한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화자찬하더니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러시아 백신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하기도 했다. “갖고 있는 백신의 접종속도를 못내는 게 문제”라며 국민을 기만했다. 백신은 있는데, 현장에서 접종이 원활치 않았다는 듯 남 탓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율이 가장 낮다는 집계가 나왔다. 글로벌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인데이터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접종 완료율이 15%라고 밝혔다. 지난 달 말까지 한국보다 뒤졌던 뉴질랜드(16%)와 호주(17%)가 간반의 차로 앞섰다. 지난 2월 접종을 시작한 일본도 32.9%로 한국을 앞섰다. 한국보다 접종 완치율이 1%포인트 높은 뉴질랜드는 최근 지역사회 감염자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을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적이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을 굼벵이(Laggard)에 빗댔을까. 대통령이 상황을 모르거나 알면서 숨겼어도 문제다.

둘째, 지난해 백신을 놓친 과정을 추궁해야 한다. 박능후 전 복지부장관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빨리 계약하자고 한다.” 또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해 7월 확진 자가 하루 100명 선이라 백신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안했다”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두 사람은 백신은 있지만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K방역을 과신했고 또 백신을 비싸게 샀다가 문제될까 주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7900만 명분 구매 비용은 어림잡아 3조 8000억원. 정부는 이때 1~4차 재난지원금 51조원을 뿌렸다. 가덕도 신공항은 28조원 이상 들어간다. 이런 것에서 아끼고, 값을 두세 배 쳐주더라도 백신을 확보했어야 했다. 지도자 누군가가 “내가 책임질 테니 가격 따지지 말고 구입하라고 했으면 모든 게 쉽게 될 일이었다. 리더십 공백과 무지에서 나온 오판 보신주의기 빚은 혼란이자 참사다.

셋째, 백신이 아닌 치료제에 매달린 점도 미스터리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여러 차례 기대감을 드러낸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다. ‘경증의 고위험 군에 투약이 가능하지만, 중증환자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특히 의료현장에선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투약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고 한다. 백신과 달리 치료제는 증상을 완화할 뿐 확산을 막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부추긴 측면이 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중대 재난재해의 컨트롤타워는 청와대”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아니더라도 백신의 최종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문 대통령은 “백신을 정치화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라” 고 했지만 과연 그랬을까? 의심스러운 게 너무 많다. 백신 걱정하면 ‘가짜 뉴스’ ‘소모적 논쟁’이라고 화만 내며 남 탓하지 않았는가. 접종률 최하위인데도 아직 아무도 국민 앞에서 사과하지 않고 있다. 백신 풀리지 않는 의문투성이 반드시 밝혀야 한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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