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 훈련을 시작한 지난 10일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요구한데 이어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 통화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한‧미가 자신들의 의중과는 달리 사실상 연합 훈련에 들어간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예측된다. 개통이 된 며칠 후 여섯 번째 임의로 통신이 차단되었다. 이날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의 ‘위임으로’ 1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남조선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여정의 이 같은 오만 불순한 행태를 통해 ‘물리적인 통신선을 연결한 것 뿐’ 남북 연락선 복원에 대해 마치 큰 은혜라도 입은 듯 장밋빛 환상에 사로잡혀 대북 지원 긴급 승인, 비대면 화상 대화 준비, 남북정상회담과 더 나아가 2022년 베이징올림픽 즈음 정상회담 설까지 띄웠던 정부와 여당의 행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국민들은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 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압박한데 이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훈련 중단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미 당국이 사실상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훈련의 참여인원은 3월 훈련 때보다 더 줄인 병력인데 북한과 중국이 한‧미 합동훈련을 뒤흔들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왕부장의 내정간섭 성격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물론 주무부서인 외교부도 아무런 대응도 없이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 청와대는 뚜렷한 입장 천명 대신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군(軍)주요 지휘관 보고 자리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히 협의하라”고 지시한 이후 청와대 공식 입장이 현재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범여권 의원 74명이 연합훈련 조건부 연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김여정 하명’이냐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다만 여권 내 훈련 연기론에도 불구하고 후반기 한. 미 연합훈련을 진행하게 된 것은 청와대가 북한의 사전 양해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침묵 배경에는 물밑 교감이 일부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로도 들린다. 3월 김여정의 ‘욕설 담화’ 한 달 뒤인 4월부터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과 친서 등을 통해 모종의 협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특히 현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과정에서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크다. 전작권 환수를 위한 훈련은 한반도 평화체계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이번 훈련은 오히려 대회 기조를 이어가자는 제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오는 12일 차관급인 국립외교원장에 취임하는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는 지난 10일 한‧미 연합훈련 실시 이후 북한의 대응과 관련, “단거리 미사일이라든지 장사정포 이런 것을 훈련할 가능성이 충분하게 보인다” 며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을 하는데 북한은 하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홍 내정자의 의도와는 달리 북한이 한. 미의 방어적 훈련인 연합훈련에 반발해 무력 도발을 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참으로 위험한 발언인 것 같다. 홍 내정자는 또 “반드시 한‧미 연합훈련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특히 그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한‧미동맹은 눈엣가시”라며 (북한입장에서 연합훈련을)100% 방호 훈련이라고 인정하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연합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으로 규정한 정부의 설명을 부정하는 의미로도 해석될 소지가 있다.

북한의 통화 불응은 지난 10일 오전 북한 노동당 부부장인 김여정이 연합훈련 실시를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공개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 한 뒤 발생했다. 당초 북한은 이날 오전에는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개시 통화에 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통신선 연결 14일 만에 이를 차단함에 따라 북한이 통신선을 차단하는 방법까지를 포함한 대남 압박 전술을 사전에 준비했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일정을 염두에 두고 통신선을 복구한 뒤 다시 차단해 역이용하며 한국을 농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와 정부의 안일한 태도 대응에 많은 국민들은 “언제까지 북한 눈치만 보며 살 거냐. 어떤 약점이 잡혀 꼼짝 못하는 것이냐?” 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김정은 남매가 이렇게 우리 ‘국격’을 무시하고 오만하게 나오고 있는 데는 우리의 주권 사항인 한미연합훈련을 북한과의 협상 영역으로 만들어 버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김여정이 “희망이냐 절망이냐” 선택하라고 협박하고 중국 외교부장까지 나서서 훈련 중단을 압박해 왔을 때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한미연합훈련은 우리의 주권사항이며 북한의 강화된 핵 위협 앞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한미연합훈련을 계획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올해 1월 김정은이 노동당 당 대회에서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니, 문재인 대통령은 “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엉뚱하게 화답하여 한미연합훈련을 북한과의 협상 영역 속으로 밀어 넣었다.

문 대통령은 5월 미국 방문에서 돌아온 지 며칠 안 되어 “코로나로 대규모 훈련은 어렵지 않겠나?” 며 정상적인 한미연합훈련에 먼저 선을 그어주었다. 그 사이 남북 정상의 친서가 여러 번 오고갔다고 하지만, 그 친서에 어떤 내용이 언급되었는지는 국민을 비롯한 아무도 모르고 있다. 결국 이번 훈련은 전투 참모 단에 증원 인력을 편성하지 않는 등 전반기 훈련 때보다 대폭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는 군 내부에서 조차 “이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고 한다.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보이니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에는 책임을 피하던 질병관리청이 백신 접종을 마친 병력만이 참가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우려를 내세우면서 코로나19 재 확산에 따른 조치를 한·미 연합훈련에도 적용하겠다고 나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정책 최종목표는 무혈 적화통일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니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밝혀온 것처럼 한미연합훈련이나 미군의 한국 주둔을 양해해 온 것이 아니고, 모두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과거 김일성 시대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군철수를 요구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에 미군철수를 주장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가. 북한이 전과 달리 태도를 바꿨다면 문재인 정부를 우습게 본 것이고, 그렇지 않고 정부가 김정은의 발언을 멋대로 왜곡(歪曲)해 전했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다. 둘 중 어느 것이라도 국민 입장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미국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런데도 북한은 비난을 퍼부으며 복원된 남북 통신선마저 일방적으로 끊고는 미군철수까지 요구했다. 이를 보면 북한이 모종의 필요에 따라 잠시 통신선을 연결한 것뿐이지 애초부터 대남 유화국면을 오래 유지할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또 한번 농락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여정이 ‘미 전략자산 철수’를 거론한 것은 북한이 스텔스기 등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정황은 청주 간첩사건에서 보듯 북이 F35A스텔스기 도입반대운동을 하도록 지령을 내려 보낸 것에서도 확인되었다.

북한은 이제까지 문재인 정부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종전선언을 목표로 삼은 듯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종전이 선언되면 우선은 NLL이 와해돼 서해 5도(島)는 북한의 손에 들어가고 인천 앞바다가 적의 수중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관문인 영종도는 언제든 봉쇄당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군은 봉쇄되는 순간부터 오키나와나 본토에 대기 중인 전략자산을 우리나라에 보낼 수 없게 된다. 그 뿐인가. 유엔사령부는 문을 닫게 되고,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인 유엔사령관직도 없어진다. 한미동맹이 와해되면 적의 공격이 있어도 자동적으로 미군이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自明)한 이치다.

지금 국민들은 북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문 정부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라도 점점 더 횡포해지는 김정은 남매에게 우리 군과 국민들의 평화애호적인 노력에 대해 그 어떤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도발로 나온다면 김정은 남매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에서 영구적인 평화를 보장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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