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경수 잡아넣는 데 일등 공신은 추미애가 아닌 가? 오랜만에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하구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되면서 한 국민이 내뱉은 말이다. 모든 국민들의 마음 또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숨쉬기조차 불편한 뜨거운 여름은 칠순이 넘은 필자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까지 극성을 부리는데다, 정치권까지 개판싸움으로 치닫다보니 더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는 것 같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지난 26일 창원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여권이 술렁거리는 등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경남도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추행을 시작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구속)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자살)의 성폭력 불명예 퇴진에 이어 여당 광역단체장의 범죄로 인해, 엉뚱하게도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등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김 전 지사의 범죄 행위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재 구속되었다.

김 전 지사의 범죄가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집권 여당은 당연히 대국민사과를 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으로 사법부를 탓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수감 직전 국민들에게 반성은커녕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번 대법원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미 판결을 예측했는지도 모른다. 여권에서조차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난과 불복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사법부가 드루 킹 진술만 믿고 유죄를 때렸는데, 판결에 문제가 너무 많다.”고 김두관 의원이 강하게 사법부를 원망하는 소리를 했는데, 김 의원의 의식수준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더구나 그 당시 포털사이트에서 댓글공작이 한 창 진행될 때 이를 큰 목소리로 폭로하며 수사를 의뢰했던 친여 인사들이 뜻밖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이를 인정하고 받아드리기는커녕 180도 돌변한 태도로 법원을 공격하고 있어 다수의 국민들이 치솟는 분노를 억제하는 등,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선거 여론 조작은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당사자가 결백을 호소한 것은 형사 피고인이 갖는 자기 방어권의 영역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적잖은 여당 의원과 진보진영 인사들이 앞 다퉈 대법원 확정 판결에 불복하고 김 전 지사를 감싸며 두둔하고 있다. 오직 내 편만 옳고, 네 편은 그르다고 믿는 세력, 그래서 남을 제압하고 내가 이기는 것만이 공정하고, 정의의 실현이라고 확신하는 부류들에게 이기기 위한 방법과 과정은 그리 중요치 않다. “어차피 이길 선거인데 왜? 뭐가 문제가 되느냐” 는 식이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더구나 국회의원 신분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위기의 반영이다. 이런 몰지각한 사고방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또 다른 드루 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만약 보수정권이 이런 조작을 했다고 가정해보면 민주노총이나 각 신문사, 좌익 변호사 단체, 전교조, 좌익 종교단체들이 성명서를 앞 다퉈 발표하고 청와대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민주사회의 가장 찬란한 꽃인 선거를 여론 조작한 자기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반성도 전혀 없고, 오히려 두둔하는 듯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방송에 나와 매크로를 이용한 여론조작을 고발하고 나섰던 주인공은 김어준이다. 여기에 호응해 수사를 촉구한 장본인은 말도 많고 탓도 많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다. 그들의 수사 촉구에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을 뒤엎고 튀어나온 피의자가 김경수 전 도지사였다. 장기간 재판을 거쳐 1심과 2.3심 모두가 유죄 판결이 나왔다. 예측하건데, 여당에서 고발 할 당시에는 야당과 열성지지자들이 걸려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음직하다. 그럼에도 허익범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가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사법부를 비난하는 처사는 납득하기 어렵다. 방송인인 김어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딴지 방송국’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2년 형을 확정한 대법원 재판부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심한 망 말을 했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그는 “나는 죄를 지어도 그는(김경수)죄지을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가 잘못을 했다면 실토를 먼저 할 분이다”라고 했단다. 이는 사실과 증거가 결여된 전형적인 음모론이며 자기 합리화 한 주장일 뿐이다. 그럼에도 동석했던 민주당의원은 “맞아요, 맞아요.”라고 맞장구를 치는 작태를 보이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생각해보는 건 참으로 곤혹스러운 것 같다. 취임사엔 이런 대목이 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이 되었다. 유‧불리를 따져 주무부처가 있는데도 자랑거리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하면서도 불리한 것은 그림자가 되어 침묵한다. 자화자찬이 중증에 이른 것이 주된 원인인지 모르겠지만, 여론조작 의존증이란 합병증을 의심해 볼만하다. ‘거짓말도 백 번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 이래의 경험칙에 중독된 결과일 수도 있다. 앞서 청해 부대 집단 감염사태는 청와대와 정부, 군(軍)할 것 없이 입이 수천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대국민 사과는커녕 청와대 참모는 ‘공중급유수송기 동원은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극찬했다가 합수 단의 기획인 것이 드러나면서 꼬리를 내리는 민망함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타협하는 것이 정치의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을 타협할 수는 없는 것”(『대한민국이 묻는다.』)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와 보니 그런 ‘원칙’이 차고 넘친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원칙’의 문제이니 사과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른바 ‘도덕적 자기 면허’다. 동시에 “국민의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으로 비춰 질수도 있다. 그 결과가 “적어도 문 대통령이 여론조사엔 반응한다.”(여권 인사)는 관찰이다. 특히 지지층 동향엔 예민하다. 임기 말 대통령으론 이례적으로 40% 안팎의 지지율이 나오고, 그래서 잠깐이나마 사과 정치를 했던 배경이다. 그래서일까? 원칙을 준수하던 대통령이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기꺼이 사과할 태세인 걸 보면 놀랍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사과하길 꺼리는 태세도 못지않다.” 2017년 민간인 낚싯배 침몰 때 ‘동선’을 다 공개하고 다음 날 묵념을 하며 “국가의 무한책임”이라고 사과했던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연평도 해역에서 공무원 피살 사건이 났을 땐 ‘동선’ 공개엔 미적댔고, 엿새 만에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지만, 유가족들에게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번 청해 부대 집단감염에서도 첫 확진 자가 나온 지 8일 만에야 악화된 여론을 의식, "건강하게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 며 "걱정하실 가족들에게도 송구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아쉬운 것은 진정한 사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가 대표적인데, 인사권자로서 자신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며 사과했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은 현재 군 수뇌부 잘못인데도 구조(“병영문화의 폐습”)를 탓했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부적격자를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비협조를 탓했다. “마음의 빚”(조국)만이 아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게 국회 출석이 불발된 걸 두고 수모를 당했다며 “대통령으로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원래 대통령들, 특히나 임기 말 대통령들은 사과하기를 꺼리 긴 한다. 사과하기 시작하면 하나하나 다 해야 한다는 구실을 댄다. 그래도 때때로 국민 앞에 직접 서곤 했다. 이에 반해 문 대통령은 형식도 자기 방어적이다. 청와대 내부 회의나 국무회의란 통제된 공간 속에서 고작 A4 용지를 보고 읽거나 참모들에게 대독시킨다. 청해 부대 건은 소셜 미디어(SNS)에 올렸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만이 아니다. 코로나 확산에 대해선 ‘송구’해 했지만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해선 별말이 없다.

경제 운용은 오히려 자랑이고, 청와대 참모들의 말 많은 퇴진엔 침묵했다. 인사대란에도 말이 없다. 문 대통령이 ‘명운을 건 수사’를 지시(청와대 표현으로 당부)한 사건들 대부분이 무죄로 결론 났는데도 당사자들에게 해명이 없다. 오히려 청와대가 펄펄 뛰는 일도 있다.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권의 주요 인사들이 눈앞의 이해관계만 계산해 법원과 수사기관을 폄훼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는 가. 현 대법원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정권의 위상도 함께 흔들린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인들이 아닌가. 조작된 여론몰이로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 그들이 모두 드루킹이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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