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자주 쓰지는 않는, 그래서 궁색한 기자수첩 중 메디팜스투데이에서 마지막으로 올리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지금 최대 현안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관한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는 이제 29개월에 들어선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늦맘)이자, 직장맘입니다. 코로나19가 저에게 준 유일한 혜택이 있다면 바로 재택일 것입니다. 아이는 덕분에 오전 등원과 오후 하원 전후로 엄마와 함께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덕분에 집에서 일을 할 수 있게된 엄마에게도 나름 고충이 있습니다. 취재원은 만나야 하니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취재는 우선적으로 대면이 필요한 업무이기 때문에 '전염병'이라는 무서운 기세에도 가급적이면 꿈쩍하지 않고 제 일을 해나가고 있지요(물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달라지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4차 대유행에 접어들면서 '외부 활동'을 자체적으로 줄이고 있음에도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지요. 제 직업을 아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가끔 우려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자주 만나는 동네 엄마들 역시 살짝살짝 부담스런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지나치며 안부를 묻는 정도임에도 분위기가 이렇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상관없이 저는 카카오톡 백신예약을 설정해 두고 잔여백신이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다 카톡이 울리면 눈이 저절로 핸드폰으로 돌아가고 얼른 붙잡아 올린 카톡창을 누르면 백신 예약은 이미 종료된 상태입니다. 

카톡 백신 예약은 하루에도 서너번 울리는데 아무리 재빠른 속도로 카톡지갑을 열어도 늘 예약창은 '없음'이 뜹니다. 도대체 얼마나 손이 빨라야 예약을 할 수 있는 걸까요? 한번은 '예약' 버튼이 빨갛게 떠 있어 얼른 버튼을 눌렀더니 빈 창에 회색빛 화살표만 허공에 원을 그리고 있더군요. 그 회살표는 저에게 "넌 안돼"라고 말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하루에도 몇번을 백신 예약과 씨름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백신 예약에 열을 올리는 것과 별개로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는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내가 맞을 필요가 있냐'며 맞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지요. 다 개인의 선택이라 존중하고 싶습니다만, 백신이 '우리'라는 테두리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필수요소임을 감안할 때 저는 위의 발언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애기 엄마라서 드는 생각일까요? 아직 세상이 신기한 아이에게 '마스크를 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엄마가, 어른들이 힘을 내서 '마스크 없는'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가 뛰노는 풍경에서,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마스크를 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그 시작을 엄마가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어른들이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이 글을 쓰고 난 이후 또 카톡지갑 백신 예약을 보며 조바심을 내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더 안전하고, 우리 가족이 안전하고, 우리 사회가 안전해 진다면 그깟 기다림 따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습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백신 부작용이 살짝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기저질환이 없고, 이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체력을 갖춘 것을 보니 살짝 몸살 정도의 부작용을 겪지 않을까 하고 예상합니다. 물론 부작용 정도야 높낮이가 다를 수 있겠지만 주변 지인들의 착실한 부작용 보고 덕분인지 그리 큰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아이 엄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용기를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덧, 이 덥고 습한 여름이 지나기 전까지 국민의 70%가 맞을 수 있는 백신이 어서 국내 보급되길 희망해 봅니다. '집단면역'이란 게 '기간 한정'이기 때문이지요.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계시지만, 당신의 능력이 필요해요. 정은경 청장님!

뜬금포 응원으로 기자수첩을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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