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와대를 보면서 6년 전 야당 의원이 개탄한 말이 떠오른다. “지금 청와대에는 위아래도 없고, 공선사후(公先私後)의 기본 개념도 없다 콩가루 집안이란 말이 있지만, 국가 운영의 심장부가 어떻게 이처럼 비극의 만화경(萬華鏡)일 수 있을까” 당시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운영위에 출석하라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하고 사표를 낸 걸 두고서 나온 말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긴 했다. 그 무렵 청와대 주변에선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김 실장과 직거래(?) 하면서 김 수석을 사실 상 ‘패싱’했다는 말이 떠돌았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남달리 신임한다는 신현수 민정수석이 물러나겠다고 할 정도였다. 취임 한 달 만에 사의가 정치적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아는데도 신 수석은 단호했고, 청와대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단 반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 수석이 완강하게 거부하다보니 결국 그 과정이 공개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발단은 법무부장관 안이 조율이 채 끝나기도 전 보고가 되고 발표까지 된 것이다. 신 수석이 모르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추후에 신 수석이 이에 대한 감찰 수사를 요구 할 정도였다면 문 대통령 역시 ‘패싱’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재가도 났다는데, 어떻게 신 수석이 모르는 사태가 벌어졌을까? 누가 했을까? 누군가는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이 있는 건 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유야 어디 있던 혼란을 자초한 것은 박범계 법무부장관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박 장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문책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사전에 용인한 건지, 아니면 묵시적으로 넘어간 것은 아닌지. 이때도 문 대통령은 신 수석에게 “검찰을 안정적으로 운영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거듭 약속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말뿐이었다.

올해 초 문 대통령은 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메신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대통령 주변에서는 집권 여당은 물론 문파들이 윤 총장 밀어내기 광풍이 불었던 것과 유사하다. 어느 쪽이 문 대통령의 진짜 모습인지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6년 전 보다 더한 ‘만화경’이다. 당시 최장수 민정수석 출신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기강이 쑥대밭이 됐다”고 질타를 한 바 있다. 그랬던 문 대통령이 숫한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늘 불리 할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나만 옳다’고 믿는 제왕적 독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를 향하는 권력형 비리 수사 차단(?)은 임기 말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방파제’인 이성윤을 승진시키고 하위 순번인 김오수를 검찰수장으로 임명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제대로 읽은 것 같다. 박 장관은 반대를 하는 측에 “왜 우리 편에 서지 않느냐”고 오히려 나무랬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이후 뼈저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대통령의 심정과는 달리 ‘싸가지 없는 진보’는 여전하게 살아 꿈틀거린다. 좀 엉뚱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명의’는 고사하고 ‘의사’라면 먼저 환자 상태를 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자칫 오진하면 환자를 제대로 치료 할 수 없다.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정치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문대통령은 취임 4주년을 맞이하면서 부동산, 코로나 백신 수급과 K 방역, 경제, 청문회와 인사 문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대북문제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우리 사회에 대한 처방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그 처방이 일반 국민들 눈높이와는 별게로 너무나 동떨어진 오진이란 느낌을 지을 수 없을 정도다.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진료가 핀트를 빗나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는 정확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으니 통증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과연 제대로 진단을 내리겠다는 의사(意思)는 있는 건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무릇 의사라면 잘못된 부분을 감출 것이 아니라 솔직히 인정하고 즉시 시정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 고 말을 하면서도 기존의 정책노선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비춰진다. 즉 아픈 데는 있지만, 굳이 치료 할 마음은 없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문 대통령이 “능력은 제쳐두고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 식 청문회가 문제” 라며 “이런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 할 수 없다.”고 현행제도에 대한 책임을 남 탓으로 돌리는 등 적반하장으로 청문회 자체를 새삼스럽게 문제 삼으며 장관 후보자들 옹호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다. 결국 청문회 처방도 기대 이하다. 하나 같이 도덕성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됨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처럼 흠결 많은 부적격자들을 내각에 대거 포진 시켰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무려 29명이나 된다. 부친의 문제도 그렇고 모친에 대해서도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명이 없다는 자체로도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지금의 집권세력은 그 뿌리인 노무현 정부 이후 줄곧 편 가르기로 재미를 봐왔다. 특히 가진 자에 대한 맹목적 증오, 맥락 없는 반일, 반미 몰이, 반인륜적 노인 비하를 일삼으며 ‘적폐’ 라는 그럴듯한 단어 안에 가두어 무차별적인 증오심을 확산시켰다. 모두 나라에 독(毒)을 심는 행위였으나 편 갈라 표 얻을 생각만 하는 선전선동의 달인들은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 백팩 같이 젊은 층에 호소하는 감성 팔이 아이템으로 이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상대적으로 가진 게 없는 젊은 세대는 이 위선적 권력 집단에 손쉽게 빠져들었다. 지난 4월에 치러진 서울. 부산시장 성추행 보궐 선거는 지난 4년에 대한 재평가였다. 무리한 실책에 대한 차가운 심판이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안되어 선거 참패는 묻히고 있다. 개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딴청을 피운다. 선거 민심도 ”정책 전환이 아니라 보완욕구가 핵심“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코로나 백신, 검찰 인사, 부동산 같은 주요현안에 대해 우리 사회의 흐름과 정반대로 역주행이다. 명분도 잃고, 원칙도 사라지고 있다. 공정과 정의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강성 친문의 문자폭탄도 “권장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맞받아칠 정도로 뻔뻔하다. 어느 세 자기 진영의 눈치만 살피는 분위기다. 말 뒤집기도 서슴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언어는 정치적 번역기를 돌려야 겨우 이해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임기 1년을 남기고 있는 문 대통령은 여전히 거침없는 질주 중이다. 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조절하기보다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며 오히려 액셀러이터를 더욱 세게 밟고 과속 운행을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많은 국민들이 문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사는지 의심스러워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범죄를 저지르면 누구나 수사의 대상이 된다.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 옵티머스 사태, 조국 일가 비리,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로 청와대를 비롯 정권 실세와 강성 친문(親文)의원들이 줄줄이 연루되었지만 진척이 없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인 의원들이 기상천외한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지휘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다.

이번 검찰청 인사를 보면서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이번 인사에서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맡았던 수사팀장들을 대거 물갈이하고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라인으로 분류된 간부들을 영전시키는 내용의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들은 모두 한직으로 밀려난 반면, 추 전 장관과 함께 일했던 인사들은 대거 요직을 차지했다. 누가 보아도 문대통령 정부를 지키기 위한 근위병을 배치시킨 것 같다.

현역 의원임을 더 강조하는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김오수 전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추천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문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정권 말기와 퇴임이후를 대비한 방탄 인사는 아니었는가. 과연 그 말을 믿을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자신들 말 잘 들으면 탈정치 검사, 안 들으면 정치검사라는 게 친문 진영의 언어다. 윤 석열 전 총장은 정치검사라고 비난 하면서 정작 정치 검사인 김오수, 이성윤은 왜 요직에 안치려고 고집하는 가. 명의(名醫)까지는 아니라도 그저 평범한 일반의사로서 환자를 진단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문 대통령의 희망 사항인 퇴임 후 환송을 받으며 고향으로 갈 수 있을지가 걱정된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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