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에서 사상 처음으로 36세 대표가 탄생하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상상을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0’선인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정치적 견해와 행보엔 다소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가 보여준 성과와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청년 정치가 모두 다 옳을 수는 없겠지만, 기성세대의 장기적인 정치 독점은 더 큰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정치는 거대 양당 독점 정치다. 국회 의석 중 92%를 거대 양당이 독점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당정치는 권위주의 시대의 집권여당과 야당이 정당간판만 번갈아 바꿔단 채 그들만의 카르텔을 유지하는 역사가 이어져 왔음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 담합체제의 여당을 보면 ‘586세대 민주화 운동권들의 중심’으로 기득권을 이어왔고,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사회 각계의 명망가들이 주를 이루는 ‘명사정당’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이준석의 등장은 이 같은 담합체제를 흔드는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이 후련함을 느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이준석표 능력주의는 불공정한 국가의 개입과 이른바 586세대들의 가족 세습능력주의를 비판하는 88만원 세대와 3포세대의 대표이자 그들이 가진 분노의 상징이기도 한 청년들의 처절한 외침에 대한 메아리였는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은 예기치 못한 이준석의 등장이 정치계는 물론 국민들까지도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샐러드 볼’을 언급하며 공존과 개성을 강조했다. ‘다움’을 강요하지 말라고도 했다. 새롭게 등장한 30대 야당 대표 이준석. 그의 등장이 마치 세대교체를 예고하는 듯한 전쟁으로 비춰지면서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오늘의 정치지도자들을 보면 미래와 세계질서를 꿰뚫어 보고 나라를 설계하기보다는 과거와 미시적 이슈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순간, 광해군과 인조반정의 사화가 떠오르는 건 왜 일까? 특히 법조계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검찰. 사법개혁 논쟁 역시 과거에 사로잡혀 시시비비만 따지는 유학자들의 사색당쟁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내로남불’로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것 같다.

기존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미래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야 할 때다. 민주화를 독점한 586체제의 편협한 국가운영은 이제 종언을 하되, 산업화 우파보수와 민주화를 자칭하는 좌파보수 정치인들은 스스로 알아 짐을 챙길 준비를 해야 한다. 내년에 새로이 선출되는 대통령은 최소한 2050년 정도의 미래와 한반도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꿰뚫어보는 국가 스펙트럼을 국민 앞에 제시 할 수 있어야 한다. 친이, 친박 싸움으로 정권을 빼앗긴 야당이나 촛불 탄핵으로 정권을 쟁취, 친문(대깨문)중심으로 정치를 독식하는 여당의 행태를 보고, 현명한 국민은 정치가 우리 사회에서 제일 낙후된 영역이라 생각할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공정과 정의가 넘쳐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장밋빛 미래 한국을 꿈꾸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정권을 잡자마자 마치 연산군을 떠올리게 할 만큼 복수심에 불타 민심은 외면한 채 사법개혁과 언론개혁과 적폐청산만을 외치면서 미래세대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했고, 나라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시장의 효율과 자유경쟁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준석 대표와 청년 지지층의 공명을 자유주의 연합의 탄생으로 속단하기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좀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필자의 노파심에서인지 몰라도 ‘이준석 현상’이 일시적인 바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 다소 걱정이 앞선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준석이 2위 후보자를 두 배 이상 앞서면서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당원투표에는 다소 뒤져서 향후 당지지율이 순탄지만은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30대 0선’인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특정 지역당’ 또는 ‘꼰대 당’이라 불리는 국민의힘의 체질을 확 바꿔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탈바꿈하라는 중도보수층의 간절한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기도 했다. 언론의 평가와 지적대로 국민의힘은 새 지도부의 구성과 함께 이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 맞다. 얼굴만 30대 청년으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청년당원들의 활동공간을 넓히고, 중도 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전국정당’ 다운 체질로 바꿔야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있는 것이다.

결국 이준석 현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느덧 뻣뻣해지고 무감각해진 채 ‘내로남불’의 제도권 정치에 대한 반란이다. 반란의 에너지는 사실 오랫동안 국민들의 밑바닥에서부터 축적되어왔다. 어떤 물체에 눌렸던 용수철이 뛰어오르듯 그렇게 폭발한 것이다. 이 폭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을 것 같다. 이제 대선까지는 불과 9개월 남짓 남았다.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현재는 당내에 10%대 대선 주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게 현실이다. 후보 단일화 등 야권 통합과 연대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하는 것 또한 이 대표의 몫이다. 말실수와 과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정당한 비판에 귀를 기우리며 더욱 더 겸손한 자세로 낮아져야 한다. ‘내로남불’의 대명사로 불리는 민주당을 겪고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대선 승리가 이 대표의 궁극적인 최대 과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대표의 역량은 중립적이고 공평무사한 태도로 큰 그림을 그리는데서 보여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취임 일성(一聲)부터 ‘자강(自彊)’을 앞세우자 낮은 지지율로 그간 고전(苦戰)을 겪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지사 등 당내 대선 후보들은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 측에선 “유승민 계의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의 대선행보에 걸림돌이 되는 게 아니냐?” 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통합해서 ‘하나’가 되어야할 마당에 이런 문제가 계속 대두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특히 유권자들은 헌정사상 첫 ‘30대 0선’ 제1야당 대표가 과연 낡은 정치를 깨부수라는 민의(民意)를 그대로 실천할 수 있을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반드시 이 대표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이 대표가 보수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두고는 당 지도부 내에서도 못마땅한 기류가 감지된다. 당내에서는 입당 문제를 두고 윤 전 총장과 줄다리기를 시작한 듯한 이 대표를 향해 최고위원들의 미묘한 견제성 발언이 나오는 분위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가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자꾸 하면,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당직 인선이나 일정 조율에서 최고위를 패싱 하고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젠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고, 설계하기보다 얄팍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촌충만도 못한 거수기 정치인들은 사라져주기를 바란다. 특히 탄핵에 앞장섰던 배신자들, 당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떠났으면 한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정당하지 않고, 합법적이 아닌 정치적으로 악용되었음에 분노하고 있다. 그자들의 배반으로 나라가 이렇게 무법천지가 되지 않았는가. 야당 또한 정권을 바꿀 인물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바꿀 인물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586세대는 ‘불평등의 치유 자가 아닌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 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 라이오스를 죽이고 왕좌에 오른 인물이다. 권력은 승계되는 게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누가 뭐라 해도 36세 이준석이 물꼬를 튼 것이다.

이제부터 노동계, 문화. 교육계, 국방, 외교 전반에 걸쳐 숨죽이고 있던 제 2, 제 3의 이준석이 나타나 586세대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이 대표는 10여 년간 정치판에 있었다고는 하나 주로 ‘평론가’ 역할에 불과했다. 제1 야당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화려한 개인기만으로는 안 된다. 많은 조력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겸손하고 또 귀를 기우려 경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제 36세 신임 야당대표에게 싫으나 좋으나 또 한 번 정치도박을 할 수 밖에 없는 우리 국민들의 심정을 정치권이 잘 이해하고 처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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