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 안보분야도 그렇지만 그동안의 외교 점수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엔 미흡함이 너무 많다. 주력했던 한반도 평화의 성과도 마찬가지로 미진하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는 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관계에서 이견 노출을 숨기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집권여당)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크게 호평하고 홍보하며, 자화자찬 식, 국정 성과로 자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 할 수 있는 나라’ 콧수염까지 풍자화하며 ‘미국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 라는 비아 냥을 정부와 여당인사가 서슴지 않았는데, 이번엔 양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자극 할 수도 있는 ‘대만해협’을 명기한 공동성명이 나왔는데도 여권이 극찬했다. 중국을 향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날려 온 문 대통령이었기에 의외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마친 뒤 “정말 극진히 대접을 받았다.”고 흡족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7년 시진 핑 중국 주석 간 정상회담 시 ‘혼밥’논란에서 보이듯이 문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일정, 공동성명, 기자회견 등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매우 협력적이면서 우호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은 그간 흔들렸던 한. 미 관계를 다시 정상 쾌도로 돌리려는 시도가 명문화 되었다는 점에서 볼 땐 매우 잘 된 회담이라 말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양 정상은 한‧미 동맹의 영역을 군사. 안보에서 경제. 기술로 확장하는 등 한. 미 동맹의 중요성을 다양한 행사와 언어를 통해 강조했고, 제반 사안에 관하여서도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강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전 참전 용사(랄프 퍼켓 대령)에게 명예훈장 서훈 식을 문재인 대통령을 배석시킨 자리에서 주관하면서 미국은 한‧미동맹의 결집과 아울러 북한에 대한 억제를 묵시적으로 보여주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우리를 환대한 것은 이유 불문하고 좋은 현상이다. 더구나 문 대통령이 이끌고 간 4대 그룹 대표가 반도체, 전기 차, 배터리분야에서 44조원의 투자 패키지를 꺼내자 바이든 행정부가 곧 바로 101만 회분의 얀센 백신 보따리를 풀었다. 모두가 4대 기업의 파워 덕분이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대응과 관련, 미국의 백신기술과 한국의 생산능력을 결합하여 세계의 백신 공급량을 증대시키기로 하고, 특히 한국군에 대한 접종을 명분으로 미국이 한국을 위해 백신을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정상회담의 분위기만으로 국가 간의 관계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과 미국이 혈맹관계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장 심각한 주제인 북핵 대응에 관해서는 의미 있는 합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에서 한‧미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어나가자고 하는 양측의 의지를 강조하는데 그쳤다. 미국의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 해결책으로 언급되긴 했지만, 그것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조차 없다. 대체로 주도적인 조치를 강구하기보다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현 정부가 여전히 북한을 의식,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채, 남은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동안 남. 북간에 세 번, 북. 미간 두 번의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형식에 불과한 ‘외교적 대화’만을 재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핵 무력 증강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최근 일부 언론에서 북한이 노동당 규약에서 ‘적화통일’ 문구를 삭제했다며 이것을 남한과 ‘공존’을 모색하겠다는 북한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전당대회에서 노동당 규약을 수정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과업 수행’을 삭제하는 등 통일에 관한 문구를 대폭 축소했다는 것이다. 또 통일부 일각에서도 북한의 대남전략이 바뀌었다고 들떠있다. 시민단체는 이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일부 여권인사들까지 동조하는 분위기다. 또 종전선언을 위한 북‧미간 물밑 교섭이 한창이란 소문이 나돈다. 심지어는 “평화가 되는 데 왜 주한미국이 필요하냐? 주한민군 철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종전선언이란 물리적 충돌을 끝내고 평화가 정착되었음을 선언하는 정치 행위다. 평화협정과는 달리 몇 번의 회동으로 합의 할 수 있으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 우리는 무늬만 평화인 가짜 종전선언을 원치 않는다.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이 끊임없이 남측을 위협하는데, 어떻게 평화 운운할 수 있단 말인가. 특히 문 정권이 정략적 술수의 일환으로 종전선언, 국가보안법 폐지카드를 사용하려 든다면 이는 잘못된 일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요약하면, 정책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고, 정책수단은 외교와 억지이고, 접근 방법은 단계적 접근이다. 필자의 ‘사견’이지만, 미국이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것은 북한에 일방적인 핵 포기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춰진다.

일본에 이런 말이 전해져 오고 있다. “세상에 적의 말을 믿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 적장의 말을 믿는 바보는 죽어 마땅하다.” 중국 전국시대 정(鄭)나라는 공주를 시집보내고 공격하려는 신하를 죽이면서까지 호(胡)를 안심시킨 다음 일거에 공격하여 징벌했다. 1991년 남북은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보유. 접수. 저장. 사용 금지’에 약속했지만, 북한은 꾸준히 핵무기를 개발, 사실 상의 핵보유국이 되면서 한국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어느 하나도 이행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을 믿어야 한다는 것인가. 개인이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없듯, 국가도 안보를 훼손한 다음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강력한 군대가 있어야 한다. 적에 대해서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대비대세를 갖추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철저하게 대비했던 국가는 지금까지 강건한 국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소홀히 했던 조선 시대 우리조상들의 ‘말로’가 어떠했던가. 일본. 중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노예처럼 살지 않았는가. 대한민국도 북한에 대비를 소홀히 했다가 1950년 기습 남침까지 당해 국가가 망할 뻔했다. 기습적인 핵공격을 당하면 한국과 한국 국민의 존속여부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북한을 믿고,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고자 하는 것인가.

오래 전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토론장에서 “북한이 주적이 맞느냐”고 질문하자 “대통령 될 사람은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직답을 피했다. 그 말이 왠지 마음 한구석에 거슬린다. 믿을 건 우리 자신뿐이다. 잘살고 강해져야 평화를 이룰 수 있고, 나라도 존립 할 수 있다. 미국에 잘 보이고, 중국에 미움 받지 않는 것이 외교의 목표가 될 수 없다. 국가의 흥망은 우리하기에 달렸다. 어떤 강대국도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 수는 없다.

[호 심송, 전,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박사),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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