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귀를 의심했다. 걸핏하면 ‘촛불 혁명’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이 국민을 개돼지만도 못하게 취급하면서,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 방식(my way)대로 통치를 하겠으니, 입 닥치고 무조건 따르라는 경고를 했다. 마치 왕정시대의 국왕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문 정권은 비현실적인 차원을 뛰어넘어, 국민을 대놓고 개돼지로 취급하는 것 같다. 고기나 당근 몇 토막만 던져주면 말을 잘 듣는 개돼지여서, 국가 부도를 부르든 말든 펑펑 돈을 쓰는 정치적 선심이 국민이 낸 세금인 줄도 모르고 고마워 할 거라는 오만한 인식의 반영이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의 허황한 공약보다 훨씬 더 악성이다. 당시 허 후보의 선거 구호였던 ‘국가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많습니다.’ 속의 ‘도둑’이 되겠다고 서로 나서는 행태와 진배없다. 국민들이 뭐라고 하던 내 X꼴리는 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졌다. 대통령에겐 민심은 없고, 오직 문파들만 있는 것 같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파괴, 안보 무력화, 경제 실패, 국민 분열 등 총체적 실정(失政)의 장본인인 문 대통령이 이날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기자회견에서 반성·자책은커녕 앞뒤부터 맞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자화자찬만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잔치뿐이었다.

문대통령은 인사청문회 관련, 기자의 질문에 “청문회는 무안 주기”라고 답변,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언론 취재와 국회인사청문회가 임혜숙(과기부)·박준영(해수부)·노형욱(국토부) 장관 후보자들의 중대한 결격 사유를 파헤쳐 ‘무안’을 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발탁이 얼마나 고심한 끝에 이뤄졌고, 유능한 사람들이 무안(?)을 당할까 봐 장관직을 고사한다고 설명까지 했다. 이어 능력이 아닌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 식 인사청문회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대 원칙은 자신이 만들어 놓고도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의 정신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엔 ‘추천과 검증에 실패하고서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청와대(박근혜 정부)의 모습이 기이하다’고 말 한 바 있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를 입증해주는 지도자의 추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5대 원칙’(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중 하나라도 위반될 경우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누가 시킨 게 아니고 자기 스스로가 약속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청와대 근무 시절을 꺼내 “역대 가장 깐깐한 인사검증을 했던 민정수석이 저 문재인”이라고 내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권 첫 내각 구성부터 스스로 만든 그 인사원칙을 안 지켰다. 결과적으로는 국민을 기만하고 속인 것이다. 당연히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자 보란 듯이 음주운전과 성범죄를 포함한 '인사 7원칙'을 내놓았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화려한 말 뿐이었다. 무수하게 발표한 공약이 임기 4년 동안 전무후무하다시피 지켜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인사 5원칙’을 스스로 제시해놓고 첫 인사(人事)부터 지키지 않아 임기 중 무려 29명의 부적격자를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 임명을 했다. 누가 문 대통령에게 그런 인사 원칙을 만들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 만들고는 안 지켰다. 그 행태를 보니 임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이런 거짓말을 계속하며 국민들을 속일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세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 고 밝혀 임명 강행을 고집하고 있다. 특히 세 후보를 노골적으로 반대하는 건 야당이지만,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소극적 대응을 보이고 있는 여권을 겨냥 질타 성 발언을 한 것 같다. 야당의 반대는 당연하지만, 여당 초선의원들까지 나서 일부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청와대에 권고해 달라고 당 지도부에 요청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주당 분위기도 장관 임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임명 강행은 무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여권 성향의 정의당도 마찬가지로 세 후보의 임명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실재로 최근 여론은 세 후보자의 임명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57.5%)은 이들 3명을 임명해선 안 된다고 응답했다. 임명해도 된다는 답변은 30.5%에 그쳤다. 대통령이 특별연설에서 현행 인사청문회를 ‘무안 주기 식’ 이라고 불신하며 세 후보를 조국 감싸듯 감쌌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 11일 문 대통령은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 청문보고서 재 송부를 요청했다.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도 이들 장관 3명의 지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 강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예측된다.

취임 4년에 보여준 문 대통령의 모습에서 확실해진 것은 그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개각 발표를 앞두고 인터넷에는 문 대통령이 악취 나는 쓰레기통에 머리를 처박고 장관 후보자를 찾는 합성 풍자 사진까지 떠돌고 있다. 경찰에 체포된 도둑이 직업을 ‘빈부 격차를 없애려고 밤낮없이 노력하는 사회운동가’라고 진술했다는, 오랜 유머도 새삼 회자됐다. 부패·부도덕·부정·위선이 더 심한 후보를 고르는 것으로까지 비치는 행태가 또 반복될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었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내로남불’이 문 정권의 DNA라는 취지이기도 하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쓴소리 경청’ 간담회에서 20대 청년들이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여당이 촛불집회 대상이었을 것”이라며 ‘내로남불’을 고질(痼疾)로 지목했어도 문 대통령은 여전히 ‘우이독경’이다. 측근들이 잘못 보좌를 하는 건지, 문 대통령이 고집을 부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되레 문 정권 핵심이야말로 이성적 판단력 없는 가축 비유가 합당한 대상이 아닌 지 묻고 싶다.

민주당 지도부가 세 후보자 중 일부는 철회를 해야 한다는 뜻을 청와대에 보고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적으로는 확인이 안 된 상태다. 마침 오늘(14일)은 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비롯한 신임 여당 지도부와 문 대통령간의 상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문 대통령이 국회에 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재 송부해 달라고 요청한 시한과 겹치는 날이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는 현 상황이 매우 곤욕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고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청와대도, 여당 지도부도 원칙만 지키면 문제 해결은 쉽게 풀릴 수 있다. 문파들의 ‘문자 폭탄’ 의 공포 속에서도 소신을 밝힌 초선의원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드리고,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 후보자들을 거부하는 민심에 귀 기우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송 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때다. 중심을 잘 잡아 대통령을 잘 보필해야 한다. 자칫 작은 것을 탐하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다행일까 영국에서 도자기 1250여 점을 밀수한 혐의 등으로 국민을 분노케 했던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자진사퇴를 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논란이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사퇴의 배경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국가 지원금으로 간 해외 출장에 상습적으로 자녀와 배우자를 동행하며, 공·사(公私) 구분조차 못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결단의 시간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하는데, 뻔뻔스럽게도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이미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대통령이지만, 더 이상 거짓말 대통령으로 만들지 말자. 그나마 5선 이상민 의원이 공개적으로 ‘임. 박 후보자 임명 반대’ 뜻을 밝히면서 당내 분위기를 깼다. 이런 상황에서 초선의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 나섰으니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겠는가. 가히 짐작할 만하다. 문 대통령부터 남은 임기 1년, 말로만 민의(民意)를 떠받든다고 해선 안 된다. ‘문(文)주공화국’ 오명(汚名)을 자초하고, 참담한 실정도 분식하며, 대법원장·검찰총장 등을 ‘내 편’으로 채운다고 해서 정치적·사법적·역사적 죄책을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퇴임 후를 걱정하고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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