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시침, 분침이 있는 시계나 그렇지, 오전 오후가 구분되는 디지털시계는 단 한번 뿐이다. 멈춰 있는 시간의 시간은 결코 현실세계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미 멈춘 시계의 시간인데도 여전히 그 시계의 시간이 맞는다고, 우겨봤자 세간의 웃음꺼리밖에 안 된다. 비웃음만 사기 십상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비상식적인 말을 하겠느냐고 물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분명 있다. 지난 해 4.15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무소불위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일명 ‘더듬어만지당’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이 딱 그렇다. 압승의 환상에서 아직까지 취해 시퍼런 칼날을 마구 휘두르며 “내 시계 시간에 맞추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좀비 같은 우매한 무리들이 국민을 가르치려든다.

이 사회는 조직 공통체로 구성 되어있다. 그래서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어쩜 그것이 정상이다. 문제는 그런 의견들이 조율되고, 현실에 부합되어, 예상대로 서로가 공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소위 신뢰라는 소중한 가치는 이런 경험과 믿음을 통해서 얻어진다. 정책이 그렇고 정치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4년 넘게 정치적 현안을 두고 고집과 억지의 ‘끝판 왕’ ‘내로남불’을 경험하면서 먹고사는 정책에서조차 ‘마. 부. 백’(마스크, 부동산, 백신)식 전쟁으로 진저리를 쳐야만 했다. 이 정권은 상황이 전개되면 허둥지둥 성급하게 자기 틀에 끼워 넣고 ‘올인’을 거듭한다. 그리고 전 정부는 이보다 훨씬 더했다고 남 탓하고, 허무한 결과가 나오면, 언제 우리가 그랬느냐고 둘러대며, 은근 슬쩍 화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기를 반복하면서 국민들은 치미는 분노를 아예 ‘입 닫음’의 단계를 넘어 체념 상태로 가고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때쯤이면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 ‘잘되고 있고, 또 잘 될 것이다.’ 라는 이레적인 말 한마디를 남기곤 그림자로 숨는다. 아예 일상화가 된 ‘내로남불’로 이어지는 ‘찔끔 사과’와 이슈 교체는 이제는 정부 행동의 기승전결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러나 모가지만 땅에 묻는 새처럼 워낙 패턴이 단조로워 눈치 빠른 국민들은 문 정부가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다 알고 있다.

어리석은 문 정부만 모르는 것뿐이다. 이미 신뢰를 잃은 정부가 무엇을 발표해도 국민들은 반복된 패턴의 색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늑대소년, 피노키오뿐이다. 그러면서도 남을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우겨 된다. 그야말로 김정은이 지껄이든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며 그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더러운데 아무리 좋은 음식을 담는다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소화가 제대로 안되어 탈이 날것이다.

어떤 집단이나 세력의 이데올로기가 담길 경우 고상한 말잔치를 한다. 일예로 ‘납치’는 ‘특별인도’ 등으로 그럴싸하게 표현한다. 국민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헷갈린다. ‘국회 관행이 정상화’인지 ‘거대 여당의 독주’ 맞는 건지, ‘검찰개혁’ 이 정말 필요한 건지, ‘검찰 다스리기’가 맞는 건지. ‘비과세 감면 축소’인지, ‘증세’인지 모를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최근에 의혹이 제기된 정의기억연대의 ‘정의’는 부정이라는 뜻으로 유통된다고 말할까.

더불어민주당 엔 ‘더불어’ 와 ‘민주’가 없고, 국민의 힘엔 ‘국민’이 없고, ‘힘’이 안 보인다. ‘협치’라고 써놓고 각각 ‘단독’ ‘파행’이라고 우긴다. 문득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생각난다. 그의 취임사는 탄핵으로 어수선한 나라를 바로 잡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충심(衷心)이 곳곳에 배여 있는 그야말로 명문(名文)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구는 손혜원. 김경수. 유재수. 조국. 울산시장 의혹 선거, 윤미향, 이재명사태를 겪으면서 ‘정말 문 대통령이 말 한대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불평등과 불공정, 불의가 여전히 판치는 세상이다. 유명한 문구는 또 있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불평등과 불공정, 불의가 여전히 판치는 세상에 사는 국민들로서는 코끝이 찡 할 정도로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지나 간 시간의 역사지만 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광화문으로 나와 국민의 쓴 소리도 듣겠다.’ 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등 대통령의 초심이 묻어나는 메시지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취임사 끝부분에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이 건 ‘평등. 공정. 정의’ 같은 국정 목표가 아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행방안이다.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천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망각 증세가 있는지 임기 중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살리지도 못할 뿐 취임사와는 달리 잘못에 대해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소통도 잘 안 되고 있다. 대통령이 그래서인가 이 정권 사람들 역시 사과와 소통 대신, 실책(失策)은 모두 야당 탓, 재벌 탓, 언론 탓만 하더니 이제는 코로나 탓을 한다.

해를 거듭 할수록 초심의 취임사와 다르게 흘러갔다. 말잔치에 불과했고, 어느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 아니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로 만든 것 하나는 지켜졌다. 여당 초선의원 5명이 이번 서울 . 부산시장 성추행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후 ‘조국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자 여당의원 뿐만 아니라 친문(親文)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때 대통령이 ‘나라를 생각하고 한 말이니 무분별한 공격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면 얼마나 보기 좋고, 넉넉한 인품을 보일 수 있는 대통령으로 비춰질 수 있었을까. 큰 그릇은 못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도 ‘조국’으로 대한민국이 양분화 되어 갈등을 빚을 때도 대통령은 인내(?)하며 침묵을 지켰다. 부처장(장관)이 발표할 정책수준까지도 직접 나서서 챙기고, “조국에게 빚을 많이 졌다.

조국을 이제 놓아주자.”며 국민을 양분화 시켰던 대통령이 코로나 재 확산 책임을 기독교에 떠넘기며 사회적 갈등을 느끼게 하고,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간에 분열을 조장시키는 말을 했다. 필자만 그렇게 보였을까. 물론 복잡다단한 국정을 운영하려면 뜻대로 되지 않을 수가 있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결과가 나쁘게 나올 수도 있다. 취임사의 각오처럼 잘못한건 바로 인정하고, 소통하며 국민들을 이해시키면 된다.

그러면 누구라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다. 천주교에서 하는 말이 생각난다. 천주교에선 ‘내 탓이요 내 탓이로다.’고 고해성사를 한다. 세상의 허물에 대해 남을 탓하기 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마음의 평화를 희구한다. 대통령도, 정치인들도 다 그런 마음의 자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측근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무소불위의 청와대와 여당의 특징은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무조건 “가짜기사가 촉발했다” 며 전 정부나, 야당이나, 재벌 등 남 탓만 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잊어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 평등. 공정. 정의를 위해 고뇌하거나 말을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태도를 보면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안타깝다. 이 역시 대통령의 좋은 인품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놓치고 있다.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를 스스로 거부하고 내 갈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배짱인 것 같다.

많은 것을 바꾸려고 시도했던 문 정부의 시간이 불과 1년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이제는 분명 하산 국면이다. 공교롭게도 문 정부가 시도한 정책이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드시 그에 대한 평가는 따를 것이고 일을 추진하는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바라기는 ‘친문’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또 적(敵)은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內)에 있다. 불운한 전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데, 큰 사화(士禍)일어날 것 같이 불안하다. 고장 난 시계는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지금부터가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잘 된 것과 잘못 된 것(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조국 사건 등)을 정확히 가려서 이어 갈 것과 버릴 것을 분명히 판단해 진행을 해야 한다.

시간은 고장 나지 않았다. 멈추지도 않는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대선이다. 정부가 마무리를 잘 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면, 내편만 챙기는 정책을 버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실책(失策)을 인정하고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국민들이 잊고, 또 무사히 귀향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민심은 바다의 파도와 같기에 믿을 수가 없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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