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이 거대 여당을 준엄하게 심판했다. 일명 성추행 보궐선거로 불리는 선거에서 서울. 부산이 뒤집어졌다. 지난 해 야당이 겪었던 ‘잔인한 4월’ 찬바람이 이번엔 오만 불손한 여권의 심장을 강타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사실상 국민의 힘 승리로 끝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정권심판'으로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이기 때문에 경고의 의미보다는 '심판'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선거의 결과는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 ‘이중 기준’에 환멸을 느낀 민심이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자진 사퇴한지 10년 만에, 그 악몽을 끝내고 재 입성했다. 부산시장에 당선된 박형준 시장 역시 지난 2004년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에 출마, 당선 된 지 17년 만에 선출직 공직자로 돌아왔다.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뜻의 ‘재주복주(載舟覆舟)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민심은 언제라도 변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1년 전 민심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국면이었다고 하지만 지난 해 총선에서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주며, 국정안정론을 바랐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심판 론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예로 서울. 부산시장 외에 기초단체장(울산 남구. 경남 의령)과 광역의원(서울 강북 등 8곳), 기초의원(서울 영등포 등9곳)선거에서도 민주당 텃밭인 호남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다수 지역에서 야당인 국민의 힘 후보들이 우세했다. 이는 투표열기에도 확연하게 나타났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국민의 힘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광역단체장 투표율이 56.8%로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이 58.2%, 부산시장 보선 역시 52.7%의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했다. 더구나 지방선거와는 달리 재. 보선은 평일 투표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높은 참여율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그만큼 민심이 거대 여당의 오만함을 표로 심판하며 꾸짖은 것이다.

180석의 힘을 믿고 그동안 오만했고, 또 오판하며 오기를 부린 결과로 철퇴를 맞은 것이다. 실제 민주당은 ‘100년 집권’ ‘윗물은 맑은 데 아랫물이 맑지 않으니 현 정권이 더 집권해야 한다.’는 뻔뻔함으로 각종 현안을 숙고나 야당과 소통 없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곤 했다. 더욱이 이번 선거전에서 집권여당은 재난지원금 등 돈 풀기에 급급했고, 네거티브에 골몰했다. 성추행보궐선거가 백색구두, 생떼 탕 선거로 변질되면서 정책. 비전은 없고 구두 논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소모했다. 결과적으로 ‘생태탕’ ‘페라가모 로퍼’만 부각시켰을 뿐 유권자는 알권리를 빼앗겼다. 이해찬 전 당대표까지 나서 과거 새천년민주당(현 민주당 전신)결과(참패)를 지적하며 자중할 것을 요구했고, 또 내곡동 문제는 이번 선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뿐더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지만, 집권여당은 듣지를 않고 여전히 오만방자함을 보이면서 참혹한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성추행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한 국민의 힘도 승전고를 울리면서 환희에 빠지기보다는 유권자의 심중을 알고 자중해야 한다. 국민의 힘 후보가 좋아서, 마음에 들어서 표를 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응원이 아니라 응징의지가, 지지가 아니라, 그동안 쌓인 반감이 서울. 부산, 기타지역 유권자 표심을 좌우했을 뿐이다.

이번 보궐선거의 특징은 시장으로서의 시정정책제시보다는 상대 후보 흠집 내기에 열중한 선거전으로 기억되어진다. 선거는 입후보자 중 누가 가장 지혜로운지 판단하는 다수의 결정이다. 그러나 선거는 왜곡의 위험이 따르다보니 자칫 다수 이익의 선택과정으로 몰락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위대한 현자가 중우정치라고 걱정한 그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거는 이를 훨씬 지나쳐 입후보자 중 누가 진정 부패. 부정. 부도덕의 화신인지 결판내자는 망신주기 결투장으로 변질되었다. 다수결 원칙으로만 치우치며 소수의 의견이 묵살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결정되어지는 게 과연 공평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주창했던 ‘기회는 평등 했는가’ ‘과정은 과연 공정 했는가’ ‘모든 일에 정의로웠는가.’ 답은 이렇다 “네 평등했고, 공정했고, 정의로웠지요. 다만 자기들 내편 식구들끼리만.” 그랬다.

오직 옳고 그름에 앞서 숫자로만 결정한다. 거짓말(공약)은 문 대통령이 가장 많이 했는데, 상대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도토리 키 재기’ ‘50보, 100보’ ‘x붙은 개가 B 뭍은 개 나무란다.’ 는 빈축을 받게 된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집권당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 투표자인 유권자들은 자기가 찍은 후보가 시장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고 했는지 잘 모른다. 애초부터 관심조차 없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달라진 현상을 볼 수 있었다. 20대 청년들이 2번 후보 유세 연단에 올라와 절규하는 모습이다. 의아할 정도였다. 지난 해 총선 때만해도 젊은이들이 푸른색(민주당 상징 색)조끼를 입고 투표소에 가 인증 샷을 올리며 여당을 지지했던 청년들이다. 그들은 아무리 정부와 집권당이 실망스러워도 야당에는 도저히 표를 줄 수 없다고 대놓고 말하던 청년들이다. 그런데 1년 사이 2030청년 민심이 확 돌아섰다. 배신 한 것은 청년들이 아니라 집권 여권이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20대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기 때문이다.” 라며 “취직도 안 되고 미래도 불안하니 이에 대한 불만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면서 청년들이 분노하게 만들었다.

필자가 만나본 한 청년은 “민주당이 집권하기 전 까지는 그나마 청년들이 저축도 하고 조금이라도 나름 희망과 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희망마저도 모조리 사라져버렸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또 다른 청년은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워 일본으로 가서 일자리를 어렵사리 구했지만, 한국에서 ‘토착왜구’ 척결 소동에 결국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 신세로 되돌아왔다고 긴 한숨을 쉰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부가 자기들에게 뭔가 재정지원을 해준다고 하는 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유는 결국 나중에 자신들이 갚아야 할 빚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란다. 집권여당의 실책으로 차선의 2번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4년 반 전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뛰쳐나온 젊은이들이 이렇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청년과 국민을 우롱하고, 무시했다. 그 결과가 지금 늦게나마 민심으로 드러난 것이다.

서울 . 부산 시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진 시장보궐선거가 끝났다. 지자체장 선거임에도 엉뚱하게 정권 수호, 정권 심판이라는 구호가 난무해 마치 대선을 치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국민의 힘’을 좋아하거나 잘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원래 ‘민주당’이 오만불손하고 잘못한 게 너무 많아 집권세력의 안티테제로서 반사이익을 누렸을 뿐이다. 어쩜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리 백신을 맞은 것이다. 보궐선거가 끝났다. 이제 1년 남짓 남은 대선체제에 돌입할 것이다. 유권자의 재신임을 얻어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여. 야의 전략. 전술적 움직임이 치열하게 진행 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여야 모두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어 노선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과거보다 진폭이 커진 여론의 흐름도 각 정당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당의 경우 이번 선거의 패전 결과에 따른 책임론으로 계파 간 균열소지가 보이고, 야당의 경우, 안철수의 합당 등으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대선까지 지금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장담 할 수는 없다. 대선 직전의 선거 결과가 대선 결과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흐르는 물과 같아 멈춰있지 않고 언제든지 쉽게 바뀐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제까지 여 야를 불문하고,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롭지는 않았다. 모두가 늑대소년 소녀, 피노키오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를 끝내면서 모든 걸 잊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까.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닐 수도 있다. 국민들이 잊을 수 없는 실정(失政)에 분노들이 너무 많다.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도 3일 만에 부활하셨다. 또 석가모니는 부귀영화를 버린 분으로 옥좌가 아닌 돌바닥에 앉은 분이셨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심판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를 베푸시는 스승이었다. 우리 모두가 그 지혜를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그분들의 지혜를 통해 배울 순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당선된 서울. 부산시장은 임기 말 지혜롭고 칭송 받는 시장으로 기억되지기를 바랄 뿐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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