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넷의 여배우 윤여정씨가 한국영화사(史)를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 달 25일 열리는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재미교포 2세 정아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MINARI)’ 로 윤여정씨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다. 그런 ‘미나리’가 어느 틈에 국민유행어가 되었다. 한국 여배우가 출연한 영화 때문인 줄 알았는데, ‘미’리 빼낸 정보로 ‘나’라 망친 것들의 ‘리’스트를 모두 공개하라는 의미로 ‘미나리’ 란 말이 유행어로 된 것 같다. 또 한동안 뜸했던 ‘달(Moon. 吻)님은 영창(囹槍)으로,’란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이제는 분노할 힘도 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출세하려면 부패·타락 필수” 가 우선이 되었다. 세상도 바뀌었다. 도서관에 있는 자식보다, 시위 꾼이 된 자식이 ‘대성’하는 세상이 되고, ‘열사’가 되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화염병 던지고 성조기 찢으면, 청와대도 가고 국회의원도 되는 참 희한 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는 국민들. 요즘 젊은이들은 많이 헷갈리고 있다. 태극기와 인공기 중 어느 것을 들고 흔들어야 할지 고민을 한다. 쉽게는 북한이 좋아하고 문 정부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 한반도기를 들고 싶어 한다.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군인들은 개죽음, 가이드라인을 뛰어넘어서 시위하다 죽으면 영웅이 되어 국립묘지에 묻히고, 애국가 대신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아니라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세상.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매국노 독재자, 친일파로 내몰아 여론몰이를 한다.

사냥을 하기 위해 키운 사냥개(?)를 삶는 악취가 온천지에 진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촛불, 촛불’ 하더니 “전국에서 불이 나는 게 아니냐.” 고, 쑥덕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세계 역사를 보면 한 나라가 망하려면 이상한 망조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백제 멸망을 한 달 앞 둔 시점에서, 사비궁궐 구덩이에서 출현한 거북이 등딱지에 새겨진 글자 ‘백제는 둥근 달 같고, 신라는 초승 달 같다.(百濟同月輪 新羅如月新)’ 의자왕은 두 명의 무당을 불러 이 글자를 해석하게 했는데, 그 중 “달이 둥글다는 것은 가득 찼다는 것이니 이제 곧 기울 때가 되었다는 뜻이고, 초승달은 아직 차지 않았으니 머지않아 보름달이 된다는 뜻입니다.”라고 말한 무당을 죽이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해석했다.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김유신 편에 나오는데, 원래 부산현령인 조미압이 백제에 포로로 끌려가 좌평 임자의 종이 되어 주인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얻은 후 고정간첩이 되어 내부 정보를 김유신에게 속속들이 제공하며, 공작 활동도 했다.

또 서기 688년 한반도에서는 당나라의 고구려 공격 지원을 요구받은 신라가 고민에 빠졌다. 김유신의 동생 흠순과 조카 인문이 원정군 장수로 임명되자 김유신을 찾아가 “자질이 부족한 우리가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땅으로 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삼국사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백제는 오만함으로 멸망했고, 고구려는 교만하여 위태롭게 되었다. 우리의 올바름으로 저들의 그릇됨을 친다면 뜻대로 될 것이다.” 백제와 고구려의 국력으로 볼 때 임금과 신하가 겸양하며 뭉쳤다면 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대 신라인들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김유신이 기획한 고도의 심리전이 아닐 수 없다.

한 시민이 정치인에게 “한마디로 정치란 무엇인가요?”물었다. 그랬더니 정치인이 독백처럼 하는 말이 “다 국민 속이고 기만하는 짓이야.”라고 말했다는 일화가 있다. 잘 살게 해주겠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겠다. 온갖 감언이설로 유권자(국민)를 유혹했지만 정작 집권 4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살림살이가 얼마나 나아졌던가.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더니 1월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늘기는커녕 100만 개나 사라졌다. 국민의 삶은 그야말로 파탄지경으로 죽지 못해 사는 거다.

살판 난 건 청와대와 그 잘난 선출직 권력과 공직자들이다. 21세기 현대국가는 작은 정부, 깨끗한 정부를 지향해야 마땅한데 문재인 정부는 4년 공무원 증원 목표가 17만 명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인구 5000만 명에 공무원 수가 120만 명에 이른다. 당연히 돈을 벌고 싶으면 기업으로 가고, 봉사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데, 편안한 삶을 살기위해 너도나도 공무원을 택하려고 한다. 얼핏 보아도 국가적 손실이 크다.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게 아니고 기업이 만드는 거다. 기업을 옥죄기만 하는 탓에 일자리는 사라지고, 공약을 지키려니 날돈을 쓰는 공무원을 손쉽게 증원하고, 알바와 한시적인 노인 일자리만 양산하며, 취업률 향상을 말한다. 현재까지 늘어난 알바가 9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 정권을 보면 마치 늑대소년을 연상시킨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반성 할 줄도 모른다. 국민들을 놀라게 해놓고는 나 몰라라 하며 능청을 떤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통합과 공존을 강조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야당은 국정 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든, 진보라고 생각하든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다름에 대한 관용과 다양함 속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등의 말들은 당시 큰 기대와 감동을 받았던 말들이다. 이런 발언을 관통하는 철학은 통합과 균형, 관용의 공화주의 정신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하나도 이뤄진 게 없다 모두 말만 번지래하고 공허한 외침이었다.

실제로 정책은 경악을 할 만큼 비상식적이었다. 조국, 추미애를 앞세워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아래 내 편이 아닌 네 편들은 좌천시키고 내 편들에게 그 자리를 채웠다. 정부 인사 원칙이 궤도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또 조국, 최강욱 사건을 맡은 재판장은 인사 관행을 깨고 유임됐다. 그러나 김경수 댓글 조작 사건에 유죄 선고한 재판장은 조기에 교체시켰다. 심하게 말하자면 사냥개를 주인에게 충성하는 애완견으로 만들 작정이다. 그런대도 이해하고 납득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정무 직 인사도 마찬가지로 파행으로 이뤄졌다. 현 정부에서 야당 반대로 인사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장관급 이상 임명 자가 29명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있다. 공존과 견제, 균형의 원리는 이미 땅에 떨어져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원. 검찰은 독립적 권한과 권위를 갖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데 이들 기관 역시 인사가 임의로 이뤄진다. 앞으로는 이런 기관에 대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래도 우리 국민이 따뜻한 물이 담긴 주전자속에 안주하며 있을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말이 떠오른다. 정치꾼은 인간을 두 종류로 나눈다고 한다. ‘도구’ 아니면 ‘적’으로 구분한다고 한다.(A politician divides mankind into two classes: tools and enemies)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데 명수인 여당은 국민을 우리 편 아니면, 네 편(적)으로 몬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무책임한 언사를 남발하며 유권자들을 유혹한다. 선거 때만 되면 유권자 앞에서 허리를 굽히는 후보자들도 많고, 재래시장에서 떡 볶기나, 오댕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너무나도 가식적인 모습으로 역겹기까지 하다. 그런 모습에 속는 유권자들이 안타깝다. 이렇게 구걸해서 금배지 달고 나면 등은 보이지 않고 턱하고 콧구멍만 보이며 오만과 교만의 자세로 돌변하게 된다.

일찍이 애덤스는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주인행세를 하는 노예제가 시작된다고 했다. 국민들이 뽑은 자들은 후보자일 때의 초심은 잊고 어느 듯 완장을 차고 국민위에 군림한다. 다음 선거를 걱정하는 자들은 정치꾼(politician)들이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자는 훌륭한 정치인(statesman)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부산 성추행보궐선거일이 20여일 남짓 남았다. 막대한 국고를 손실하면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원인 제공을 한 정당 후보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있다. 한번 속으면 속이는 사람이 나쁘고, 두 번째 속으면 속는 사람이 더 나쁘고, 세 번째 속으면 두 놈이 다 공범이란 말이 있다.우리 모두 모르는 사이 슬그머니 이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은 한 번 쯤 자신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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