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우리 것이지만 그 결과는 우리 것이 아니다.(Our thoughts are ours their ends none of our own)”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나라를 위한 구국의 심경으로 행한 일마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진행을 통해 인간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라는 우리의 생각이 허구임을 보여주는 말이다.

로마의 장군 브루투스가 적과 대치중이다. 그는 세상사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 적군이 군사를 더 모아 세를 불리기 전 전투를 벌이자고 주장한다. 브루투스는 로마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공화주의자다.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 황제로 추대 될 위험성이 커지는 시저를 암살하는 데 동의해 시저를 살해했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만을 믿고 로마와 로마시민을 위해 독재를 막는다는 대의명분 속에 저지른 브루투스의 행동은 로마를 두 편으로 갈라놓고 내란이라는 혼란에 빠트린다. 결과는 어떠했는가. 브루투스와 주모자는 결국 예상과는 달리 정반대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가 혼란에 빠짐은 물론 시저를 시해했던 그 칼날이 그들의 가슴에 꽂혔다. “시저여, 그대가 나에게 복수를 하는구나. 그대를 죽인 그 칼로” 이들은 햄릿이 말한 것처럼 “공병(工兵)이 자신이 설치한 폭발장치에 맞아 공중 분해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인간의 판단력과 자유의지는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최후의 승자는 브루투스가 아니라 그와 대치하고 있던 안토니우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안토니우스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는 기다리며, 적의 허물마저 용서하는 포용력도 보여주었다. 안토니우스는 세상을 움직이는 운명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최소한 그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세상사는 인간의 의지나 선택과는 무관하게 하늘의 뜻에 의해 진행됨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청와대, 집권여당,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집요하게 윤석열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물고 늘어지는 추태를 보면서 로마의 브루투스의 최후를 연상하게 되었다. 2016년 10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한 대규모 촛불 집회가 벌어지고 그 이듬해 3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 구속되고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은 일련의 과정을 극히 ‘상식의 회복’이란 표현을 썼다.

2018년 8월 조국 가족 사태가 일어나고 정략적 검찰개혁을 비롯한 연이은 실정으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냉랭한 민심이 감지되고 있다. 2020년 12월 정경심이 유죄판결을 받고 윤석열이 업무복귀를 했다. 이때도 많은 사람들은 또 한 번 ‘상식의 회복’을 말했다. 상식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갖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한다. 사회가 더 나아진다는 것 자체가 상식이 아니던 것이 상식이 되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구호처럼 흘러나오던 ‘사람이 먼저다’ 가 사라진 것 같다. 대통령의 입에서도 그 말을 들을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촛불집회, 탄핵을 등에 업고 뜻하지 않게 권좌에 앉은 문 대통령의 철벽같았던 지지율이 2017년 5월 취임직후 엄청나게 폭락했다. 그럴 만도 하다. 비교적 탄탄했던 지지율은 2019년 8월 시작된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방심으로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양분화 되는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발 초기 대응효과 덕으로 지난 해 봄 60%대로 지지율을 올렸지만 잠시 뿐 그것으로 끝났다.

내놓는 부동산 정책마다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시급한 민생경제는 제쳐두고, 임기 내내 윤석열 검찰총장을 죽이겠다고 기인(棄人)소리까지 듣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행보가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데 일조를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12월부터는 40% 밑을 맴돌고 있다 급기야는 30%대로 추락했다. 특히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고, 긍정평가는 35.1%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집권 후반기 레임덕의 징후로 보이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측근들이 실책을 지적하며 대통령 곁을 떠나고 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세는 쉽게 회복이 안 될 것 같다.

다수의 국민들은 여당의 폭주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고, 불안한 상태에 있다. 집권 3년 반 동안 문 정권은 최저임금부터 부동산. 탈 원전, 검찰, 외교, 북핵까지 손대는 일마다 파열음을 냈다. 냉랭해진 민심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 패착의 핵심을 굳이 꼽는다면 인사의 실패라 할 수 있다.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폐로 몰아가며 마녀 사냥 식으로 처단을 했다. 또한 인재를 고루 등용하지 못한 것도 주요인 될 수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그 이치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의 인사는 “0”점이다. 문 대통령은 4년 가까이 극소수 인재풀을 가동, 회전문 인사를 단행했다. 세상시야를 좁게 보고 집단사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동의 없이 강행한 장관급 임명이 무려 26차례나 된다. 이런 정부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통역사가 장관 되고, 교육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장관이 되는 판국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인 다수의 의사도 무시된 채 무조건 ‘원 팀’ 구조로 되어버린 정권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가 없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부동산이 아수라장이 되고 실업자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와도 “우리 경제가 선방하고 있다.” “집값이 안정세를 보인다.”“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식의 ‘지록위마(指鹿爲馬) 정부’ 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현미 다음으로 인사청문회 보고서도 없는 부적격자 변창흠을 임명하고, 조국, 추미애 거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박범계로 돌려막아서는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다. 집단사고에 매몰되어 있다 보니 K방역은 아예 ‘국뽕’이 되고 말았다. 의료전문가들이 겨울 대유행에 대비, 병상. 인력. 백신확보를 간청했지만 듣지도 않았다. 의사 간호사를 이간질하고 현장의료진이 기진맥진하는데도 의대생 국가고시를 쥐고 길들이기에 나서기도 했다. 광화문 시위자와 기도교계를 코로나 발상지로 몰아 국민들을 호도하기도 했다.

상식이하의 행태를 보이는 사이에 교도소. 요양병원은 세월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사람이 없다. 임기 전부를 윤석열 잡기에 골몰하다시피 한 추장관은 이번에도 이명박 정부를 탓한다. 동부구치소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든 주범은 법무부와 서울시 그리고 방역당국이다. 동부구치소 건립은 노무현 정부 시절구상이 나왔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궤도에 올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도 ‘독거 실과 혼거 실을 다른 층으로 분리해달라는 교정 당국의 의사는 아예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전문가가 결정한 결과이다.

국가정책이 제대로 되려면 네 편 내편 가리지 않고 유능한 전문가를 써야하고 한 번 발탁한 인재는 믿고 맡겨야 한다. 단지 내 편이라는 이유로 2.3등을 쓰면 안 된다. 특히나 유념할 것은 삼권이 분리된 상황에서 의원직과 당적을 유지하는 사람을 정무직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과 정치세력의 포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왕조시대와는 달리 민주국가에서 대통령 인사권은 고유권한이 아니라 국민이 위임한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인사는 민심을 헤아려야 한다.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인사를 강행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문 정권의 인사는 진짜 전문가가 인사를 하는 것인지 의심이 된다.

이제까지의 과정으로 보면 인재를 보는 안목이 아주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문 정부는 상식선에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인사를 해야 한다. 여권이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배경에는 열성파(자칭 문빠)친문세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선호를 갖는 것은 시민으로서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기 진영이 마치 절대적 선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열린사회의 적이라 할 수 있다. 서슬 퍼런 전두환. 노태우 정부조차 경제와 국방. 외교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겼다. 올 신년사에서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성과가 없는 정책 책임자 교체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운 감이 든다.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끌고 가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결국 이번에도 부동산 '사과'는 말로만 그치는 것인가. 실패한 참모는 바꿔야 실책을 면 할 수 있다. 잔여임기를 감안한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상식의 회복’ 선에서 엄지척하며 “사람이 먼저다”를 유쾌하게 말하며 박수를 받고 떠나는 대통령이 그리운 엄동설한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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