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얼마 전까지 우리에게 관심을 끌었던 나훈아의 신곡 ‘테스 형’이 떠오른다. 당시 ‘테스 형’이 인기를 타면서 각종 패러디가 잇따라 나왔다. ‘테스 형’의 ‘테스’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넣어 부른 것이다. “00형, 세상이 왜 이런 거야?” 이런 식으로 변형시켜 궁금함을 묻는 것이다. 사실 나훈아가 부른 ‘테스’는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지칭 한 것이다. 이쯤에서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테스 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이 왜 이래’라는 ‘한탄과 물음’이다. 한마디로 철학적 물음인 것이다. 그런 노래가 또 있다. 올 추석공연에서 나훈아가 ‘테스 형’에 이어 곧바로 부른 노래 ‘공’ 이다. ‘공’은 나훈아가 2003년 작사. 작곡해 발표했던 노래다. ‘살다보면 알게 돼/일러주진 않아도/너나 나나 모두 다/어리석다는 것을...’ 불교의 ‘공(空)’사상을 나훈아 식으로 풀어낸 노래인데,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세태를 풍자한 테스 형과 대비 된 노래다. 나훈아는 어쩜 테스 형이 몰고 올 파장을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공’의 노랫말을 좀 더 관심 있게 보면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살다보면 알게 돼/비운다는 의미를 / 내가 가진 것들이/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요즘 우리 사회 구성원인 국민들과 정치꾼들이 나훈아의 노래만큼이나 삶의 의미를 묻고 느끼면서 살고 있는 지 알 수는 없지만, 물음은 개방적이어야 할 것 같다. 물음이 사라진 사회, 맹종하는 사회, 반대를 봉쇄하는 사회, 이런 사회는 죽은 사회다. 혹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모펀드는 왜 이래? 법무부 장관과 검찰은 왜 이래? 코로나19 는 계속 왜 이래? 원전 1호기는 또 왜 이래? 미세먼지는 또 왜 이래? 등등 궁금한 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런 궁금증에 대해 그 누구도 명확하게 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없다. 살다보면 많은 궁금증이 있겠지만, 가장 소중한 질문은 밖이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던져보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며 또 나는 어떤 물음을 나에게 던지며 살아왔는가. 하는 일마다, 벌이는 일마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좌천 시키며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며 ‘추녀(醜女)’소리를 듣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드디어 또 큰일을 저질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배제했다. 법무장관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직무배제 사유로는 Δ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Δ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불법사찰 Δ채널A 사건·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Δ검찰총장 대면조사 과정 감찰방해 Δ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 혐의를 들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6시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그간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여러 비위 혐의에 관해 직접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를 다수 확인했다" 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를 발표하기 직전 관련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안(事案)의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것을 알 만한 대통령이 이런 보고를 받고도 비정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처럼 “이젠 막가자는 건가” 끝까지 버터 보겠다는 것인가. 침묵에도 소리가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The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에서 ‘침묵은 말하지 않고도 말하고, 듣지 않고도 듣고, 속삭인다.’고 노래했다. 그래서 침묵은 상징의 언어, ‘금’이라 했다. 시(時)도 때(日)도 가리지 않고 말을 아끼지 않던 대통령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그 침묵은 세상을 향해 어떤 묵시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흔히 전략적 계산이 깔린 ‘침묵 정치’라고 말들을 한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다분하게 선택적이다. 적과 동지, 네 편과 내편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 해 3월 이른바 ‘적폐’(!)들을 겨냥한 장자연. 김학의 사건의 재수사를 지시하던 때는 국민들 모두가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사회 특권층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하면 정의로운 사회를 말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의 관심사이기도 한 조국이나 손혜원이나 윤미향이나 박원순 사건에 대해서는 어찌된 일인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특히 박원순 빈소에는 조화를 보내면서도 정작 피해자에게는 한 마디 위로도 없었고, 2017년 낚시배 전복사고 때 공개석상에서 묵념까지 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대통령이 북한의 만행으로 처참하게 학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가족에게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적폐도, 네 편도 아닌데 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대통령이 그들을 외면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대통령의 그 모습에서 ‘치킬 박사와 하이드’가 떠오른다. 여전히 문 대통령은 계산이 깔린 ‘침묵 정치’를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추미애 장관을 지지하는 듯한 대통령의 침묵은 무언(誣言)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빠 세력은 “우리 이니 진영을 목순 걸고 사수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드리고 있을 것이다. 또 문 대통령은 촛불 세력도 여전히 내 편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의 침묵 속에는 나라를 두 동강 낸 조국과 윤미향 사태의 판박이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 그 예다.

진저리나는 진영의 이분법 논리가 작동하고 어용 충견 나팔수들이 음모론을 퍼트리며 설쳐대는 현상도 똑같다. 불리하면 모두를 가짜 뉴스로 매도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 힘을 가진 자만이 말 할 권리와 말하지 않을 권리를 독점하는 게 침묵의 법칙이다. 무섭도록 차가운 대통령의 권력형 침묵은 정권 차원에서 몸을 사리도록 침묵으로 이끄는 묵시적 압박이기도 하다.

항간에는 이 같은 대통령의 침묵도 탁현민의 머리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법무부장관도 그렇지만 검찰총장도 문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았는가.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임명장을 주며 정부와 여당에도 가리지 말고 엄정 수사를 해달라고 말했다 지금 윤 총장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도 본인이 임명한 검찰총장을 법무부장관이 직무배제조치를 한다는데, 아무런 입장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론 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방조내지는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쯤대면 대통령으로써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고, 정말 직무배제에 해당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면 해임까지도 단행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며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뭔가 구린 게 있는 듯 추미애 장관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왜 아무 말도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그 깊은 뜻을 알 수 없다. 문 대통령에겐 무심한 침묵이겠지만 국민들에겐 폭거를 될 소지도 있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위선이 너무나도 분명한 사회적 쟁점에서 대통령이 모호한 침묵을 택하는 태도를 보이니 사회 혼돈은 깊어지고 갈등은 날카로워지는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라면 아무리 불편한 질문이라도 국민이 바라고 원한다면 입을 크게 벌려 답 할 의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권력적 수단’을 동원, 개혁을 밀어붙였다. 이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아예 검찰과의 대화는 목록에서 뺐다. 대신 인사권으로 제압하며 기반을 뒤흔들어 놓았다. 비 검사 출신이자 자칭 검찰 개혁주의자인 조국(아빠 딸),추미애(어마 아들)를 연달아 투입하면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심지어는 양분 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들의 관심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이라는 가치보다 검찰 햄 빼기라는 권한 중심과 검찰에서 망신당한 노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제도적 보복에 더 집착하는 게 패착이다.

‘검찰개혁 기관차’는 결국 공수 처를 대통령 산하로 편제하면서 뒤틀렸다. 윤 총장은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위법한 처분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위법적인 만큼 당연한 대응이다. 추장관의 조치에 대한 판단은 이제 법원의 몫으로 갔다. 권력의 전횡을 막고 법치주의를 지킬 현명한 결정을 사법부에 기대해본다. 검찰에서도 상당수의 검사들이 추장관의 찍어내기가 노골화되면서 봉기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검찰이 사냥개가 되기를 원하는가. 궁극적으로 ‘충견’이 되어 수사가 정치화되면 일등공신은 단연 추미애장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어리석지 않고. 정권 또한 영원하지 않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보인 태도에 실망을 금할 길 없다. 정말 문 대통령이 자신 있게 말한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가 걱정 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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