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군 생활 특혜 의혹과 관련,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행태를 보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조선후기 풍자·방랑 시인인 일명 김삿갓(본명 김병연)이다. 그 분이 지은 詩 중에 '아름다운 가을을 그리며(추미애, 秋美哀)'라는 한시(漢詩)가 있다. “秋美哀歌靜晨竝/雅霧來到迷親然/凱發小發皆雙然/愛悲哀美竹一然” 이 한시(漢詩)를 한문(漢文)으로 직역하면 “가을날 곱고 슬픈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퍼지니/아름다운 안개가 홀연히 와 가까이 드리운다./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둘 다 그러하여/사랑은 슬프고 애잔하며 아름다움이 하나인 듯하네.” 아름다운 가을을 노래 한 애절한 ‘시(詩’다.

그런데 이 ‘한시’를 한글로 읽으면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다. “秋美哀歌靜晨竝(추미애가정신병)/雅霧來到迷親然(아무래도미친연)/凱發小發皆雙然(개발소발개쌍연)/愛悲哀美竹一然(애비애미죽일연)”끔직한 글이 된다. 소름끼친다. 방랑 시인 김삿갓은 어떻게 팔백년 후 세월을 미리 내다보고 이런 시를 지었을까? 우연일까? 필연일까? 이를 두고 김 시인이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있다고 해야 맞을까? 이를 시샘하듯 추미애 장관을 비웃는 삼행시가 시중에 나돌면서 조소(嘲笑)거리가 되어 씹히고 있다. 삼행시를 보면 ◼‘추 – 추하게 인생을 사는 계집 ◼미 – 미모도 개떡 같지만, ◼애 – 애당초 넌 이 땅에 태여 나지 말았어야 할 계집.’ 이런 떠도는 말이 본인의 귀에도 들어갈 텐데 여전히 막무가내다. 여전하게 뻔뻔한 모습을 보면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완력(腕力)이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대세가 된 듯하다. 반면 부드러움은 사라진지 오래 되고, 절제마저 외면된다. 염치는 없어지고 올바름은 아예 무시한다. 이런 추세는 전 정권에서도 있었지만, 문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 여기엔 매사를 다수의 원칙인 법으로 밀어붙이는 여당과 정부의 성향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모르는 게 있다. 법은 정책의 최후 수단에 불과하다. 강제력은 자유를 훼손하고, 남용되면 공동체는 파괴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국가가 완력(다수의 힘)으로 통솔하는 나라에선 국민이 불행 할 수밖에 없다. 현명한 정치인은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골라 쓸 줄 알아야 한다. ‘육(6)하 원칙’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어떤 수단을 사용해야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높을지를 잘 알아야 한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삼권 분립이 희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입법. 사법. 행정이 하나의 정권 아래 똘똘 뭉쳐 독주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는 세력들이 안하무인으로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설쳐대고, 막말까지도 마구하며 힘을 과시한다. 그야말로 법무(法無)장관에, 무법(無法)시대가 도래되고 있다. 공직자 입단속도 강화되고, 독재의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학자들조차 눈치를 보며 말도 조심하는 험악한 분위기다. 정치풍자 코미디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매 한가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직까지는 ‘제 4부’로 불리는 일부 언론들이 매사를 공정하게, 보편적 가치에 따라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국회가 코로나19 재 확산과 잇따른 태풍으로 인한 수해대책, 추경편성 등의 현안질의가 추미애 블랙홀에 모두 묻히고 말았다. 다음 달 국정 감사까지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추미애 ‘팬더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추미애 장관의 아들 군 생활 특혜 의혹이 때 아닌 ‘검언유착’으로 둔갑하여 장관 흔들기라는 말이 나오며,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홍영표 의원은 “과거 군(軍)을 사유화하고, 군에서 정치에 개입하고 그랬던 세력들이 민간인 사찰 공작하고, 쿠데타도 일으켰다" 며 "이제 그게 안 되니 그 세력(?)이 국회에 와서 공작한다.”고 까지 했다. 이어 "그들이 사회 분위기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며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가지고 상임위에서 공작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

심지어는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16일 군복무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에 대해 “추 장관의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군인본분, 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뭐라 말 할 수도 없다.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비교를 하면서 지나친 아부를 한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어떻게 일제에 항거하며 목숨을 던진 안중근 의사와 똑같이 대할 수 있겠는가? 서 일병이 나라를 위해서 한 일이 무엇인가 밝혀주기를 바란다. 그야말로 개가 웃을 일이다.

더 가소로운 것은 아들의 탈영(?)을 휴가연장으로 조작한 것으로 의혹을 받는 추미애 장관이 언론보도를 원망하며 ''아이가 운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5선에 여당대표를 한 현직 장관이 징징대며 아들타령 하는 게 정말 한심하다. 추미애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제발 표독스런 눈빛으로 국회에 나가서 구질구질 지저분한 소설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미애장관이 법무부장관과 국회의원이 아니고, 당 대표가 아닌 일반 서민이었다면 그냥 지나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고위직에 있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그런데 왜 수모와 치욕이자, 망신으로 고통을 당하며 그 자리에서 연연하는 가. 오늘이라도 모든 것을 벗어던지며 솔직하게 국민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만 아닌가? 추 장관은 내면에 권력과 특혜와 명예를 모두 가지려는 탐욕이 심하단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너무 추하고 지저분해 보인다. 추미애 장관 아들 군대 복무 시 ‘특혜휴가’ 논란에 대해 정세균 총리가 “같은 국무위원(으로서) 자녀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참 민망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검찰이 신속하게 수사를 하든가, 정치적 해법도…”라고 말했다(조선일보). 또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병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 확실한 진실은 검찰 수사로 가려질 것이다. 검찰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고, 결과를 공개하길 바란다. 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며 검찰 수사를 돕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 며 의원들의 입단속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도 못가 이해찬 전 당 대표의 한 마디에 국무총리나 당 대표의 태도가 확 바뀌어 버렸고 여당 의원들이 추미애 살리기에 적극 나서서 말도 되지 않는 말들을 함부로 한다. 오죽하면 같은 당 박용진. 조응찬 의원들이 지적을 하자 “넌 어느 당이냐 국민의 힘으로 가라, 역시 검사출신은 ....”하며 야유까지 보낼 정도의 험악한 분위기다. 또 국방부 장관이 ‘전화로 휴가를 연장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다고 발표한 것을 보며 군 출신으로서 정말 참담한 심정이었다. "이제 부모들이 수없이 전화로 휴가 연장을 신청한다면 무엇으로 감당할 것인가" 묻고 싶을 정도다.

'서 일병 구하기'에만 올인 하는 국방부가 군대의 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두 다리가 불편하다는 서 일병은 현재 스포츠 계열에 어려운 경쟁을 뚫고 인턴으로 입사해 근무 중이다. 상황이 이지경인데도 부처장(장관)이 발표할 정책수준까지도 직접 나서서 챙기고, “조국에게 빚을 많이 졌다. 조국을 이제 놓아주자.”며 국민을 양분화 시켰던 대통령이 코로나 재 확산 책임을 기독교에 떠넘기며 사회적 갈등을 느끼게 하고, 공공의대 설립과 관련해서는 의사와 간호사 간에 분열을 조장 시키던 분이시다.

그런 분이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사인 조국, 손혜원, 오거돈, 박원순, 윤미향, 추미애 사건 등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청와대가 뒤늦게 국민의 여론을 의식 한 듯 검찰을 향해 “추 장관 의혹 빨리 수사해야 한다.” 며 “추 장관의 아들 의혹수사가 왜 늦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추 장관의 사퇴여론조사 결과 20대 56%가 동의하고, 36%가 비동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도 중요하지만 민심의 흐름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하루에도 참을 인(忍)자를 수없이 쓰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다는 것을 문 정권은 알아야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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