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만지당’으로 불리기도 하는 더불어민주당. ‘문죄인’에 이어 ‘문 재앙’으로 불리는 문재인대통령. 세간(世間)에서 흘러나오는 이 소리들을 듣기나 하는 건지, 어떤 때는 ‘벌거벗은 임금님’ 생각이 날 때도 많다. 측근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이 ‘벌거숭이’인지도 모르는 것 같아서다. 많은 국민들은 그래서 문 대통령을 걱정하며,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얼마 전 글에는 여권에 대해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메뚜기 떼’와 ‘나무속을 다 헐어버려 나무를 말라죽게 하는 흰개미’ 같다는 비유법을 쓴 바 있다. 지난 6월 24일 시작한 장마가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고, 물에 잠긴 마을과 논밭에서 가축과 야생동물들이 발버둥 쳤다. 헤엄치거나 속수무책으로 떠내려가는 장면이 TV화면에 비춰졌다. 쏟아지던 폭우가 그친 후 뉴스에 나오는 화면이 눈에 띈다. 한 농가 지붕에 어쩌지 못하던 소들의 모습이었다. 모두다 물에 잠긴 외양간을 빠져나와 헤엄쳐 피난 한 소들로서 헤엄치다 눈에 띈 뭍에 올랐는데 그곳이 바로 지붕 위였던 거다.

문득 ‘우생마사(牛生馬死)’가 떠오른다. ‘우생마사(牛生馬死)’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안철수 국민의 당 상임공동대표가 거론해 화제가 되기도 한 사자성어다. 홍수가 났을 때 물에 빠지면 헤엄을 못 치는 소는 살고, 헤엄을 잘 치는 말은 죽는다는 뜻이다. 헤엄이라면 소보다 말이 더 낫다고 한다. 이 말(言語)의 유래를 보면 말(馬)은 제 헤엄치는 실력을 믿고 물살을 거슬러 가다가 지쳐 익사를 한다. 그러나 헤엄을 잘못 치는 소(牛)는 물살에 몸을 맡겨 떠내려가다가 물가에 닿아 목숨을 구한다는 것이다. 힘이 있다고, 세력이 막강하다고, 이를 믿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걸 경계하는 말이다. 세상을 순리대로 살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말이다.

한마디 더 하자면 치망설존(齒亡舌存). 즉 ‘단단한 이는 빠져도, 부드러운 혀는 남는다.’는 말이다. 요즘 무소불위의 ‘다수표 폭주’로 치닫고 있는 집권 여당이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힘을 너무 믿다가 급물살에 휩쓸려 ‘익사’ 하듯 말이다.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TV화면에 얼굴이 나와도 불편함을 느끼고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꺼버린다고도 한다. 그 만큼 민심이 떠났다는 말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기관 알엔써치에 의뢰한 8월 둘째 주 정기조사에서 문재인 국정능력평가 긍정38.7%, 부정평가 55.6%를 기록해 문재인 취임이후 부정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지역의 긍정 29.1%와 문재인 정권의 최대 지지층인 40대 부정평가가 50.3%, 긍정평가 43.2%로 데드크로스가 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윤석열 총장 사퇴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한 질문에 반대 53.2%, 찬성 34.6%로 많은 국민들이 사퇴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서울지역은 62.4%가 반대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미애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서도 잘못했다 56.1%. 잘했다 32.9%로 20%이상 국민이 인사의 부당성을 비판 하고 있으며 이것 역시 서울지역 부정평가가 64%로 매우 비판적이다. 이번 조사를 보면 호남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과 모든 연령에서 부정적 평가가 우세하며, 심지어 호남지역 조차 지지층이 점차 지지를 철회하는 것으로 조사 되었다. 또 기인처럼 행동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탄핵 요구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 청와대의 답변을 필요로 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추 장관 취임 후 단행 한 검찰인사 등을 이유로 추미애 장관 해임 건의 청원 건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인사’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하기도 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새삼스럽게 꺼내기는 내키지는 않지만,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다음 날 취임사(2017.5.9.)에서는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통합 대통령’과 ‘국민통합’이란 용어가 이런 뜻일 줄은 그때는 몰랐다. 또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중략).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하나도 지켜진 게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에는 두 개의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동거(同居)한다. 같은 단어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두 어족(語族)이 존재하고 있다. 어의(語義)의 불일치는 문 대통령이 말한 양심, 도덕, 상식, 정의, 법치 같은 규범 단어에서 극대화된다. 문재인 정권 전에는 없었던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언어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대표적인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하라’고 당부했다. 그 말을 믿고 산(生) 권력에 손을 댄 윤 총장은 지금 어떻게 됐나. 이미 수족이 다 잘린 터에 엊그제 인사에서는 ‘정권의 충복(忠僕)들’에게 둘러싸여 말 그대로 고립무원 신세가 됐다.

한 나라 대통령의 언어가 수시로 바뀌어 질진대, 과연 우리 사회의 언어가 온전할 리가 있겠는가. 이게 바로 문재인표 검찰개혁의 실체가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순진하게 믿고 직무에 충실했던 이들은 전원 학살을 당했다. 국민이 양극화의 어족으로 갈라지는 결정적 계기는 조국 사태였다. 대통령 취임사의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은 모두 무너져 평등과 공정, 양심 도덕 상식 같은 규범어의 정의(定義)가 일대 혼돈에 빠졌다. 많은 국민이 들고 일어난 것은 조국에 대한 분노보다 우리 사회를 지켜온 상규(常規)가 무너지는 데 대한 절망감 때문이었다.

추미애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 ‘검찰 인사’에도 국민들은 혼란스러워하며 추 장관의 기행적인 돌출 행동을 염려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상당수 검사들도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놓고 법치의 검찰조직, 폐허로 만들어 놓고도 자축에 여념 없는 장관의 정신세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검찰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음에도 시치미를 뗀 채 ‘희망과 격려의 인사’였다고 축배를 든다. 전리품 잔치에 국민을 초대하지 말라”고 추 장관을 질타했다. 법치의 기본원리는 ‘법의 지배(rule of law)’다. 윤석열 총장이 신임 검사들에게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설명하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라고 발언했다. 관행적인 축사임에도 윤 총장이 현 정부를 ‘독재’라고 규정했다며 여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는 해임촉구결의안까지 나왔다. 도둑이 제발 저려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쩜 법의 지배란 말을 처음 들어보고, ‘지배’란 단어의 어감 때문에 그렇게 반응한 것은 아닌가 싶다. 법의 지배는 군왕(君王)이나 독재자 같은 자의적 권력보다 법을 우위에 둠으로써 ‘법 앞에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다. 법을 세워야 할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법치의 기본원리조차 모르니 무슨 말을 하겠는가. 이러니 ‘검찰개혁’이라 쓰고 ‘검찰장악’이라고 읽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검찰개혁이란 말은 원래 두 가지 의미를 담는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검찰 독립과 과도한 검찰권한의 축소. 그런데 문 정권 사람들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후자보다 중요한 전자를 깡그리 무시한다. 오히려 노골적인 검찰 길들이기, 검사 줄 세우기를 하면서 입으로는 당당히 ‘검찰개혁’을 말한다. 이후 다른 정권이 본받을까 겁난다.

이번 2차 인사를 보면 ‘검언(檢言)유착’ 의혹마저 실체가 없고, 실상은 ‘권언(權言)유착’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얼마나 더 낙인을 찍고, 프레임을 짜며, 거짓 조어(造語)를 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를 하려는 지. 양분화 된 국민은 계기가 있으면 다시 통합할 수 있지만, 상식이 안 통하면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딴 나라 국민이 된다. 집권 3년여 만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로 될 줄은 몰랐다.

9월엔 공수처 등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다시 밀어붙일 기세다. 공룡 경찰 탄생에 대한 우려에는 침묵하고 있다.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게 린치를 가하는 모습과 잇따라 터진 공역단체장의 성추행사건과 대응, 청와대 참모진의 다주택 논란 등에서 드러난 오만과 이중성에 치를 떠는 국민이 늘고 있다. 국민은 무섭다. 이제는 문 대통령이 입을 열어야 할 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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