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 지경, 요지경 속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분열 증세를 보일 만큼 혼란스럽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이 나라가 과거 왕정시대처럼 어느 한사람만을 위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탄식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푹 익은 연시처럼 뚝하고 손대면 터질 것 만 같은 분위기다.

모두가 제 세상 만난 것처럼 독주를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느끼는 국민들의 감정이다. 국회의원은 각자가 입법기관임에도 불구, 스스로가 거수기를 자처하며 국민의 혈세(血稅)만 축내는 기생충이 되어 정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청와대와 의회(여당)가 한 통속이 되어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독점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오죽하면 항간에 ‘나라가 니 꺼니?’ 란 말이 떠돌고 있을 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모두 독식하고 의석수도 177석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의 막대한 횡포에 대해 누구도 감히 비판 할 수도 없고, 편파적이며 독선적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청와대나 집권 여당이 추미애법무부장관이 기인(棄人)처럼 행동하는 것을 견제했다면, 지금처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무소불위로 국회에서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민주당을 보면서 문득 두 개 가 떠오른다. 하나는 ‘메뚜기’고 또 하나는 ‘흰개미’ 다. 과거 어느 영화에서 방대한 들녘을 메뚜기 떼가 훑고 지나가는 것이 떠오른다. 메뚜기들은 다수의 본능에 따라 걸리적거리는 소수들을 신속하게 휩쓸어버렸다. 풀꽃이든, 곡식이든, 심지어는 동물이든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갉아 먹어버렸다. 눈앞의 것들은 죄다 적(敵)이다.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는 안중에도 없다.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것을 단숨에 파괴했다. 어쩜 민주당이 그런 메뚜기 떼를 닮았을까.

또 하나의 흰개미 이야기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초의 일로 알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총리가 시솽반나(西雙版納)의 식물연구소를 시찰했다. 연구소 간부가 아름드리나무를 툭 밀었다. 겉보기와 달리 힘없이 쓰러졌다. 저우 총리가 깜짝 놀라며 그 이유를 물었다. 간부는 “흰개미가 나무속까지 좀먹었다. 그러나 겉보기는 멀쩡하게 보인다.” 라고 답변했다. 저우 총리는 그 후 “방안 깊숙이까지 침투해야 한다. 즉시 홍콩에 흰개미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홍콩 각계에 특무(特務)롤 보낸 ‘흰개미(白蟻백의)정책’의 시작이다.

지금 정치권은 개미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여당은 흰개미가 되어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검찰개혁을 구호처럼 외치고 있다. 한 술 더 떠 이낙연 의원은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게 월권하지 말고 직무에 충실하라고 충고까지 한다. 무더위가 한창인데도 등골이 오싹하다. 모든 것을 싹쓸이하는 메뜨기 떼와 모든 것을 무너지게 하는 흰개미 같이 거침없는 거여(巨與)의 폭주를 보았기 때문이다. 6개 법안을 상정하고 의결하는 데까지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으며 이틀 만에 본회의에서 야당 없이 단독으로 통과를 시켰다. 아무리 다수 표결이라 하지만,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민주주의를 벗어난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의회가 필요한 것은 공론화와 숙의 과정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제도나 규정과 법률은 완벽 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가 소통하며 상대 의견을 듣는 게 필수다.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의회가 청와대의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며 한 사람만의 뜻에 따른다면 의회 특히 거대 집권여당은 거수기에 불과하다면 독대국가의 그것과 다를 것이 무엇이겠는가. 총선 승리 직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뜻에 책임감과 두려움을 느낀다.” 며 “열린 우리당의 아픔을 반성한다.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민주당은 윤미향. 박원순 등 제 식구 감싸기만 급급했고, 오히려 피해자를 폄훼하고 윤석열(검찰총장). 최재형(감사원장)찍어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민주당 권력은 당의 방침에 따르지 않으면 어제의 내편도 ‘적’이 된다. 그동안 불순한 ‘내부의 적’들을 메뚜기처럼, 흰개미처럼 끝없이 색출해왔다. 선거에서 압승하자마자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까지 제거하려고 한다. 이제는 탄핵소리까지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청와대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거나 정부 기관의 잘못된 행위를 엄격하게 따지려 했기 때문에 미운 털이 박힌 것이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 임명 당시 여권에서는 모두가 다 극구 칭찬을 한 인물들 아닌가.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헌법에 명문화된 국가 기구다. 임의 조직인 정당이 헌법기관들을 좌지우지해서는 곤란하다. 두 기구는 정치의 세계에선 소수지만, 국가 시스템에선 부정부패를 막는 소금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폭주와 과속을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라 할 수 있다. 급한 마음에 소금에 설탕을 들이붓거나 브레이크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면, 그 차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나라마다 마찬가지다. 결국은 붕괴하고 말 것이다. 모든 것을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고 사투(死鬪)를 벌리고 있는 민주당. 급하긴 한가보다 요즘 당. 청. 정과 현직관료, 진보단체, 어용언론들까지 총동원되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 한 적이 없는 검찰총장을 쫒아내지 못해 안달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제1호 수사대상이라고 떠벌리지만, 법적 위반 사실이 없어 실현가능성이 없다. 마치 검찰총장 한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청와대에 대통령 직속 감찰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를 설치하려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 한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쓸 수 있겠는가. 그도 부족한지 임기가 엄연히 남아있는 감사원장까지 물러나라고 소리치고 있다.

얼핏 집단 따돌림(이지메)같은 학교 폭력이 생각난다. 이지메는 소수를 폭행해 쾌감을 느끼는 심리다. 다수의 가학 심리는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나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자본가 박탈처럼 한번 작동하면 아편처럼 끊기가 쉽지 않다. 망하기 전엔 멈추지 않는다. 사냥개처럼 조국 가족 사건을 계기로 이 정권이 윤총장을 정적(政敵)을 몰아세우면서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들에게도 법치주의를 지킬 의사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오죽했으면 윤 총장이 자신을 임명한 정부를 겨냥 “자유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한다.”고 했겠는가. 같은 날 추미애 장관은 신임검사들에게“스스로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게 그러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달라.”고 한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리지 않고 역겨운 생각이 든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 한말이고 또 청와대 현관에 걸려있는 액자에 말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수사팀을 해체하고, 검찰총장 직급을 차관급으로 낮추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겠다고 엄포, 겁박을 하고도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낯 두꺼운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비롯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자금 횡령, 추장관의 아들 사건 등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 특히 지지부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권력형 성추행 의혹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모든 게 궁금하다. 청와대와 정부와 여권은 윤 총장의 발언에 대해 탄핵이니 항명이니 하지 말고, 시장자유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해 한 번쯤은 자성하는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최 감사원장의 지적에도 비난하기에 앞서 정녕 국가를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어떤 정권도 민심을 이길 수 없다. 민주당 사람들의 귀에는 지금 ‘나라가 니꺼 냐.’ 하며 신발을 던지는 국민의 분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총선에서 여당을 찍은 38.8%(비례대표)만 국민으로 아는 가보다. 대통령도 더 이상 침묵을 지키지 말고 최고 지도자로서 속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세상은 악한 일을 행하는 자들에 의해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침묵하는 사람들에 의해 멸망을 할 것이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8월 15일 건국 절 낮 12시 광화문 이승만 광장의 국민대 집회가 자못 기대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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