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현 정권의 독주를 보면 항아리 속 물건을 가질 욕심에 손을 펴지 못하다 사람에게 잡히는 어리석은 원숭이가, 또 국민을 생각하면 곧 삶아 질 운명도 모른 채 따뜻한 주전자 안에서 안주하는 개구리가 생각이 난다. 아무리 단 맛을 내는 설탕도 정도가 지나치면 단 맛을 잃을 수 있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말대로 말이 씨가 되는 것 같다. 정말 갈 때까지 막 가겠다는 것인지? 이렇게 하려면 인사청문회는 왜 시간을 낭비하면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무위원들도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로 판명 되었음에도 문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그들을 임명했다. 그런 부자격자들을 임명해놓으니 정책에 중심이 없고, 실책을 반복하며 나라를 흔들어 놓고 있다. 더욱이 간첩으로 징역을 산 사람과 6.25전쟁 때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괴수를 존경한다는 대통령이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장관, 국정원원장 임명에도 대다수 국민들은 불안해 빠져있다.

성급한 대통령의 평화무드로 긴장이 해소되다보니 긴장을 해야 하는 군(軍)의 기강마저 해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방 초소를 폐쇄하고, 방어벽도 철거하고, 심지어는 전방 철조망까지 제거하니 군 수뇌부가 덩달아 긴장해소로 직무를 유기했다. 국방부뿐만 아니다. 외교부. 교육부. 국토부 어느 부처 하나 제대로 국정업무를 충실히 하는 부처가 전무하다시피하다하고 엇박자를 내며, 실책을 거듭하고 있다.

더 한심하고 안타까운 것은 국가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어도 따뜻한 주전자 안에서 곧 다가올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안주하는 개구리 같은 국민들이다. 정치군인. 정치 법조인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양두구육(양두구육)’이란 말이 있다. 겉은 번드레한데 내실은 없는 경우, 말만 그럴싸하고, 행동은 아닌 경우를 일컫는다. 소가 양이 되고 양이 말이 되는 건 그리 중요치 않다. 이 땅에는 겉과 속이 다르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좀비 같은 부류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특히 집권세력에서 그런 작태를 쉽게 볼 수 있다. 어쩌다 집권 세력에 끼었거나 껴보겠다고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기생충 같은 자들은 그렇다 해도 오랜 세월 민주화운동을 하고 시민단체에 몸을 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마저 그렇게 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그렇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김일성에 충성맹세를 했었느냐”는 질문엔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기억나지 않는다.” 며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어찌 보면 그런 질문은 대한민국에는 사상의 자유가 있기에 사상 전향을 강요당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 해도 논란이 된 아들의 문제는 다르다. 군 면죄와 해외유학은 죄는 아니지만 그 이유와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은 어물쩍 넘어 갈 일이 아니다. 진료기록이나 예금통장 등 서류 몇 개만 제출하면 단 번에 의혹을 풀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럼에도 “아버지 입장에서” 운운하며 거부하는 것은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 같은 행위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을 무시하고, 국회를 무시하는 거다. ‘너희들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시간만 흘러가면 임명 받는데 왜 내가 무덤을 파느냐’ 식으로 버틴다.

“총장이 내 명(命)을 거역한다.”며 군왕 같은 착각에 빠져 기인(奇人)소리를 듣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여러모로 더 심하다. 그 역시 아들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 카츄사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의 휴가 미 복귀 사실을 무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리 엄마도 추미애 같은 엄마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까지 유행어처럼 떠도는 판인데, 눈을 치켜뜨며 “우리에게 울고 있다.”며 ‘검언유착’으로만 몰고 가려고 한다. 자기 아들의 눈물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파하면서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의 분노는 깔아뭉갠다. 누구를 꼭 빼닮은 것 같다. 그렇게 아들 휴가 문제가 억울하면 빨라 수사권 발동해서 의혹을 풀어야지 왜 수사를 의뢰하지 않나? 수사가 시작 된지 6개월 넘게 검찰 수사가 왜 지연되는지도 밝혀야 한다.

법무부장관으로서 조국. 유재수. 송철호 등 자기편을 향한 수사를 가로 막는 게 검찰 개혁이라더니, 이제 자기편이 망친 부동산 해법까지 거들고 있다. “투전판이 된 부동산에 법무부장관이 팔짱을 끼고 있으면 직무유기”라는 희한 한 논리를 들이댄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무시하는 것 같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예외는 아니다. 청문회 초반부터 박지원 후보자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이 충돌했다. 학력위조 의혹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 의원이 "국민이 보고 있다"고 말하자 박 후보자는 "저희 국민도 보고 있다"고 받아쳤다. 이날 청문회가 시작되자마자 하 의원은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을 해명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 후보자는 "저는 하등의 하자가 없기 때문에 (제출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이어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하 의원이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고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21세기의 개념엔 많은 차이가 있다"며 "성실하게 수강했고 (단국대에서) 학점을 인정하고 졸업하라 해서 한 것이다"고 반박했다.

과거 청문회에서 ‘공격수’로 혁혁한 공을 세웠듯이 이번엔 ‘수비수’로도 담대함을 보이면서 청문회를 압도했다. 이에 대해 여권 측에선 ‘본인이 부인하면 사실이 아니다.’란 논조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청문회 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 지난 29일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모두가 오만함과 방자함으로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 이맛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미 18개상임 위원장직을 여권이 모두 장악한 입법부는 기형적 독식체계가 되어버렸다. 거수기가 되어 다수표결을 내세우며 브레이크가 없는 권력의 독주로 치닫고 있다. 벌써부터 임대차 3법이 법사위까지 통과되는 등 독주를 예견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야당은 속수무책으로 발을 구를 뿐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건 원래 절대 권력이다. 민주화 운동은 절대 권력과 시민들의 투쟁이었다. 그런데 현 집권 세력은 여전히 피해의식을 갖고 사는 것 같다.

칼자루를 쥐고 휘두르며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으면서도 그것을 ‘탄압’이 아닌 저항권이라고 우긴다. ‘영원한 기득권 세력’ 이라는 허상을 세워놓은 탓이다. 민주주의는 법 앞에 평등하다. 최고 통치자도 법의 지배를 받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가 법 위에 서서 그것을 통치수단으로 이용하면 독재가 된다. 과거 민주화 세력이 중심 세력인 문 정부가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 위기라는 역설적 상황을 불렀다. 주둥이가 좁은 항아리에 손을 넣고 물건 때문에 손을 펴지 못하고 있는 슬픈 원숭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의석수를 내세우며 달리는 위험한 폭주를 멈추고 숙고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제왕적 권력의 행사를 절제하고 헌법적 가치인 입법. 행정. 사법의 분립원칙을 지켜야 한다. 3권 분립은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시켜 국가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는 공법의 보편적 통치조직 원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은가. 지금은 현 정권이 입법. 사법. 행정. 국정원, 심지어는 언론까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40%대(代)의 지지율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민심은 지지 철회를 통해 오만한 정권에 경고등을 켜고 책임을 물을 것이다. 3.15부정선거, 4,19의거 모두가 민심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잊어선 안 된다. 대통령 임기가 이제 2년도 채 안 남았다. 실정(失政)을 또 다른 ‘실정’으로 덮으려는 어리석음은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솔직히 실책을 인정하고 시정하면 된다. 결코 집권을 잃지 않으려고 민주주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어쩌다 나라가 이처럼 난장판이 되고, 법마저 실종이 되었는가. 특히 법을 가장 잘 지키고 정의로워야 할 법무부와 검찰의 작태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런 추태를 보이면서도 무슨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고작 검찰개혁이란 것이 법무부장관 수사권부여하고 검찰총장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인가. ‘침묵은 폭력이다’(Silence is Violence)미국에서 흑인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 인종차별에 침묵하는 방관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시위대가 외친 구호다. 대통령도 더 이상 침묵으로 있어서는 안 된다. 기이한 언행을 하는 법무부장관에게 확실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징계를 하던, 손을 들어주던 국민은 그 모습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은 정치 충견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충견이 되어야 한다. 법무부장관의 기행은 결국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국민들 역시 이제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어야 할 때다. 언제까지 냄비 안에서 안주하고 있을 것인가.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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