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자료 3분의 1 복구 불가능…자료폐기 처벌못해

국감 앞둔 식약청 공무원…한숨만 늘어간다

복제약의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자료 조작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무려 6개월 간 검증에 나섰던 식약청이 암초에 부닥쳤다.

시험기관에서 수거한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있는 원본 파일의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품목이 200여 품목에 달해 생동 조작 여부를 가려낼 방도가 없는 탓이다.

11일 식약청에 따르면 컴퓨터 원본자료 복구 또는 해독이 불가능한 복제약 품목수는 199개. 전체 조사 대상 품목(647개 ) 중 3분의 1에 가까운 품목이 이번 생동시험 조작사건에서 베일에 가려지게 됐다.

이 때문에 특정인의 제보에 의해 착수하게 된 사상 초유의 생동시험 자료조작 검증 작업이 자칫 미궁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식약청은 고심에 빠졌다.

시험자료를 현행 규정대로 보관한 품목은 행정 처벌을 받고 이를 은폐하거나 컴퓨터 상에서 삭제해 버린 품목은 면죄부를 받을 경우, 자연스럽게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마치 동일한 범법행위를 하고도 발각된 쪽만 처벌을 받는 격이다.

그렇다고 전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현행 생물학적동등성 시험기준 22조(자료 및 검체 등의 보관)는 ‘시험의뢰자 및 시험책임자는 시험계획서 및 시험결과 보고서 등 각종 시험 관련 자료를 허가 취득일로부터 5년간 보관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기타 규정하지 않은 사안은 의약품임상시험 관리기준에 따르도록 돼 있다

따라서 생동시험 관련 자료를 보관하지 않거나 은폐 또는 삭제함으로써, 원본 자료 복구가 불가능한 품목은 이 규정을 어긴 셈이 된다.

문제는 규정을 어겼을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상황에서 식약청이 또다른 고민을 하는 이유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시험자료 조작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는데 이를 외면하는 것은 더 큰 직무유기 아닌가. 전문가그룹 자문 등 형평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월 국정감사까지 앞둔 식약청 공무원들은 요즘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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