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장관, "미국에 어떠한 압력도 느끼지 않는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약품-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한미FTA 음모론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복지부 사이트에 개설된 '유시민 장관의 상생정책'이라는 블로그에서 '약가제도 변경-보건복지부는 국민을 속이지 않습니다'라는 글에서다.

유 장관은 17일 올린 이 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 "국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을 양보할 때는 그 내용과 아울러 그렇게 한 이유까지 숨김 없이 말씀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약가제도 변경을 수용하는 대신 무언가 다른 선물을 주기로 막후 협상을 통해 이면합의를 했다는 보도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FTA 음모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장관은 또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두 번씩이나 나를 만나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어떤 기자들은 압력이 시작되었다고 보도했지만 나는 어떤 압력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미국 대사가 장관을 만나 미국 정부의 견해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 장관이 압력으로 느껴야만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저는 믿습니다.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생각하고 달릴 때, 우리 보건복지부는 강팀이 될 수 있고, 또 이미 어느 정도 강한 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유 장관은 글 말미에서 한미FTA에 임하는 심경을 이렇게 피력했다.
"약가제도 변경- 보건복지부는 국민을 속이지 않습니다"

5월 3일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7월 26일에는 이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규칙개정안과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한미FTA 협상과 관련하여 관심을 끌고 있는 소위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전부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임무는 국민을 건강하게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병에 걸리지 않도록 살피고 병에 걸린 국민들께는 적절한 진료 서비스와 함께 효과 좋은 약품을, 꼭 필요한 만큼, 되도록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병에 걸린 국민을 대신해서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는 데 소극적이었습니다. 식약청의 허가가 떨어지고 의사 선생님들이 처방을 하기만 하면 거의 모든 약에 대해서 돈을 지급했습니다.

새로운 의약품은 너무 쉽게, 복제약은 너무 비싸게 처방됐습니다. 그 결과 약제비 지출은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의료비 지출 전체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증가해,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수준이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가제도의 뿌리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을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도무지 수월하지가 않습니다. 갈 길이 아직 멀고 이제 두어 걸음 발을 내디뎠을 뿐입니다. 건강보험제도가 생긴 후 30여 년만에 처음 시도하는 제도 변경인 만큼 앞으로도 숱한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한미FTA 협상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가 여전히 자국이익 중심의 까다로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고, 미국 역시 민간 보험사들이 제약회사와 협상하여 보험급여 대상 의약품의 가격을 정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현실을 본다면, 이 제도가 미국 제약사를 차별하고 우리 국민의 신약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한다는 미국 정부

대한민국 장관으로서 국민이익 위해 노력

주한 미국 대사가 두 번씩이나 저를 만나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어떤 기자들은 압력이 시작되었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저는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어떤 압력도 느끼지 않습니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미국 대사는 매우 훌륭한 공무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는 버시바우 대사의 자세를 따라 배우자고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저도 대한민국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제 미국 대사가 장관을 만나 미국 정부의 견해를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우리 장관이 압력으로 느껴야만 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생각합니다.

일부 언론은 또 ‘FTA 음모론’이니, ‘한미 꽃놀이패’라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보도합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가제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사실은 대통령과 정부가 한미FTA를 성사시키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느니, 미국 정부가 약가제도 변경을 수용하는 대신 무언가 다른 선물을 주기로 막후 협상을 통해 이면합의를 했다고도 보도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우리 정부는 국가 발전과 국민 이익 증진에 기여하는 내용의 한미FTA 체결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도 철저히 이 방침에 따라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 협상에 임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있는 협상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우리 좋은 대로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때로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무언가를 양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면서 협상하지는 않겠습니다. 국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을 양보할 때는 그 내용과 아울러 그렇게 한 이유까지도 숨김 없이 말씀드릴 것입니다.

투명한 의사결정 거치고 협상 내용 솔직히 보고

다시 한번 약속드리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정책에 대해서는 항상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할 계획입니다. 외국정부와 협상할 때에는 항상 투명한 의사결과과정을 거치고, 협상 내용은 솔직히 보고드릴 것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 지 이제 반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약가제도 변경을 준비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임한 우리 부의 공무원들에 대해 저는 매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해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 짧은 기간에 복잡하기 짝이 없는 실무작업을 마치느라 수없이 밤을 샌 그 노고에 대해 고마움을 느낍니다. 저는 믿습니다. 오로지 국리민복(國利民福)만을 생각하고 달릴 때, 우리 보건복지부는 강팀이

2006.8.16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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