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19’ 세계 2위의 감염국가로 평가되면서 103개국에서 입국이 금지되거나 절차가 강화되었다. 10일 현재 국내 감염증 확진 자가 7,513명에 달하고, 54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 가택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숨진 경우가 허다했다. 많은 유족들이 빈소조차 차리지 못한 채 고인들을 떠나보내야만 했다.

세계 최고수준의 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었다면, 초기단계에서 중국인 입국금지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지킬 수도 있었을 고귀한 생명들이었다. 이유 불문하고 정부의 실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 라고 국민들에게 말했던 문 대통령이 ‘실패’에 대해선 함구하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19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과를 하면 곧 바로 정치적 레임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서인지, 대통령의 심중을 이해를 할 수 없다.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요즘 ‘화자’(話者)가 되고 있는 ‘마스크 대란’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시 된다.

코로나 19 확진 자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여기저기서 낙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오히려 ‘3차 유행’에 대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때다. 신천지 관련 확진 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곳곳에 뇌관(雷管)이 숨어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 병원과 요양원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벌어지고 정부가 보증했던 안심병원마저 뚫렸다. 확진자의 약 80%가 집단발생과 관련되어있다. 따라서 사회복지 및 종교 시설뿐만 아니라 학원, 강습소, 노래 방, 클럽, PC 방 등 다중이용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앞으로 계속 나올 소지가 크다.

마스크 수급 관계도 그렇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사태 초기 마스크 쓰기를 강조하고 재사용은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가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말을 바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8일 여야 4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대책을 내놓았으니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정부를 믿어 달라”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장관과 정치인들은 엉뚱한 발언으로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기 일쑤다. 그들이 무심하게 내 뱉은 이 말들은 모두 허언(虛言)이 되었다. 사실상 정부가 공급을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마스크 대책이 발표된 지 12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은 마스크를 사지 못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됐다.

코로나 발생초기엔 ‘식약처’에서 “KF94. KF99 등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해야한다”고 발표했다. 재사용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 여당대표. 청와대 정책실장. 국무총리까지 나서 “새로 교체할 마스크가 없으면 재사용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어이가 없는 건 느닷없이 1인당 마스크 구매량을 일주일에 2개로 제한하고,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하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또 주민등록증까지 지참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많은 국민들은 이를 두고 “공산당이 인민 착취하는 공산주의식 배급경제를 마스크로부터 시작하는 거냐.”며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이른바 사회주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준(準)배급제’가 실시되는 것이다.

감염병이 확산될 때 정부 대응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정부의 대응 잘못으로 문제가 확산된다면 당연히 그 일거수일투족은 검증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일련의 파생상품이다. 그 중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신천지(新天地)가 있다. 문 대통령 취임사에 있던 이 말은 코로나 19 대응을 다룬 글들에 자주 등장하는 말로서 이제는 지겨운 생각이 들 정도다. ‘사회주의’ 는 그나마 따끈따끈한 키워드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과 우체국에 길게 줄을 서면서 ‘사회주의 국가에서 배급받는 줄 알았다는 한 시민의 말이 기사 제목으로 부상했다. 마스크 배급제로 사회주의 실험을 해보겠다는 건가. 매점매석 등 시장의 실패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건지. 앞서 배급제를 실시한 대만을 모범 사례로 꼽는 보도는 무엇을 말하려하는 건가.

문재인 정부는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문 정권은 엄청난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할 능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이런 발표를 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을 했다. 현 상황에서 1주일 1인 2매는 불가능한데도 그걸 제시했다. 전형적인 과대 포장이다. 겨우 하는 소리가 “건강한 사람은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며 “국민 모두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고 했다. 앞으로 마스크 수요가 줄지 않으면, 국민들의 배려가 부족해선가. 국민은 정부 지침을 따르며 믿었는데, 오락가락 마스크 정책이 혼란을 키웠다. 그런데도 정부는 ‘코로나 19’에 대한 근본적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 벌써부터 책임회피를 위한 정치적 계산에 더 열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오로지 ‘신천지’ 탓하고, 그 와중에 ‘야당책임론’까지 꺼내들고 있다. 도대체 지금 국민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해야 할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정부가 한심스럽다. 오락가락 방역지침이 시차를 두고 코로나 19 추가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와중에 문 정권 인사들은 또다시 긴장이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신규 확진자 수를 더 줄이고 안정 단계에 들어간다면 한국은 그야말로 코로나 19 방역의 모범 사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 이라며 ‘한국 방역모범 사례론’을 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총선 표심에 다급해진 것일까. 타이밍이 부적절해 보인다. 앞서 문재인 싱크 탱크인 담쟁이 포럼 발기인 출신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그제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에 대해 ‘다른 나라의 모범 사례이자 세계적 표준’ 이라고 자화자찬 했다.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고, 정부의 초기 대응실패로 이미 5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이런 시점에서 주무장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책임을 둔갑시키고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으려는가 묻고 싶다. 주무부처 장관에 이어 대통령까지 “(한국은)방역의 모범 사례”라고 극찬하자 세간에선 “방역 실책을 되돌아보며 사과하기보다 다소 뻔뻔함으로 나름의 성과를 내세우는 것이 총선을 앞둔 정부. 여당에 유리 한 것으로 판단 한 것 같은데,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또 “코로나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 경제와 생활이 붕괴한 상황에서 모범 사례 운운하며 ‘자찬’하는 건 그야말로 ‘정신승리’”라며 “문 대통령이 측근이 써 준 것을 그대로 읽은 거라면 써준 측근은 진시황제 때 만고의 간신 ‘조고’같은 자이고, 대통령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다면 충격적인 현실 인식”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 때의 '사스', 이명박 정부 때의 '신종 플루', 박근혜 정부 때의 '메르스'에 이어 이번 문 정권의 코로나19까지 "21세기에 주기적으로 우릴 찾아올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은 국가 간 실력 차이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 이라고 이미 예상한바 있었다. 코로나 19는 이제 ‘글로벌 팬데믹’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도처에 번지고, 남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구촌 코로나 19 확진 자는 이미 11만 명을 넘어섰다. 언제든지 국외에서 다시 유입 될 수도 있다. 설령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다해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민 의식 수준이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쌀로 밥을 한다.” 해도 곧이들으려 하지 않는 불신의 사회가 되어버렸다.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유 할 땐 당연히 마스크 생산량과 공급 채널에 대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했다. 나라 경제의 희소한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경제 운용의 기본이고 실력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현 문 정권은 그게 없다. 국내 마스크 공급이 그렇게 어려울 경우 처음부터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마스크 대란의 본질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다.

현 정권은 수요도, 공급도 모르고 오직 입만 살아있었다. 코로나 19사태는 결국 지나갈 것(This too shall pass away)’이다. 그러나 가족을 잃은 슬픔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던 아픈 추억의 기억들은 오래도록 우리 가슴에 남을 것이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을 것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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