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자유 대한민국 대통령 맞는 거야?” 요즘 항간에 떠도는 말이다. 혹시 ‘못된 병이라도 생긴 게 아니냐.’는 소리도 들린다. '최서원' 사태와 촛불 시위, 박대통령의 탄핵의 격랑 속에서, 촛불 혁명을 외쳤던,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넘어섰지만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져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남길 가치와 유산을 냉정하게 타산 할 때다 한번 꼽아보자. 공정과 정의, 특권폐지와 평등, 인권증진, 적폐청산, 비핵평화, 국민 통합, 사회 안정, 삶의 질 향상. 청년희망과 취업 출산회복, 경제 발전, 복지확충, 미래 성장 동력, 외교와 국제관계 등등 분야별로 냉혹한 평가를 하면 40점도 안 될 정도다.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안보분야,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탄핵을 통해 보수층이 지리멸렬했던 국민지지 절정의 임기 초반을 왜 통합 없는 청산, 개혁 없는 처벌로 지속했는지 다. 문 정권이 ‘명운’을 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역사적(?)인 북. 미 정상회담을 두 차례나 거쳤음에도 미사일. 핵폭탄 하나 없애지 못했다.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이 빠진 북. 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했던 실무회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문 정권이 한껏 기대를 모았던 북한 문제가 이외로 갈수록 꼬여가는 추세다. 한반도 주변으로 눈을 돌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생각 할수록 문 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만 늘고,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미 행정부의 한반도 문제 담당자들은 하나 같이 문 대통령이 북한 측 대변인 노릇을 한다며 불신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한. 미 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했던 연합훈련도 북한의 눈치를 보듯 돌연 중단되었고, 미국이 누누이 강조했던 ‘확장 억제’란 보호막의 내용조차 확실하지 않다.

한 술 더 떠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을 무려 5배나 많은 50억 달러(5조8000여억 원)로 인상하고 무조건 몰아세운다. 심지어는 미군 철수를 은근히 내비치며 겁박하는 데도 문 정권은 눈 깜짝하지 않는다. 내심 북한이 원하는 대로 미국이 철수하기를 원하는 것 같은 눈치다.

강제징용 문제로 틀어진 한. 일 관계는 1년이 넘었는데도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더 없이 싸늘하기만 하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배치로 촉발된 중국 간의 갈등도 문 정부 출범이후 개선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와는 달리 나아진 게 아무것도 없다.

국격(國格)도 처참 하리 만치 무너졌다. 러시아 군용기가 걸핏하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다즈)상공을 침범해 멋대로 누비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처럼 주변 강대국들 모두와 척진 경우는 유사 이래 처음이다. 외교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비극적 상황을 돌이켜보면 문 정권이 ‘북한 김정은의 올인’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행여 북. 미 대화가 끊어질까 걱정한 나머지 김정은 이에게 듣기 좋은 말만 워싱턴과 평양에 전하는 바람에 양쪽에서 다 비난을 받으며 믿지 못할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대북, 대미 저자세의 이유도 꼼꼼히 따지고 보면 김정은에게 어떻게 하든 잘 보여야 한다는 조바심에서 비롯된 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이 내려졌을 때도 정부가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이런 사단이 나질 않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 정권은 북한문제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일본엔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또 미국을 지렛대 삼아 일본을 움직이게 하려고 단행한 한일군사정보보호 협정(GSOMIA. 지소미아) 파기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뒤통수를 친다. 지소미아 사태로 미국이 우리 편에서 일본을 설득해 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빗나갔다. 오히려 “한. 일. 미 안보협력 구도를 깨려하느냐?”며 문 정권에 파기 취소 압력을 가하고 있을 정도다.

문 정권은 일본에 대해 경제제제조치를 풀라고 하는 데, 그 억지가 정말 답답하다. 답은 간단하다. “개별 노동자가 소송 한 것으로서 대법원 판결이지만 정부 입장은 아니다”라고 하고, 법원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 배상금을 정부가 대한민국 예산으로 지급하겠다고 선언해라. 그리고 한국이 더 이상 일본에 배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한. 일 갈등을 종식시키는 방법을 쓰면 된다. 이로써 한국 정부는 1961년 체제를 준수하며 일본 정부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의 그러한 선택은 한. 일 화해의 길을 여는 크고 당당한 결단이다.

개성공단 기업주들에게 해 준 것처럼 하면 된다. 중국과 러시아 문제도 그렇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좀 더 두 나라에 신경을 써서 대응했더라면, 이런 역겨운 꼴은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하향 길에 들어선 문 정권은 한마디로 어떤가. 촛불 정권과 내로남불 이란 부조화가 특징이다. 문 정권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은 없다. 경제 실적이 부진한 것은 전 정부에서 비롯되고, 언론보도가 잘못되어서다. 또 20대가 정치적 불만을 갖는 것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 탓으로 돌린다. 내년도 경기전망이 흐린 것조차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이 협조를 안 해주기 때문이다.

국회 예결위가 정무감각이란 전혀 없고 안하무인인 정무 수석 때문에 파행을 겪는데도 오직 야당 탓만 한다. “최근 발생한 성북구 일가족 사망 사건 같은 비극적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도 예산 심의가....”라는 대목에선 듣기에 역겹기도 하고, 정치적 교만과 술수가 엿보인다. 정권 출범 후 2년 반 동안 적폐수사에 올인 하다가 이제 또다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출범한 것을 놓고 어떤 변명을 할 것인가. 검찰과 국회, 감사원, 두 차례에 걸친 특별조사위원회의 수사와 조사로는 미진했단 말인가. 국고를 엄청나게 쓰고도, 또 국민의 혈세를 뿌리겠다는 말인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비리 수사가 드러나면서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민심을 선동하려고 또다시 적폐청산이란 카드를 꺼내 든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묻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조국 스캔들 이후 문 대통령은 유감 표명은 아주 짧게, 언론 탓은 장황하게 했다. 총리조차 송구하다는 말로 넘어가려고 했다. 한 술 더 떠 박원순 서울시장과 유시민, 그리고 친정부 매체들의 언론 때리기는 스탈린, 흐루쇼프 때 있었던 언론 개혁 운동과 다를 바 없다.

러시아 혁명과 때를 같이해 적군과 백군의 내전이 거세질 때 언론은 정파적 목적에 따라 증오와 통제의 대상에 불과했다. 우리가 지금 그런 혁명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착각하게 된다. 아니면 조국 사태로 인해 사실상 내전 상태에서 사회주의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

대통령의 부름에 감읍 한 나머지 받아 적기만 하는 검사출신의 법무부 간부들, 영혼이 없는 사람들 같았다. 이들에겐 조직을 지킬 능력도 배짱도 없다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 할 수 있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실패하고,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무제가 갈팡질팡 하는 사이 강남의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국회에 나와 호통을 치는 정무수석, 소통의지라곤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홍보수석, 인선 기준도 제대로 설명 못하는 인사수석, 야당의원들하고 전투를 하겠다고 달려드는 비서실장, 있는 돈은 다써야한다며 야당을 탓하는 대변인. 국정원 수장, 국방부, 국토 부, 통일 부, 교육부장관 등 모두가 영혼이 없는 허수아비처럼 보이니 어찌하겠는가.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또 어느 줄에 설까? 그 때는 또 무슨 말로 변명을 할까?

문 대통령은 두 달 넘게 우리 사회를 양분화 시켜 분열과 혼란에 빠트렸던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공정을 위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지명 된지 66일 만에 하차한 것은 가족의 비리 의혹이 도덕성 논란을 넘어 실정법 위반 여부를 다루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인 정경심을 비롯, 조카와 동생이 구속된 상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조국 가족의 비리 의혹을 ‘합법적 불공정’정도로 여기는 듯한 안이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국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온도차를 느끼게 하는 발언이다. 대통령이 자꾸 민심과 유리 된 발언을 되풀이하는 건 좋지 않다. 청와대 참모 등 측근 주변부터 점검해 과감한 인적 개편을 통한 일대 쇄신을 할 때다. 반대의사를 정치적 공세로만 치부 할 때가 아니다. 아집을 버려야 산다. 이참에 북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대북제재로 돌아가라.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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