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효능,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 없어" 의견 제시

최근 동물용 구충제를 항암제로 복용하는 것과 관련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의사협회가 공식 입장을 내놨다.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은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고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권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는 7일 "최근 미국에서 소세포폐암 말기 환자가 동물용 구충제를 먹고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 보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펜벤다졸을 암환자가 항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할 경우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미국 FDA에서는 개나 염소 등 동물에게만 사용하도록 승인된 약품이다.

의협은 "펜벤다졸은 기생충 감염 치료에 대한 효과 외에도 세포 내에서 세포의 골격, 운동, 분열에 관여하는 미세소관을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근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아닌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으로 나온 결과"라며 "약 10년 전부터 소수의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에서 펜벤다졸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지만, 반대로 효과가 없었던 연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펜벤다졸이 일부 동물 실험에서 효과가 있었다 해도 사람에게서 같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견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돼야 하지만, 현재까지 사람에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은 발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의협은 "미국 사례의 경우 임상시험에 참여해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으면서 자의로 펜벤다졸과 함께 기타 보충제를 복용했기 때문에 펜벤다졸이 치료 효과를 낸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펜벤다졸은 항암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약제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항암제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 관계자는 "다른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는 진행성 암환자와 가족의 경우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용하겠다는 심정을 이해한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암이 나았다는 사례는 집단 비교를 거친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인 경험에 의한 사례 보고이므로 근거가 미약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향후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펜벤다졸의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돼야 하며, 복용을 고려하는 환자라면 반드시 담당 주치의와 상담을 하길 권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말기 암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펜벤다졸을 복용하는 만큼 주기적으로 간기능 및 혈액 검사를 모니터링하는 등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펜벤다졸 복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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