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병원장 "경증환자 회송률 높여 동네병원 의뢰 슬롯 확보할 것"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역량있는 대형병원들은 환자 개인이 선택하는 병원이기보다는, (일차)의료기관이 선택하는 병원이 돼야 한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최근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해 이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병원장은 지난 23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병원은 국내 의료기관과의 경쟁관계를 탈피하고 공유와 협력을 핵심가치로 삼아 4차 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증·희귀난치질환 중심의 교육, 연구, 진료, 공공의료, 의료정책 등 5개 핵심 분야의 균형적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김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을 방문하는 신환자 비율은 5대 1 정도로 환자가 선택해서 오는 비율이 5, 의료기관이 의뢰하는 비율이 1정도"라며 "향후 점차적으로 의료기관이 의뢰하는 비율을 높이고 개인이 선택하는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의료전달체계에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의 경증환자 회송률은 3% 정도다. 즉 하루 100명의 환자가 방문하면 이 중 3명을 동네병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김 병원장은 "이 수치가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대형병원들은 1% 내외에 불과하다"면서 "이 비율이 5%만 돼도 외부 의료기관에서 의뢰하는 슬롯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는 진료의 총량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한 외래진료의 고도화를 통해 전체 외래진료 부담을 줄이고 입원진료와 교육·연구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중증·희귀질환자들의 선택 폭을 넓힌다는 의미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 병원장은 "현행 의료전달체계는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도 문제지만 중증·희귀질환자들이 제때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국민의 선택권 제한이 아닌, 의료기관 이용 패턴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서 경증질환 분류에 대해서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병원장은 "서울대병원은 내년 중증환자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상회하는 60% 이상이어서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경증질환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현재의 보험체계에서는 환자가 갖고 있는 기저질환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백내장은 경증질환으로 분류되지만 환자가 기저질환을 갖고 있을 경우 일차 또는 이차 의료기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병원장은 "복합질환을 기본으로 한 진료의 중증도 분류 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병원 TF팀을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