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로 시작된 한. 일간의 갈등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무리 강제징용 판결에 불만이 있다 해도 아베정권이 경제보복으로 나온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과거사를 둘러싼 정치 외교적 분쟁을 무역과 연결시킨 조치는 국제적으로도 비난을 면치 못한다. 이번 조치는 누가 봐도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이다. 이번 일본의 조치는 자유무역 체제를 뒤흔드는 처사로 반드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무역의 무기화는 상대국을 압박하는 수단은 될 수도 있겠지만 자국의 피해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분노하며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의 감정을 존중하고 이를 극일의 계기로 삼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무다. 그러나 정부가 일본에 대해 강력한 정면대응을 선포하고 반일 감정을 부추기거나 분열을 조장하며 이에 편승하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이번 사태를 ‘경제전쟁’으로 규정하며 총력대응을 선포했다. 반일 감정에 취한 문재인대통령과 좌파 꼴통 세력들의 강경발언으로 반일 감정을 고취시키고 애국심에 호소, 국민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긴 했지만, 어떻게 일본에 대응하고 그들의 공세를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밝혀진 바 없다. 또 국민이 감내해야 할 피해는 어쩔 것인가. 앞으로 기업과 국민들이 참고 견디어야 할 피해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아무리 결의를 다지더라도,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경제 전쟁은 입으로 떠드는 명분만으로 이길 순 없다.

이처럼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한 경제 협력을 통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일본을 단숨에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떡을 줄 사람은 없는데 벌써부터 김치 국을 마시는 격이다. ‘평화 경제’를 내세우는 것은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목줄을 쥐겠다는 일본의 도발에 굴하지 않고 남북 협력을 통해 경제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아도 현실적 여건과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공허한 말치장에 지나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손을 벌렸지만, 아쉽게도 북한의 응답은 미사일 발사다. 누군가가 적어준 메모를 읽었는지 몰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되던 남북 경제협력 사업은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북핵 해법, 대북 경제 제재, 개성공단 재개 등에 대한 한. 미 간 이견을 좁히지 않고서는 남북 경제 협력 재개와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조율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앞세우면 역효과만 부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말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은행 추산에 따르면 지난 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규모는 우리나라 돈으로 35조 6700억 원 정도다. 우리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데. 굳이 비교하자면 지방자치단체의 경제 규모다. 이런 북한 경제와 손잡는다고 한국 GDP의 3배가 넘는 일본 경제를 문 대통령 말대로 ‘단숨에’따라 잡을 수 있을까? 비단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일간 기술력 차이다. 일본의 기초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물며 ‘핵과 미사일 기술 외에 변변한 기술도 없는 북한과 협력해서 어떻게 일본을 단숨에 따라 잡는 단 말인가. 앞서 대일(對日)기술 자립을 향한 민관의 노력이 시작됐지만 단기에 성과를 보기는 매우 어렵고 힘들다.

특히 당초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한. 일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관망 상태에 있다. 이 부분에서도 동맹국을 자처하는 미국이 왜 침묵을 지키는 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한 마디로 미국은 미국과 일본보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대해 관심을 더 갖고 있는 문대통령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뒤집었다. 화해. 치유 재단을 해체했다. 그렇다고 새로운 해법을 마련하지도 못했다. 강제징용 관련 재판은 ‘사법농단’ 으로 규정해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법정에 세워놓고, 이를 적폐로 규정하며 국민들을 부추겼다.

노무현 정권이 사단이 난 이 문제를 검토하기 위해 민간공동위원회를 구성, 7개월간을 검토했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당시 문재인. 이해찬이 공동 위원으로 있었으며 서명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서 상식에도 어긋나는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문재인과 현 집권 세력들이 촉발한 것이다.

현 집권세력들은 국익에는 관심 없고 국가와 국민들은 어떻게 되든 말든 자신들의 집권에만 눈이 멀어 있다. 그래서 여당은 이런 추세로 반일감정을 부추기면 내년 총선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정도다. 어느 때보다 냉정한 전략과 현실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문재인은 일본에 대해 ‘이기적인 민폐’ ‘적반하장’ ‘가해자’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일본을 질타했다.

국내에서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일제 부품 등을 국산화하겠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뚝딱 이뤄지는 건 아니다. 흥분하는 대신 치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조종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한 사람의 조종사가 나오기까지는 십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력도 마찬가지다. 당장 시급한 것은 우리 기업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 하는 일이다.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하는 데, 촛불 시위에 맛들인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자극시키고 선동하며 감정적으로 대립하려고 부추긴다. 정치적 의도로 비춰진다. 어느 때보다 냉정한 전략과 현실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문재인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이기적인 민폐’ ‘적반하장’ ‘가해자’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일본을 질타했다. 국내에서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다. 국민들은 반일감정에 매몰되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이 각성하여 냉정하게 사태를 분석하고 대처해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국민들은 좌파 꼴통 세력들의 선동에 놀아나고 있다.

문대통령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며 국민들을 선동하지만, 정작 지도부의 무지와 잘못된 전술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남북 경제 협력은 지금 당장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천문학적 초기 투자가 들기 때문이다. 지금 남북한보다도 훨씬 경제적 격차가 작았던 서독과 동독마저 막상 통일이 되자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대통령이 장밋 빛 미래만 강조한다면 ‘정신 감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일 문제에 미, 중 갈등까지 겹쳐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우리 경제에 짙은 불안감이 드리워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막연한 희망 대신 냉철한 현실 인식에 근거한 해법을 찾아 국민들을 안정시켜야 한다. 문 대통령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며 국민들을 선동하지만, 정작 지도부의 무지와 잘못된 전술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은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반일(反日)감정을 앞장서서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극일(克日)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분법. 편을 가르며 애국. 매국으로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인 조국의 발상은 참으로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반일 프레임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국익과 한. 일 관계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현상 동결을 위한 잠정조치를 정치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일본과의 관계도 선현들의 지혜를 통해 찾으면 모든 게 다 슬기롭게 해결된다. 결자해지하면 된다. 원인을 제공한 자가 그 원인을 해소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한일 청구권 협정을 준수하여 양국 간의 이견을 해결하면 된다. 한국 정부는 피해자들을 설득,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에 대한 강제집행을 유보하고, 일본은 추가적인 수출 규제조치를 유보하는 협상을 해야 한다. 작은 것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일본 타도가 아니라 김정은을 성토 하고 9.19 군사협약을 파기해야 할 때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인.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