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을 위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전격 단행했다.

당초 3~4월로 예상되었던 비서진 개편이 신년 초로 바뀐 것은 신년 초 비서진 쇄신을 통해 공직기강 해이 사태 등으로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하고 정책성과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고 새 진용 구축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민생 등 경제문제 탓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할 때’라며 본격적인 개편을 서둘렀다는 말도 들린다.

지난 8일 오후 발표된 청와대 2기 인선은 여러모로 1기와는 사뭇 다르다. 나이. 경력. 캐릭터 면에서 그렇다.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교체로 정부 2기를 시작하는 문 대통령이 어디에 역점을 두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에 노영민 주 중국 대사를, 정무수석에 강기정 전 의원을, 국민소통수석에는 윤도한을 각각 교체 임명했다. 취임 20개월 만의 개편이다.

예상은 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를 충족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수의 국민은 ‘청와대 정부’로 불릴 정도로 지나치게 권한과 역할이 방대해진 청와대의 제왕적 운영방식을 바꾸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참신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참신한 변화는커녕 대통령 직계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오히려 친문 색채가 강하게 두드러지는 인사가 단행됐다는 평가다.

신임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대선주자로 어려운 정치 현안을 만날 때마다 상의하던 대상이었다.

경제, 정치, 사화문화계에 두루 발이 넓어 문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통령의 뜻이 국회나 사회에 잘 전달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 실장의 경우 2016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시절 의원회관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두고 산하기관에 자신의 시집을 판매한 것과 관련해 당의 징계 처분을 받고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 문 대통령이 낙점했다.

노 실장은 취임 소감으로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 누구든 어떤 정책이든 가리지 않고 경청하겠다.” 밝혔다.

대국회 업무, 민심과 여론 청취 등을 담당하는 강 수석은 전남대 출신으로 삼민투(민족통일. 민주 쟁취. 민주해방투쟁위)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특히 5.18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을 벌였고,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대선을 지원했던 개혁당의 주축으로 열린당 시절부터 광주에서 17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했다.

강 수석은 “정무는 정책에 민심의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며 “대통령의 뜻을 국회에 잘 전달하고 민의를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역할.” 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의 소감을 들으면서 문득 ‘다반향초’(茶半香初)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차를 마신 지 반나절이 됐지만 그 향은 처음과 같다는 말이다.

차가 끝까지 같은 향을 유지하듯,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종종 자신의 삶이 한결같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문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한 국민과의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든다.

강 수석과 함께 노 실장도 3선 출신으로 비서실장 – 정무수석 라인의 대국회 접촉이 보다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앞서 노 실장. 강 수석 두 콤비는 의원 시절부터 추진력과 돌파력이 남달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완전 ‘원조친문’으로 전진배치를 하면서 집권 3년 차로 들어갔으나, 많은 이들로부터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지지층 결집을 먼저 고려한 인사”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국민을 더욱 실망스럽게 한 것은 잇따른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과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불법사찰, 블랙리스트 작성 논란의 핵심적 관리자 위치에 있는 조국 민정 수석이 유임됐다는 사실이다.

조 수석은 김태우 폭로 파문으로 야권에서 경질 요구가 나왔으나 이번 개편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사법개혁의 상징성이 있는 데다.

문 대통령이 오히려 조 수석에게 공직기강 쇄신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하는 등 사실상 재신임이 이뤄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야권의 공세가 부당하게 민정수석으로 귀결되는 경험을 했다.” 며 “국면 전환을 위해 조 수석을 교체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조 수석에 이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유임됐다. 그러나 김정은 답방과 2차 북. 미 정상회담 등의 경과를 지켜보려면 임 실장과는 시간차를 두고 교체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단은 이 연속성의 키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청와대 개편과 관련해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적임자를 뽑았다’ 며 환영의 메시지를 보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친정체제를 공곡화한 시대착오적 인선’ 이라고 평했다. 아울러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선으로 국정난맥의 실마리를 찾고 얼어붙은 경제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 줄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 측근들의 비극을 우리는 봐 왔다. 측근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선례도 만들어야 한다. 이번 개편을 통해 ‘청와대 정부’란 인식을 바로 잡는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와는 달리 청와대 비서진 개편과 맞물려 일부 부처 장관들의 개각 시기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입각한 김부겸 행정안전• 김영춘 해양수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내년 총선 대비를 위해 여의도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책성과 최우선'을 강조한 상황에서 부처 장관들이 총선 대비에 나서는 것에 대해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우려도 있는 만큼, 설 연휴가 지난 후 3∼4월이 돼야 장관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건데 새 비서진은 불통논란에 휩싸인 대통령과의 격의 없는 소통은 물론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와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 집권 후 청와대 비서진이 과도하게 내각을 휘어잡고, 통제하는 바람에 내각이 무력해진 것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진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에 불과한 직원이 육군 참모총장을 인근 카페로 불러내 군 인사문제를 논의하고, 심지어는 인사명단을 분실했다는 게 기강해이와 함께 안하무인의 청와대 권력을 방증한 것으로 입증된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실제는 어떨지 몰라도 특히 정치권에선 이런 설정이 낯익은 풍경이다. 개그맨 이휘재가 선택의 기로 때마다 “그래 결심했어.”를 외쳤던 ‘TV인생극장’이 알기 쉬운 교훈이다.

TV화면 채널조정은 리모컨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손가락에 달렸다. 그 손가락의 놀림에 채널이 바꿔지듯 한 인생의 선택도 마찬가지로 달라진다.

리모컨을 쥐고 있는 문 대통령의 손가락에 따라 우리의 운명도, 국가의 운명도 바뀔 수가 있다. 많은 국민들이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채우고 청와대를 떠나게 될지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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