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수선한 문 정권에서 상식을 깨는 일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경호처 직원 음주사건과 폭행 사건에 이어 이번에는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감찰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청와대 특별 감찰반 직원들이 비위의 주범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감찰반 직원들이 평일에 집단으로 골프를 치고 접대까지 받았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참모들의 기강해이와 일탈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 적색불이 켜졌다.

청와대의 잇따른 기강해이는 현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본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그제 민정 수석실 산하 반 부폐 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 전원을 교체해 이들을 원 소속 기관인 검찰과 경찰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원대복귀가 아니라 뇌물 혐의로 고발해야 할 범죄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지금까지 전 정권의 국정농단과 직권을 남용한 권력적폐 청산에 집중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우병우 민정수석을 청와대 실책을 물어 구속까지 시키고,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도 대통령 인사말, 축사 등을 작성했다며 난리 발광을 치면서도, 국무총리가 작가에게 사례비를 주며 작성한 원고에 대해서는 함구무언이다.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 거리, 귀에 걸면 귀 거리가 되는 참 편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문재인 정권이 그것도 공직자들을 감찰해야 할 청와대 특감 반원들이 자신들이 단죄해온 비위 행위를 저질렀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사실 청와대 직원들의 갑질 행위와 일탈과 도덕적 해이에 빨간 불이 켜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건 알만 한 사람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기강해이 정도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도 전혀 이해하기가 어렵다. 청와대는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시원한 답보다는 함구하기에 급급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도 진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우물 주물 한다. 조국 수석조차 전원 소속 복귀 결정을 했고, 검찰과 경찰이 신속 정확하게 조사해줄 것을 요청해 놓았다는 해명만 늘어놓는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민정 수석이 건의하고 비서실장이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인지에 대해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절 기무사 계엄령 선포 기획과 관련, 외국 순방 중임에도 불구, 보고를 받고 발 빠르게 육군을 배제한 수사부 설치를 즉시 하도록 지시한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기내 간담회에서 질문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던 청와대와 기자단의 사전 협의와 달리, 짧게라도 질문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며 오로지 외교 문제만 질문을 받겠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와 관련된 질문이 두 차례 이어졌지만 즉답을 피했다. 내년 경제 분야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아예 외교 분야로 바꿔서 답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기 때문에 외교 문제에만 답을 한 것이라며, 귀국한 뒤 국내 현안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언급이 있을 거라고 애써 변명을 늘어놓았다.

국내 문제를 언급할 경우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이룬 순방 성과가 묻힐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소통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이 질문을 골라서 답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론이 비등한 와중에 이해찬 여당대표가 때 아니게 조국을 엄호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의 조국 경질 요구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난하며“처세를 잘못한 거지 뇌물을 받아먹거나 그런 건 아니다. 조 수석은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연계가 없다.

사안의 크기만큼 관리자가 책임져야 하지만 조 수석이 책임질 만큼 큰 사안이 아니다.”고 구구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또 “당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할 때마다 당 대표인 제가 매번 책임을 져야 하느냐” 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는데 7선 의원이자 국무총리까지 두루 지낸 정치인으로서 상식과 이치에 닿지도 않는 궤변을 쏟아내니 기가 막히고 황당해서 놀라울 뿐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왜 집권당이 이례적으로 청와대 대신 나서서 변명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이번 사안은 최고의 권력기관에서 특감반 직원들이 업무를 빙자해 자신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뇌물 사건 수사에 개입하려다 적발된 사건이다. 작은 사안이 아니다.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권력형 범죄로까지 비화 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고 직무를 감찰해야 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데도 수석이 책임지지 않는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더 가관인 것은 박지원이 “개혁트리오 장하성 전 정책실장 조국 민장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 세 사람 중 전 실장에 이어 조 수석까지 물러나면 문재인 정부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개혁도 개혁 나름 아닌가 잘못된 개혁은 오히려 나라를 망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개소리인가. 박지원에게도 묻고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 수석을 흔들지 마라.”(표창원). “조국이 꺾이면 촛불 정신이 사그라질 것”(안민석)누가 끼리끼리 아니랄까 궤변을 늘어놨다.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먼 말들이다.

더구나 조 수석의 책임론을 촛불 정신과 연결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 말은 촛불을 들었던 순수한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이는 현 집권세력이 단순한 기강해이가 아니라, 남북관계 등 국정운영의 심각한 독선에 빠져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려한 대로 이번 조국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여당대표도 조국이 책임져야 할 그 여죄를 감싸기 바쁘다. 도대체 청와대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으면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날 수 있을까.

이게 24시간 365일 팽팽히 일한다는 청와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대통령 지지율 50%대 하락도 이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이번 특검반 비위 사건을 한 점 오점 없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사퇴 압박과 여론은 더 거칠어지고 문재인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적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읍참 마속’(泣斬馬謖)이다.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으로서 아무리 친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도 공정한 업무처리나 법과 규칙을 어겼을 때는 사사로운 정을 포기하고 공정하게 법에 따라 심판해야 함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제갈량이 위나라를 공략하는 과정에서 유비의 반대에도 불구, 가정(街亭)의 전투에 마속을 사령관으로 임명했지만, 마속은 자신의 생각대로 산에 진을 쳤다가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마속은 제갈량이 아끼는 장수에 친우 마량의 아우였지만 군령을 어기고 패전한 책임을 물어 참수했다. 그리고 장수들에게 군율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측근을 짜르는 것처럼 마음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의 리더십 일신이 절실한 때다.

민심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하고 겸손한 국정을 운영했는지 여부도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촛불의 힘만 믿고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도덕적 해이와 ‘우리는 그래도 된다.’는 오만방자함이 바로 국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주범이란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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