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한마디로 아사리판(阿闍梨判)이다. 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 어지러운 상태다. 더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개판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경우, 문대통령의 지지도와 당의 지지도 상승을 계기로 호남 출신 이전에 문재인 계열의 사람들이 검증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천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질보다 공천만 되면 ‘당선은 따 논 보증수표’라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정당과는 달리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더구나 다선의원들은 대통령의 지지도로 당선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유권자에게 오만방자함을 보이며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여세를 몰아 의석확보를 위해 이들을 공천을 주고 있는 상태다. 문대통령과 당의 지지도와 후보들의 수행능력은 분명 다른 것이다.

유권자가 이 점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지지하는 정당도 중요하지만 인물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제자 자하(子夏)에게 “너는 군자인 선비(君子儒)가 되어야지 소인인 선비(小人儒)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선비라면 모두 훌륭한 학자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거기에도 군자가 있고 소인이 있다니 선비가 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주자(朱子)는 “선비란 학자를 일컫는 말이다”라고 했지만, 다산은 “선비란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다.”라고 다르게 해석했다.

그러면서 도(道)를 배우는 사람(學道之人)의 학습하는 일은 시(詩)•서(書)•예(禮)•악(樂)•전장(典章)•법도(法度)라고 풀어서 말했다. “그러나 학습하면서 그 마음이 도(道)를 위하는 사람은 군자의 선비이지만, 그 마음이 명성을 얻으려는데 있으면 소인인 선비이다”라고 했다.

다시 말해 학문을 연구하고 몸을 닦는 일이 도(道)를 얻어내 참다운 군자가 되려는 뜻이 있다면 군자인 선비로 불릴 수 있지만, 명리(名利)를 얻으려는 마음이 있는 한 소인인 선비로 격이 낮추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옛 어른들 말씀에 ‘소인치고 글 못하고 말 못하는 사람이 없다’ 다시 말해 글 잘하고 말 잘하는 사람이 소인배가 되지, 글도 말도 못하는 사람은 소인이 될 수 없다는 역설적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말 잘하고 글 잘하는 명성을 얻어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도 되고, 도지사, 고관대작이 된 사람들이 공심(公心)에서 벗어나 사심(私心)으로 내려가 의(義)가 아닌 이(利)를 추구한다면 바로 그들이 소인인 먹물이 된 것이다.

이른바 이(利)라고 하는 것이 돈과 재물만을 벌어들이려는 마음만을 말하겠는가. 사욕(私慾)만 남기고 공익(公益)은 없애버려 자기에게만 적합하고 편하게 하느라 천리(天理)에 해롭게 하는 모든 것 또한 이(利)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문 대통령의 지지도를 등에 업은, 여당 후보들이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대한민국 프리미엄 인물대상을 탄 서울특별시의회 김x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영등포 2선거구)이 그 한 예라 할 수 있다.

‘인물대상’은 의원들이 필요에 따라, 여건만 조성되면 누구든 받을 수 있는 상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런 상을 받은 김 의원이 ‘국무 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서 급히 마련한 개헌안은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유권자에게 ‘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정도로 오만방자해졌다.

대통령 지지도 상승에 따라 주위에서 사과를 하라고 권해도 누가 뭐라 하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한데 더 이상 유권자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 의원은 영등포구 제2선거구 출신으로 재선의원이다. 그의 막말을 들으면서 이성계와 무학 대사의 대화가 생각난다. 김의원이야 말로 ‘혹세무민’(사기 치며, 세상을 어지럽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 의원은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잘하고, 예의도 바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재선을 거치면서 오직 자신의 이(利)를 위한 충견(忠犬) 노릇을 하는 소인인 먹물로 변질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과잉 충성으로 오히려 ‘당’에 해당(害黨)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당에는 김 의원 같은 소인 부류들이 많다. 이를 걸러내는 것은 오직 유권자의 몫이다.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고 또 그 당을 지지한 것뿐이지, 무능력, 소인배 후보자까지 싸잡아 지지하며 뽑아서는 안 된다.

그런 부류들이 의원에 당선되면서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정당이 어느 정당인가를 꼼꼼히 생각해보자.

세상에는 군자인 선비도 많지만 소인인 선비도 많은 것처럼, 지탄을 받는 정치인보다 존경받을 정치인도 많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군자 같은 정치인들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게 유권자로서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관습상 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理判事判)이 막다른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듯 현실 정치가 싸우기 좋아하는 악신의 이름인 아수라(阿修羅)가 난장판인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물론 덕이 높은 고승 아사리가 많으면 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토론하는 시간도 많아지겠지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제대로 갖추고, 누구보다 영리하며 재주가 있고, 잘 생기기도 했지만, 말도 청산유수로 잘하고, 글씨까지 잘 쓰다 보니, 어느 날 만인이 부러워하는 권력자가 되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권력자인 정치인들이 소인인 먹물로 변질되고 있다.

김 의원 같은 안하무인인 사고를 갖고 있는 후보들, 특히 다선의원들은 국가백년대계를 위해서도 유권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소중한 한 표를 값지게 행사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기세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고 자신하는 것은 '오만'이고 '오판'이다. 정치가 개판이 되는 것도, 나라가 잘되는 것도 모두 유권자의 몫이자 책임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어리숙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방송패널. 한국 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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