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계획, 구체적 내용 없이 선언만…복지부, "의견 수렴" 노력

보건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종합계획이 윤곽을 드러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다.

의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시행 계획을 세우다 보니 기관 선정과 대상, 인프라 구축 등을 포함한 세부 지원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새로운 제도 적용에 따른 의료계 전담 인력 배치와 교육에 대한 지원 내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관련 제도 정착을 위해 육성·장려가 필요한 시점에 '기관 평가'를 적용해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당국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시범기간 내 3168건이나 작성됐다고 높게 평가한 것과는 달리 이를 받기 위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7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열린 '호스피스와 연명의료 및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관한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의료인들은 제도와 현장과의 괴리감을 나열하며 제도 시행에 보다 많은 인프라 지원과 체계, (일부 시스템 적용에 필요한)시범기간 등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이날 패널 토론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논의해 점진적으로 나가야 할 법이 복지부가 법을 만들어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 뒤 "연명의료나 호스피스는 공공의료의 성격이 있으며 공공성으로 실천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공공의료 서비스이지만 삶의 마무리는 개별적이기 때문에 다른 두가지 측면을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내년 제도 시행에 앞서 법과 의료 행위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5개년 계획은 이런 시급성을 두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소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정부는 5개년 계획에 대해 발표를 했는데 비전과 목표를 5년마다 바꿀 것인지, 지금 세운 계획을 따라 갈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이라면서 "발표를 통해 계획에 대해 들었으나 전략부분에서 비전과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아 전략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호스피스 이용률이 높다는 당위성은 언급했으나 정확히 얼마의 기관을 늘리고 대상자를 얼마나 할 지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면서 "체계적 기반 마련이라고 발표는 했으나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가 현장에서 환자에게 쓰라고 하는 말을 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3000명이 넘게 작성했다고는 하나 연명의료계획서는 11명이 작성했다. 환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상호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종합계획에 보면 윤리위원회 설치 규정이 있는데 법적으로 이해하면 환자 가족 상담, 의료 종사자 교육을 중심으로 꾸려질 것 같다"면서 "상담과 교육을 하려면 상당한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데, 실질적 지원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결국 위원회 설치는 의료기관 내 전담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 이는 곧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지원만 하겠다고 하지 말고 정확한 지원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시범사업을 해야 한다"면서 "정보처리 시스템 적정관리를 위해 등록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시범사업을 해 봐야 기관별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교수는 "결국 기관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고 제대로 운영하려면 실질적 지원책이 있어야 하는데 전반적 종합계획에는 이것이 빠져 있다"면서 "관리 감독을 하기 전에 지원과 서비스를 먼저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재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안하던 법을 시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해오던 것을 바꾸는데 따르는 번거로움이 있다. 실제 기존에 해오던 것에 비해 더 번거롭다"고 언급한 뒤 "이행을 하려면 4장 이상의 서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하려면 인력과 물적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 교수는 "한 환자의 경우 4남 4녀를 둬 의사 한명이 환자와 환자 가족 17명을 상대로 의향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면서 "양식을 쓰는 것과 상담을 같이해야 원활하게 진행이 되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인력이 없다. 의료 현장에서 뭘 몰라서 혹은 의지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이 부족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병원과 상급병원은 기본 방침이 나오면 따라갈 수 있지만 요양병원과 준종합병원은 그 환경에 맞춰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모든 의료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현 교수는 "의사가 합리적으로, 윤리적으로 설명을 했을 때 환자와 환자 가족이 같이 고민해 결정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면서 "이 법을 통해 환자와 의사, 환자 가족간의 신뢰 관계가 공고해 지고, 서로의 가치관을 나누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는 염원을 말했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 과장은 의료 현장의 지적에 대해 "지적사항을 보완사항으로 수렴해서 호스피스위원회에 계획안을 상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합계획에 재정 투입, 교육 계획, 의향서 작성 목표, 계획서 이행 건수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시범사업 마무리되면 윤곽이 나오게 될 것"이라면서 "법 시행 전 시스템 구축과 등록기관 종사자, 의료기관 대상자 설명회와 대국민 홍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리위 지정 구성에 미흡한 부분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최대한 의견과 우려사항을 담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투입과 관련해서는 "정부 예산이 얼마전 확정돼, 예산에 맞춰 구체적으로 내년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등록 기관 지원에 대한 내용은 간담회를 통해 수요을 예측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서 작성과 관련해서는 "현장의 어려움을 많이 말씀하시는데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제도 개선사항이 있으면 의견을 공론화해 수렴의 과정이 필요하다 것"이라면서 "단체의 의견만으로 의지해서 제도 개선 방향을 결정하거나 상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윤리위의 구체적 역할이 없다고 하면 명확하게 짚어주면 수용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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