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슈퍼항생제도 국내 출시 안해…약가·급여체계 지적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다제내성균이 확산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항생제 개발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항생제 대책은 도입 및 개발보다는 항생제 줄이기 홍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장 환자에 쓸 수 있는 약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항생제 내성균인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속규종(CRE) 확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올해 6월 3일자로 3군 감염병으로 지정돼 전수 감시체계로 변경된 CRE가 3달 동안 2607건이 신고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 동안 신고된 건수가 3770건인 것을 감안하면 3배나 폭증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허가받은 항생제는 6종에 불과하고, 시장에 출시된 항생제는 3종 뿐이다. 이 중 ▲타이제사이클린 ▲도리페넴 ▲자보플록사신 등 3개 품목만이 시장에 출시됐다.

동아에스티 역시 지난 2015년 24번째 국산신약인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를 개발해 허가를 받았으나 국내에는 출시하지 않았다.

시장이 작아 수익성이 낮은데다 약가는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국내에 별도의 항생제 제조시설을 짓기 보다는 해외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때문이다.

항생제 출시 막는 국내 약가 및 급여체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 항생제 출시 난항 중 하나로 급여체계를 꼽았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항생제는 약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보험조건을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며 "때문에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허가를 받은 후 그 자료로 국내에서 허가받는 것이 제약사 입장에서는 더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2012년부터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시행하고 있다. 항생제를 개발하면 신속 허가 및 5년 동안의 추가 시장독점권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이 교수는 "미국은 항생제가 나오지 않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항생제 개발을 위해 엄청 지원했다"며 "그 당시 임상에 들어간 약들에 비해 지금 임상 중인 약들이 2~3배 더 많다"고 밝혔다.

그는 "판막수술 후 감염에 쓰이는 '큐비신'이라는 약은 약가 때문에 10년 째 국내에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다제내성 환자에 쓸 항생제가 없어 옛날에 쓰다가 버려진 약들을 다시 쓰거나 2~3개 섞어서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문제는 CRE뿐 아니라 또 다른 항생제 내성균인 반코마이신 내성 장내구균(VRE),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등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지금 같은 추세라면 2~3년 지난 후 전국에서 터져 나올 것"이라며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을 막으려면 효과적인 항생제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암이나 중증 또는 희귀질환 등에 집중돼 있는 정부지원에 항생제도 포함해 국내 출시까지 서포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복지부, 식약처, 심평원, 제약사, 학회 등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해 시급히 도입해야 할 항생제가 뭔지, 어떤 종류의 항새제 개발이 우선인지 결정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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