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진료환경 보장 위해 '의료사고 특별법' 제정" 촉구

의료계가 의사의 고의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현행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양산되고 있는 의사와 환자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의사의 안정적 진료 환경 보장을 위해서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오후 회관 대강당에서 '안정적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 추진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동욱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위원.
이날 발제를 맡은 이동욱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위원은 현행 의료분쟁조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사고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은 신속은 있지만 공정과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은 간과됐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1년 4월 시행됐다.

한국의료분쟁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2년 2만 6831건에서 2013년 3만 6099건, 2014년 4만 5096건, 2015년 3만 9793건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위원은 "의료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늘어나면서 중재원의 고유의 기능과 부합하지 않는 수사기관 수탁감정 등도 늘어나고 결국은 의사 형사 전과자가 양산되고 있다"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은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가해자의 전과자 양산과 무분별한 고소고발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 위원은 "책임보험 및 종합보험 가입 의무화, 종합보험 가입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인정 등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이는 의사와 환자의 갈등 해소와 함께 방어진료가 감소 및 소신진료로 인한 환자 건강권 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선?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

이날 토론자들은 방법은 약간 달랐으나 현행 의료분쟁조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필수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중재원의 조정위원회와 감정부의 의료인비율을 상향조정해 공정성 및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감정서, 조정결정서 등 조정과정에서 생산된 일체의 자료는 소송에서 사용할 수 없어야 하는 등 제도 악용방지를 위한 규정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준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법제부회장은 "인천지법의 태아사망사고 관련 산부인과의사에 대한 금고 8개월 실형 선고와 같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방어진료·회피진료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의사의 중대한 불법행위나 고의가 없다면 형사소추를 면제하는 의료사고 특별법을 제정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기 대한신경외과학회 보험위원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치료 중 발생하는 모든 사망과 중증 장애를 분쟁조정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오해와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을 일으키는 법률이라면 의당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욱 KMA POLICY 특별위원회 법제및윤리분과위원장은 "중재원 감정부와 감정위원에 대한 전문성 등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의료인 형사처벌 급증 사유 및 문제점은 국민의 입장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급증을 문제점으로 제기하기에 앞서 외국의 사례를 보았을 때 형사책임은 일정 영역으로 제한하고 대신 환자가 의료인의 민사책임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중요하다는 점과 회색지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에 대한 사전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된지 4년째인 지난해 조정 자동개시 절차가 도입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재원이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현 시점에서 이번 공청회가 의료사고 특례법 제정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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