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밤낮으로 일교차가 심한 탓에 ‘봄이 왔지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 요즘 날씨, 이 고사성어는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히는 ’왕소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전한(前漢)시대 ’원제‘ 의 후궁이었던 왕소군이 궁중 화가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자 궁중 화가가 ’추녀‘ 로 그렸고 그런 초상화 때문에 공주 대신 북방의 맹주 ’흉노‘의 왕에게 시집을 갔는데 이를 두고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가 흉노의 땅인 북쪽에서 고향을 그리워했을 왕소군의 애절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 ’오랑캐(흉노)의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는 시구(詩句)에서 나온 말이다.

지금 대선 정국에 딱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를 폭격한데 이어 한반도 주변에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재배치하면서 한반도 전쟁설이 나돌아도 정작 한국 민들은 태평성대다.

정치권도 남의 나라이야기처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대통령선거가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반도가 전쟁분위기가 감돌아도 오직 대선 주자들은 장미가 피는 5월 청와대로 들어갈 꿈만 꾸고 있다. 대선주자들 중 누군가는 5월 10일이면 청와대로 입성을 할 것이다.

5월이면 청와대 뒷산은 산 벚꽃이 활짝 피면서 장관을 이룬다. 사무동인 ’위민 관‘옥상에서 바라보는 뒷산은 그야말로 백화가 만발한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라 한다.

그런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자 하나같이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말로 그럴싸하게 요리를 하고 있다. 과연 몇 사람이나 그 요리에 군침을 흘리며 선호할까? 대선후보들이 모두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고 하나같이 ’임금격차 해소‘를 주 메뉴로 삼고 있다.

20대 청년층부터 노인층까지 두루 표심을 얻기에 이만한 미끼도 없을 것이다. 또 최저 임금제 도입 1만원 실현, 심지어는 모 정당 후보는 임기 내 ’국민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호언장담한다.

5명 대선후보 모두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시해 놓고 있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디서 충당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중소기업, 영세업자들이 도산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최저 임금을 1만 원대로 하겠다는 것인가.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청와대를 들어가기 위해 공약(公約)아닌 공약(空約)을 남발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가 위기설이 계속 확산 일로 되고 있음에도 야당 후보들은 사드배치와 관련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여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주자(문재인. 안철수) 및 소속 당의 현실성 없는 반대와 애매모호한 태도, 오락가락이 국민들에게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일까. 야삭 빠른 이들 후보들이 사드 배치에 대해 태도가 바뀌었지만 안보에 대한 기본 철학이 바뀌었다기보다 득표를 위한 임기응변 식 대선 전략인 것 같아 진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

두 후보는 햇볕 정책 신봉자인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호남 세력에 눈치를 보며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지금 한국전쟁 이후 최고 수준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정치권에서 안보동맹이나 안보 공통공약이 나와도 시원찮을 판인데, 후보들의 미지근한 태도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문. 안 후보의 경우 표를 의식해 말 치례로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집권 후 말을 뒤집지 않도록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사드배치는 철회 하지 않는다.‘ 고 국민들에게 약속을 해야 한다.

반드시 공언 할 필요가 있다. 두 후보의 전력을 보면 말을 뒤집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보 철학이 빈곤하고 믿지를 못하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북한 핵과 안보위기를 풀어 갈 해법도 내놔야 맞다. 그러자면 북한과의 관계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며, 한. 미동맹만이 유일하게 우리 안보의 근간이란 점도 명확하게 밝혀야 마땅하다.

국가 존립과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다. 대선용 구호로만 외쳐서도 안 된다. 국가가 존립해야 청와대 주인도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선후보들이 자신들의 표라 생각하는 젊은이들 표를 의식,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등을 내세우면서도 복지공약이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초수급자, 부양의무자 제도는 현실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117만 명에 이르는 극빈층이 사각지대에 빠져 힘들게 살고 있다. 이 부분도 대선 후보들이 관심을 갖고 현실에 맞는 개선 점을 찾아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를 감안한다면 가능하면 가족 부양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짧은 선거기간. 이제까지 대선후보들이 TV토론은 준비된 원고를 읽거나 제한된 시간에 기계적 균형을 맞추다보니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가 없었다.

최근의 토론회를 보더라도 팩트 확인 등 치열한 토론보다는 말싸움에 그친 인상을 남겼을 뿐 후보 검증에는 늘 아쉬움만을 남겨두고 있다. 후보당 시간도 짧다. 차라리 유권자들이 질문자로 참여시켜 보다 치밀한 검증이 필요한 것 같다.

정확한 팩트에 입각한 날카로운 송곳과 같은 질문으로 후보의 속까지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꼼꼼하고 혹독한 검증은 근거도 없는 네거티브로 상대에게 흠집을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이번 대선처럼 검증과 판단이 짧은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문. 안 두 후보는 호남에 너무 기대를 걸고 믿는 것 같은데, 호남 민심은 과거 김대중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호남 민심은 “흑묘백묘(黑猫白猫)”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식이다. 즉 누가 됐든 간에 정권 교체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을 뽑겠다는 말이다.

이번 청와대 주인은 무엇보다 ’안보‘다. 위기의 시점에서 어떻게 북한 핵 개발을 억제하고 국가를 지켜나갈 것인가를 밝히는 사람을 뽑자.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고 국가보안법폐지를 요구하는 사람은 뽑지 말자.

차선으로라도 ’안보‘ 에 철저한 사람을 선택하자. 대권 후보자로서 국회의원 배지 대신 노란 리본을 언제까지 달고 있을 것인가.

또 도지사는 직을 내놓아야 하고, 국회의원직은 갖고 있어도 되는 건지? 더 이상 국민을 농락하려 들지 마라. 지지율로 방심하거나 자만하지도 마라. 모두가 ’계륵‘ 보다 도 더 못한 후보들이라는 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슬프다.

역대 대선 가운데 가장 많은 15명의 후보가 출마한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벽보를 붙일 자리를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자격은 없으면서도 청와대 주인이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

“~ 시정 바닥의 비린내/ 죄 있어 사는 스님이구나./ 죄 없으면/ 어이 도를 닦을 수 있으랴./ 오늘 스님은 생선 한 마리 들고/ 온몸을 던져/ 죄의 바다로 나가려나 보다.” -생선 한 마리- 詩 중에서

[호 심송, 시인. 칼럼니스트. 한국열린사이버대학 실용영어학과 특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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