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프레임, 흡연에서 ‘비흡연 여성’으로 포커스

폐암학회, 국내 폐암 실태 학술보고서 발간 주력

올해 1월부터 폐암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계영 이사장은 ‘폐암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키고 암치료 영역에서 폐암을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 메김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학회 내 아젠다 역시 Precision Medicine(정밀의학)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환자 치료 성적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고가 약제’라는 한계 때문에 발생하는 부담을 현명하게 덜기 위함이다. 의료비 절감을 위한 대안으로 정밀의학이 부각되는 세계적 트랜드를 학회가 선제적으로 흡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폐암치료 영역에서 치료제에 집중됐던 관심 역시 ‘조기진단’ 시행으로 사전 방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올해 환자 8000명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성격의 검진 사업을 국립암센터와 진행하면서 향후 조기진단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비흡연 여성폐암환자 발병 원인을 찾는 연구에 착수해 학술적 의미를 다지겠다는 목표다. 학회는 이르면 올해 안에 비흡연 여성폐암환자를 포함한 국내 폐암 현황을 실태보고서 형식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다양한 사업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쌓인 내공에 맞게 학회 역시 내년부터 국제학회로 격상돼 운영될 예정이다. 이 모든 계획의 중심에 서 있는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폐암학회 이사장으로 목표가 있다면?

학회는 연초 두 번의 이사회를 통해 전체적인 아젠다를 확정했고, ‘정밀의학’은 그 중심에 있다. 새로운 트랜드로 면역항암제가 관심을 받고 있고 항암제 특성상 고가의 약제라는 이슈로 동반 진단의 문제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는 암치료 영역에서 중요한 포인트다.정밀의학에서는 암이 중요하고 그 중에 핵심이 폐암이다. 치료제 이슈를 넘어 의료비 절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의학을 어떻게 접근할지를 고민 중이다. 학회는 정부와 환자, 의사 제약사가 포함된 의견 교류의 장을 만들어 학술적 교류와 사회적 이슈를 공감하고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폐암은 전통적으로 흡연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비흡연여성 폐암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흡연에 대한 프레임을 비흡연 여성폐암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비흡연 여성폐암에 대한 역학 데이터는 있지만 유전자 분석데이터와 같이 깊이 있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학회는 학술 사업으로 국내 폐암 학술보고서를 이르면 올해부터, 늦으면 내년에는 내려고 한다.

EGFR 돌연변이와 ALK 유전자는 얼마나 되는지, 진행성 폐암에 이르기까지 학회 위원회를 통해 실태보고서를 준비하려고 한다.

치료제에 집중된 관심을 조기진단으로 돌리는 것도 학회의 또 하나의 목표다. 폐암을 정복하는 길은 조기진단에 있다. 폐암의 치료성적은 5년 완치율이 17%에 불가해 다른 암에 비해 나쁜 편인데다 대부분 3기 이후 발견돼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해야 하고, 진단율을 높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기진단에 연구 투자한다면 효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회는 국립암센터와 폐암 검진 사업을 하기로 했다. 30년 이상 흡연자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인데, 이 사업이 끝나고 나면 검진사업이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더불어 비흡연 여성폐암과 조기진단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학회는 내년부터 학술대회를 국제학술대회로 격상해서 아시아 중심의 학회를 만들려고 한다. 우선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국가의 학회들이 참여해 우리가 중심이 되는 학회로 만들어 보려 한다.

-학회 내 표적치료연구회가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알다시피 폐암학회는 다학제학회다. 호흡기내과, 흉부외과, 핵의학과 등 많은 교수들이 포진돼 있다. 그중에서 표적치료연구회는 표적항암제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정밀의학을 주제로 선정했고, 3세대 EGFR 억제제와 차세대 ALK억제제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앞으로 폐암치료의 패러다임은 지속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표적항암제가 많이 발전하였지만 내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단일요법에서 발생하는 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병용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들이 부각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미 면역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등 다양한 병용치료와 관련한 임상연구들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그 데이터들이 보고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단 한 가지 약제, 그것도 1차가 아닌 2차 치료에서도 보험이 되지 않는 국내 실정에서 볼 때 이러한 학술적 근거들이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약가문제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폐암치료제는 높은 약가로 환자와 의사가 모두 약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없다. 소수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들은 여러 약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들의 치료 성적은 좋은 편이다. 실제로 5~6년 이상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다만 임상현실과 학술적데이터를 연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3세대 이후 4세대 약물까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새로운 내성을 가진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 2세대 EGFR 억제제에 대한 내성 환자 중 3세대 EGFR 억제제로 치료 가능한 T790M 내성 환자는 절반정도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때문에 폐암 치료가 궁극적으로 HIV나 결핵처럼 초기부터 여러 가지 약제를 동시에 투약하는 칵테일 요법을 통해 내성발현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으로 본다.

역시 해외에서는 선제적으로 1차 치료 방법을 바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결핵처럼 처음부터 다약제 치료를 통해 내성이 될 뿌리를 끊어 완치하자는 것인데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한미약품과 올리타 임상을 같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을 공유해주신다면?

올리타는 3세대 EGFR 억제제로서 한미약품에서 개발한 약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한 타그리소는 약제가 선도적으로 개발되어 처방되고 있지만 고가의 약제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 급여가 되지 않고 있다.

올리타가 임상연구 중에서 0.4%의 치명적인 피부 부작용이 발생하여 안정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올리타는 더 이상 표준치료 방법이 없는 T790M 유전자 돌연변이 양성 말기 폐암 환자에서 사용되는 약제이므로 일부 부작용의 문제가 있더라도 안정성 문제에 대한 장치만 보완된다면 충분히 처방할 수 있는 약제라 생각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올리타는 더 이상 치료 방법이 없는 말기 폐암환자들이 사용하는 약제라는 점이다. 학술적 데이터 역시 충분하다. 올리타의 용량을 조금 줄이는 방법 등으로 부작용 문제를 보완하는 방법을 고려해 봤으면 한다.

실제로 1세대 EGFR 억제제인 이레사의 초기 임상연구에서는 1% 내외의 치명적인 간질성폐렴이 발생하였지만 지금까지 10여년 이상 가장 많이 처방되는 표적항암제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약제가 처방되는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추가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약제로 거듭날 수 있는 용법 등이 개발됐으면 한다.

-액상생검법이 주목받고 있는데.

표적항암제의 내성 기전을 밝히기 위하여 재조직검사의 필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조직검사는 관혈적이며 침습적인 방법으로서 재조직검사 시행시 성공률도 낮고 합병증 빈도도 증가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혈액, 소변 등 과 같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체액에서 암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액상생검법이라고 한다. 현재는 T790M과 같은 3세대 EGFR 억제제의 표적을 찾는 검사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식약청에서는 이미 작년에 허가 승인이 나왔고 국내에서도 2월 말 혈액 검사가 허가가 난 상태다. 올해 안에 신의료기술 승인이 나오면 실제 임상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국대학교병원 폐암센터는 2016년 10월 1일 병리과와 함께 국내에서 최초로 액상병리검사실 (liquid biopsy Lab)을 개설해 혈액은 물론 기관지폐포세척액을 이용한 폐암 액상 유전자 검사를 개발했고, 식약처 허가 임상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cell-free DNA를 이용한 검사 방법이 가장 보편적인 반면, 우리는 체액에서 나노소포체를 분리한 후 내재하고 있는 DNA를 추출해 분석하는 방법을 쓰고 있고, 예비결과에서 상당히 유망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유전자검사로 변이를 확인하는 경우 빨라도 2~3주가 걸리지만,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액상조직검사는 바로 다음날 결과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당장 환자들에게 적용할 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어 국내 허가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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